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보다 장면으로 기억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The Verve의 ‘Bitter Sweet Symphony’도 그런 곡입니다. 뮤직비디오 속 리처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는 런던 거리를 묵묵히 걸어갑니다 사람들과 계속 어깨를 부딪히며. 누군가는 짜증을 내고, 누군가는 뒤돌아봅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사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누군가를 공격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앞으로 걸어갑니다. 참 이상한 장면입니다. 분명 앞으로 가고는 있는데 어딘가 도착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1997년 발표된 이 곡은 브릿팝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으로 꼽히지만, 가사는 생각보다 훨씬 냉소적입니다. '돈의 노예가 된 채 살아가다 죽는다'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등장합니다. 사람은 변화를 꿈꾸지만 결국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반복되는 삶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요즘의 치과계를 보면 가끔 이 노래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개원 환경은 어렵다고 하고, 의료 질서는 무너진다고 말합니다. 과잉 경쟁과 저수가, 플랫폼 문제와 불법 의료광고, 보기에도 민망한 선거 문화까지 매번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누군가는 '이번엔 정말
사람은 늘 무언가를 움켜쥐고 살아간다. 명예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으며, 때론 자존심이나 승부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면 그것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닫곤 한다. Dust in the Wind는 바로 그런 노래다. 1977년 발표된 이 곡은 화려한 기타 솔로나 폭발적인 고음도 없다. 대신 어쿠스틱 기타 위에 담담한 목소리 하나가 조용히 흐른다. 마치 누군가 늦은 밤 인생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꺼내는 그런 느낌으로.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사실 이 노래를 만든 Kansas의 케리 리브그렌은 처음엔 그저 기타 연습용 핑거스타일 패턴을 만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가 멜로디를 듣고 “노래로 만들어 보라”고 권했고, 거기에 삶의 허무에 대한 가사가 붙으면서 뜻밖의 명곡이 탄생했다. 흥미로운 건 이 노래가 슬프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담담하다는 점이다. 체념이라기보다 성찰에 가까운데, 인간은 영원할 것처럼 싸우고 다투지만 결국 시간 앞에서는 모두 먼지가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읊조린다. 그래서인지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어 다시 들으면 훨씬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요즘의 치과계를 보다 보
비는 늘 같은 방식으로 내리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스며든다. 어떤 날의 비는 배경이 되고, 어떤 날의 비는 기억을 끌어올리는 장치가 된다. Uriah Heep의 'Rain'은 후자에 가깝다. 내리는 비를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비를 통해 스스로의 상황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가사는 여백이 많은 수묵화 같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rain’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비를 맞으며 서 있는 화자. 묘하게도 이런 단순함이 오히려 가슴을 깊게 파고든다. '비를 맞고 있다'는 건 피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곡은 굳이 슬픔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게 할 뿐이다. 피아노 위에 얹히는 보컬 역시 비교적 건조하다. 울음을 참는 사람처럼 좀체 감정선을 터뜨리지 않는데, 그런 절제가 오히려 슬픔을 더 크게 느끼게 한다. 때문에 'It’s raining'의 반복은 어떤 선언이기보다 체념에 가깝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은, 그래서 이 구절은 더욱 쓸쓸한 읊조림이 된다. 그림을 한번 그려보자.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서 있는 사람.
1993년 9월, 고대 그리스의 신전 위에 피아노가 놓였습니다. 야니가 그토록 꿈꿨던 공연 'Live at the Acropolis'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밤, 가장 먼저 하늘을 울린 곡은 'Aria'였습니다. 이 곡을 처음 듣는 사람은 누구나 놀랍니다. 언뜻 오페라처럼 들리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언어, 두 명의 여성 보컬이 서로에게 건네는 듯한 감미로운 대화. 사실 이 곡은 이탈리아의 테너 페루치오 탈리아비니의 아리아 ‘Un Amore Cos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편곡곡입니다. 야니는 이 고전적 멜로디를 전자 피아노와 스트링, 그리고 코러스의 숨결로 다시 빚어냅니다. 원곡의 정서는 사랑의 절절함에 가까웠지만, 야니의 ‘Aria’는 그보다 더 광대한 어떤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마치 바람, 시간, 기억 같은 이름 붙일 수 없는 그런 감정들 말이죠. 곡의 중심을 이루는 두 명의 소프라노는 샐리 달링(Sally Dworsky)과 린다 로지(Linda Lee Lawley)입니다. 이들은 실제 가사보다 그 감정을 더 선명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고, 언어는 ‘무의미한 가사’를 얹은 가성의 아르페지오로, 순수하게 음성 자체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세대를 건너 여전히 사랑받는 곡들이 있습니다. 듣는 순간 시간을 멈춰 세워 기타 한 음만으로 오랜 기억을 불러오게 하는 노래.., Eagles의 ‘Hotel California’가 바로 그런 곡입니다. 이 노래는 단순한 록 히트 넘버를 넘어 1970년대 미국 사회의 팍팍한 분위기와 록 밴드 Eagles의 음악적 정점이 응축된 하나의 작은 세계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무슨 뜻일까 싶은 심오한 가사 덕분에 많은 이들이 다시 찾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Hotel California’는 화자의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됩니다. 밤길을 달리던 어느 여행자가 묘하게 황홀하면서도 불길한 장소에 도착하죠. 하지만 노래 속 이 호텔은 꼭 실제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유혹과 욕망의 은유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시 미국 대중문화가 겪던 과잉과 방황의 상징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가령 '머리에 티파니를 꽂은 여자'(She got the Mercedes bends)는 화려함 뒤에 숨은 공허함을, '미러스 온 더 실링'(Mirrors on the ceiling)은 자기 자신과 계속 마주해야 하는 심리적 구조를 상징합니다. '언제든지
매번 올드팝만 소개하다가 이번에는 비교적 최근의 노래를 한곡 골랐습니다. 영국 런던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딘(Olivia Dean)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소울 보컬리스트 중 한 사람입니다. 1999년생으로, BRIT 스쿨 출신이라는 점에서부터 이미 영국 음악계가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신예였죠. 따뜻하면서도 약간의 허스키를 섞은 보컬, 그리고 복고적 소울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감각으로 일찍부터 ‘Amy Winehouse의 계보를 잇는 아티스트’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녀는 2023년 데뷔 앨범 'Messy'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올해 발표한 두 번째 앨범 'The Art of Loving'을 통해 완전히 자신만의 색깔을 확립했는데, 이 앨범의 리드 싱글이 바로 ‘Man I Need’입니다. 발매 직후 이 곡은 단숨에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20에 올랐죠. BBC Radio1과 Apple Music의 플레이리스트에 연이어 소개되더니 영국 R&B 차트에서 1위,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상위 30위권에 들며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Man I Need’는 제목 그대로 ‘내게 필요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노래가 말하
답답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갑니다. 날씨 만큼이나 치과계에도 먹구름이 잔뜩입니다. 낮게 무거워진 하늘을 올려다 보노라면 불현듯 '당장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뭔가 또한 늘 해온 사람들의 몫이기가 십상입니다. 오늘 소개드릴 Bruce Springsteen의 'Dancing In the Dark'은 1984년 앨범 'Born in the USA'에 실린 첫 싱글입니다. 빌보드 2위에 오르며 그를 메가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곡이지만, 이 노래는 꽤 팽팽한 긴장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당시 앨범 작업을 거의 끝낸 상태였음에도 음반사 측이 “라디오에서 확 꽂힐 곡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압박을 계속했다는군요. 스프링스틴은 볼이 잔뜩 부은 채 이 곡을 단 하루 만에 완성해냈답니다. 그런 배경 때문일까, 노래 전체에 흐르는 정서는 무대 위에서의 신나는 춤사위와는 달리 '답답하고 억눌린 현실을 어떻게든 뚫고 나가고 싶은 몸부림'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몸부림.. 가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죠. You can’t start a fire... Worrying about your little world falling apart
'내 마음의 절반을 두고 온 하바나.' 이 한 소절만으로도 이미 남쪽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만듭니다. 따뜻하고 끈적한 트럼펫 소리, 뒷골목을 유영하듯 흐르는 리듬, 그리고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의 몽환적이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 ‘Havana’는 2017년 라틴 팝이 팝 차트를 휘어잡던 그 해를 대표하는 노래이자 한 아티스트의 선언 같은 데뷔곡입니다. 카밀라 카베요는 쿠바와 멕시코의 뿌리를 가진 라틴계 아티스트로, 원래는 걸그룹 Fifth Harmony 출신이죠. 팀을 떠난 후 발표한 이 솔로곡은 빌보드 Hot 100 1위를 차지하며 그녀의 독립을 당당히 알렸습니다. 때문에 'Havana'는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꺼내 보여주는 첫 페이지 같은 곡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 곡이 ‘도시’를 노래하면서도 도시의 구체적인 풍경보다는 감정에 훨씬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바나는 실존하는 지명이지만, 노래 안에선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리움, 혹은 지워지지 않는 본능 같은 열정으로 그려집니다. Young Thug의 피처링도 흥을 더하지만, 중심은 철저히 카밀라입니다. “He took me back to East A
“Can't take my eyes off you.” 한 줄 가사로도 가슴이 쿵 내려앉는 이 곡은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세레나데로도, 이별의 뒷모습을 비추는 배경음으로도 무척 자주 쓰입니다. 프랭크 발리(Frankie Valli)의 1967년 원곡이 빌보드 2위에 오르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후, 수많은 가수가 이 곡을 다시 불렀죠. 그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이고 특별한 버전을 고르라면 나는 단연 Morten Harket의 해석을 떠올립니다. 노르웨이 출신 밴드 a-ha의 보컬로 잘 알려진 Morten Harket은 1993년 솔로 앨범 'Poetenes Evangelium'을 발표한 후 1995년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수록한 Wild Seed 앨범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섭니다. 원곡의 활기찬 리듬과 브라스 섹션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대신 전반부는 무중력 상태의 피아노와 그의 투명한 파르세토만이 공간을 메우죠. 따라서 Harket의 그것은 단순한 커버가 아니라 한 편의 시처럼 다시 쓴 노래입니다. 더구나 곡이 절정으로 다가가면서도 끝내 폭발하지 않는 그의 표현 방식은 듣는 이의 마음을 더 오래 붙잡아 두는데요, '보이지 않
"My Sharona"는 누가 들어도 잊기 힘든 기타 리프를 가진 곡입니다. 1979년, 펑크가 지나가고 뉴웨이브가 고개를 들 무렵 갑자기 튀어나온 이 곡은 당시 미국 청춘들의 턴테이블을 지배했었죠. 한국에서도 그 도입부 베이스 리프는 누구나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합니다. 이 곡을 부른 'The Knack'은 1978년 미국 LA에서 결성된 파워팝 밴드입니다. 활동 초창기부터 비틀즈와 비교될 만큼 주목을 받았지만, 대중의 관심은 거의 이 곡 하나에 쏠려 있죠. 데뷔 앨범 'Get the Knack'에 수록된 이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빌보드 싱글 차트 6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대히트를 쳤고, 이후 ‘역사상 가장 성공한 데뷔 싱글’ 중 하나로 남게 됩니다. 당시 Berton Averre가 리드기타를, Bruce Gary가 드럼을, Prescott Niles가 베이스를 그리고 Doug Fieger가 보컬과 리듬기타를 맡았었죠. 곡의 탄생 배경도 꽤 흥미롭습니다. 피거는 당시 17살이던 Sharona Alperin이라는 소녀에게 한눈에 반했고, 몇 달간의 구애 끝에 결국 이 곡을 헌정하게 됩니다. LA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활동 중인 샤로나는 지금도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