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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음악

[음악] 그리움과 열정의 도시 ‘HAVANA’

카밀라 카베요가 남긴 라틴 팝의 감미로운 흔적


 

'내 마음의 절반을 두고 온 하바나.' 이 한 소절만으로도 이미 남쪽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만듭니다. 따뜻하고 끈적한 트럼펫 소리, 뒷골목을 유영하듯 흐르는 리듬, 그리고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의 몽환적이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 ‘Havana’는 2017년 라틴 팝이 팝 차트를 휘어잡던 그 해를 대표하는 노래이자 한 아티스트의 선언 같은 데뷔곡입니다.
카밀라 카베요는 쿠바와 멕시코의 뿌리를 가진 라틴계 아티스트로, 원래는 걸그룹 Fifth Harmony 출신이죠. 팀을 떠난 후 발표한 이 솔로곡은 빌보드 Hot 100 1위를 차지하며 그녀의 독립을 당당히 알렸습니다. 때문에 'Havana'는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꺼내 보여주는 첫 페이지 같은 곡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 곡이 ‘도시’를 노래하면서도 도시의 구체적인 풍경보다는 감정에 훨씬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바나는 실존하는 지명이지만, 노래 안에선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리움, 혹은 지워지지 않는 본능 같은 열정으로 그려집니다. Young Thug의 피처링도 흥을 더하지만, 중심은 철저히 카밀라입니다. “He took me back to East Atlanta” 처럼 현재와 과거,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오가는 이 여정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 순간엔 확신에 찬 듯, 어느 순간엔 미련을 담은 듯 들리기도 하죠.
뮤직비디오 역시 놓칠 수 없습니다. 고전 영화의 패러디 같은 장면 속에서, 카밀라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합니다. 소녀, 연인, 배우, 딸… 이 모든 역할은 결국 ‘나’로 귀결되고, 그녀는 말하죠. "You have to be the hero of your own story."
‘Havana’는 댄스 플로어에 울려 퍼지기 좋은 라틴 팝이자 고향과 현재 사이에서 길을 찾는 이민자 2세대의 정서가 녹아 있는 곡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여름밤의 감미로운 사운드트랙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기 위한 한 편의 시'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