선관위의 ‘기각’ 결정에도 여진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결정문을 들여다볼수록 선거 과정에서 무엇이 빠졌는지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제34대 치협 회장단 선거 결과에 대한 세 후보의 이의 제기에 선관위는 19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징계 공고가 선거 이후로 늦춰진 데 대한 판단의 근거는 “공고 시점을 정한 명시적 규정이 없고, 의도적인 지연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선거의 본질이 ‘유권자의 선택’에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사건의 핵심은 '김민겸 후보에 대한 징계 사실이 선거가 끝난 다음에 공고돼 유권자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를 마쳤고, 그 결과 95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고 시점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설명이 과연 충분한 답이 될 수 있을까?
선관위는 징계 공고가 늦어진 배경으로 '내부 검토와 결재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선거는 시간과 정보가 직접 맞물려 돌아가는 선택의 과정이다. 특히 투표 직전의 정보는 유권자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선관위의 역할은 단순히 규정을 적용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필요한 정보를 제때 알 수 있도록 공적 통로를 유지하는 데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이런 점에서 '선거관리의 기능이 충분히 작동했는지'를 되묻게 한다.
이런 이유로 선관위 내부에서도 전체 위원 12명 가운데 7명이 ‘당선무효 인용’에 손을 들었다. 다수의 위원이 '해당 변수가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이 중 일부 위원은 “선거 당일에라도 공고가 됐다면 유권자의 선택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김민겸 후보의 위반 행위 또한 단순한 경미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선관위 역시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 '김 후보측의 후속 조치가 있었더라도 SNS와 메시지의 특성상 이미 영향을 받은 유권자의 판단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징계 정보를 투표마감 이후에 공개했고,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후보들의 이의신청마저 기각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사후적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선관위 스스로가 공포한 셈으로, 추후 '일단 당선만 되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후보들에게 심어주게 될런지도 모른다.
치협 정관 제71조의2(선거관리위원회)는 '회장단 선거의 공정한 관리와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라고 선관위의 태생적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가 공정했는지'는 이 사건에서 다른 무엇보다 먼저 따져봐야 할 핵심 키워드가 된다.
과연 이번 선거의 과정과 그 뒷처리는 모두에게 공정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관련 규정이 어떻든 선관위는 정관을 위배해 치과계를 또 다시 혼란에 빠뜨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