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선생의 틀니정 호 승황순원 선생님 단고기를 잡수셨다진달래 꽃잎 같은 틀니를 끼고단고기 무침이 왜 이리 질기냐고틀니를 끼면 행복도 처참할 때가 있다고천천히 술잔을 들며 말씀하셨다아줌마, 배바지 좀 연한 것으로 주세요우리들은 선생님의 틀니를 위해일제히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황선생님만큼은 틀니 낀 인생이 되지 않기를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술을 마셨다틀니를 끼면 인생은 빠르다틀니를 끼면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틀니를 끼기 시작하면서부터 인생의덜미를 잡히기 시작한다틀니를 끼는 순간부터 인간은육체에게 비굴해진다서울대입구 지하철역경성단고기집을 나오자 봄비가 내렸다황선생님을 모시고 우리들은 어둠속으로밖을 향해 계속 길을 걸었다걸으면 걸을수록 틀니를 끼고 이를 악물고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욱 두려워더러는 지하철을 타고 가고더러는 택시를 타고 가고더러는 걸어서 가고평생에 소나기 몇 차례 지나간스승의 발걸음만 비에 젖었다 결핍정호승 시인은 가난한 성장기를 보냈다. 문예 장학생으로 경희대에 입학했고, 장학금이 보장된 1학년 이후에는 학교를 계속 다니기 위해 몇 년씩 신춘문예에 매달려야 했다. 군 전역 무렵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나머지 학비문제를 해결했고, 한국일보
매년 도루묵값이 금값이더니 일본 원전 사고 때문에 올해는 많이 내렸습니다. 게다가 풍어까지 겹쳐 어민들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올 겨울 술안주는 무조건 도루묵구이입니다.날씨가 쌀쌀해지니 도루묵 생각이 간절해집니다.예전엔 제철에 잡은 도루묵보다 사철 냉동한 놈들을 내놓는 곳이 많아서 살도 퍽퍽하고 특유의 감칠 맛도 적으며 알을 에워싸는 점액질도 있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크기도 좀 컸으면 좋으련만 기껏해야 양미리 정도 사이즈이니 씹는 맛도 기대난망이었죠.하지만 도루묵 제철에 제법 큰 놈을 구어 먹다 보면, 뱃속 알의 크기도 이쿠라(연어알) 정도인데다 낫또의 그것처럼 점액질 범벅이라 묘한 맛을 냅니다. 하나하나 씹히는 알의 질감 역시 매우 독특합니다.알려진 도루묵 요리로는 찜, 찌개 등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전어처럼 구워 먹어야 제맛입니다.일단, 웰던(well-done) 수준으로 도루묵을 구운 뒤에 꼬리와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머리부터 속의 뼈까지 남김없이 씹어 먹는 것이 정석입니다. (전어를 구워서 먹는 방법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전설에 따르면, 고려시대의 어느 왕이 동해 쪽으로 몽진을 갔다가 이 생선을 맛있게 먹고는(피난길엔 허기가 반찬인지라.
“저, 그날 이후로 피부에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해요. 겁나서 검사하러도 못 가겠어요. 선생님, 저 병 걸린 거 맞지요?”하루에도 수십 개씩 의료상담에 대한 답변을 하다보면 어쩌다가 일을 저지른 청소년이나 사회 초년병들의 걱정이 가득한 질문들을 수시로 보게 된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자위행위를 하고서 막연한 죄책감과 성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해 오기도 한다. 10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들이 느닷없이 생긴 증상이나 성병 판정을 받고는 부부간의 신뢰가 무너져 험악한 분위기로 병원을 찾기도 하고, 결혼한 지 6개월이 채 안되어서 간단한 피부염으로 병원에 갔다가 성병의 일종이라는 말에 바로 이혼하는 신혼부부도 있다. 이처럼 미묘한 감정의 결정체인 성(性)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심한 공포심과 배신감, 수치심 등의 복합적인 감정으로 이성이 마비되고, 병에 대해 차분히 알아보고 의사의 조언대로 적절하게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조차하기 어려운가 보다.의과대학에 다니던 25년 전만 해도 실습을 나가보면, 대학병원 외래에 토요일이면 주사를 맞으러 몰리던 매독 환자들이 있었다. 평일 날 바쁜 외래환자들 때문에 과 사정상 몰아서 주사를
고대 그리스의 기록이나 바빌로니아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이들!” 하는 탄식이 나온다고 한다. 사회 초년병시절까지는 본받고 싶은 ‘어른’이 사회의 지도층이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내 또래가 장성·국회의원이 되더니, 드디어 한참 후배가 시장·도지사다. 비록 벼슬은 못했어도 나이 들면서 보고 들은 것은 있으니, 존경보다는 거슬리고 마음에 차지 않는 일이 자꾸 눈에 보인다. 해서, 결론은 “요즘 젊은이”다.고 노무현 정권(정부) 당시에도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말의 품격으로 트집을 잡힌 본인은 물론, “바른 말을 그토록 싸가지 없이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던 장관으로부터 야당의원의 질문에 극언으로 일관한 총리에 이르기까지, 어렵게 쌓은 공을 입으로 다 까먹은 측면이 없지 않았다. 취임 반년을 넘기면서 실언과 실수가 이어져, 박대통령 정부의 수준이 도마에 오르고, 야당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막말은 욕설이나 비속어의 문제라기보다는,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개구리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 한마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박대통령이 약
저의 식도락 노트에 용두식당과 함께 세트 메뉴로 붙어 다니는 식당이 있습니다. 풍기읍내의 '서부냉면'이 바로 그곳입니다. 그 쪽 여행을 할 때 봉화의 용두식당을 먼저 가기도 하고, 풍기의 냉면을 먼저 먹고 용두식당을 나중에 들르기도 하니 어찌되었든 두 식당에서 취급하는 한우구이를 하루에 두 번씩이나 먹게 됩니다. 봉성의 솔잎 숯불구이(돼지고기)를 먹으러 갈 때도 있지만 이럴 경우 용두식당이나 서부냉면 둘 중에 하나는 포기를 해야 하니 베르테르 못지않은 번민이 따릅니다. 당일치기로 울진이나 영덕까지 내려가 대게를 먹는 날에도 한 곳만 선택을 해야 하니까 그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최장 터널인 죽령터널이 생긴 이후로 풍기는 이제 오지라 할 수는 없는데, 예전엔 풍기나 영주에 한 번 가려면 박달재를 지나 죽령이나 이화령을 거쳐 돌고 돌아야 했습니다. 그 정도로 오지였던 경상도 두메산골인 풍기에 난데없는 정통 평양냉면이 왠말입니까?지금은 은퇴하신 대학 은사님이 계십니다. 교수님의 원래 고향은 평안도이신데, 전쟁 때 피난을 풍기로 내려오셨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이곳에서 다니시다 고등학교는 다시 다른 지역으로 유학을 가셨다는군요. 그런데
벌써 날씨가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이 확실히 느껴지네.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한대로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무언가를 조금 실천해 보았나? 사실 이론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이 많아서 당장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아^^. 직원들은 내가 큰맘먹고 투자해 주어도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받는 것은 당연하고 안주면 서운해 하다 당장이라도 돌아서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지. 그런 직원의 모습을 보면서 후배님은 또 상처받는 것이 반복되고, 그러다가 직원에 대해서는 대부분 포기의 단계에 이르게 되지. 사실 나도 그런 시행착오를 경험했었거든. 그러다가 경영을 공부하면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은 것이 있기에 오늘은 그것을 나누어 볼까 하네.^^마케팅 삼위일체라는 말을 혹시 들어 보았나? 마케팅이라 하면 대부분 홍보나 광고를 생각하지. 그런데 삼위일체라 하니 세 가지가 하나같은 관계라는 말인데, 그것이 무슨 이야기이냐를 설명해 줄께^^. 후배님이 이미 알고 있는 마케팅은 세 가지 마케팅 중에서 ‘외부 마케팅’이라는 부분이야. 병원과 환자와의 상호작용에 해당하는 것이지. 그것 말고도 중요한 것이 원장과 직원과의 상호작용에 해당하는 ‘내부 마케팅’이란
저는 어설픈 천주교 신자입니다. 아들보다도 10년 늦게 세례를 받았지요. 세례 받고나서 이 성당 저 성당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성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스테인드글라스인 것 같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없는 성당도 있습니다. 아마도 가난한 성당이겠죠.) 빛의 세기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신비하게 변화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있으면, ‘색의 오케스트라’라고 한 누군가의 표현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화천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흰 비둘기는 성령을 상징합니다.죽림동 성당.갈말성당. 동그란 작은 창들이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습니다.소양로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세례대 위에 내리고 있습니다.후평동성당. 성인의 모습을 새겨놓았습니다.죽림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의자와 마루바닥에 쏟아지고 있습니다.엄흥식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서울대학교병원 치주과 전공의 수료서울대학교 대학원 치의학 박사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교수강릉원주대학교치과병원 원장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은수에게 말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그러나 사랑은 변합니다. 노련한 은수는 이미 그걸 알고 있고, 어리버리 상우만 모르고 있었던 거죠.그럼 우리의 입맛도 변할까요? 대략 60대가 넘어가면 혀의 미뢰세포가 많이 소실되어 미각이 둔화되고 결국은 음식의 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집니다. 어머님들은 자식들에게 해주는 반찬이 불안하여 자꾸 소금이나 간장을 집어넣기 마련입니다. 결국 소금찌개나 간장국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그렇다고 어머니께 투정을 부리면 곤란합니다. 영화 '음식남녀'의 주인공인 '주부사'가 미각을 잃은 이유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감이나 고독 따위로 포장되었지만, 결국 노화가 근본 원인입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단골로 다니던 식당의 반찬들이 과거와 같은 맛이 아니라면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식당의 찬모 손맛이 변한 건지.... 이도 저도 아니면, 식당의 영업 전략에 따라 일부러 바꾼 것인지 요령부득입니다.경북 봉화는 두메산골 지역이지만 의외로 먹거리가 다양한 지역입니다.일단 송이버섯의 최대산지이죠. 양양군이 더 많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양양은 인접한 인제, 평창, 고성 등지에서 채취한 송이의 집산지라
“나는 신(神) 앞에 엄숙히 선사한다. 나는 나의 의학적 지식과 판단을 환자를 돕기 위한 목적이외의 부정하거나 악한 목적에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선서한다. 진료와 그 밖의 업무상으로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지킬 것을 선서한다. 만약 이 선서를 지킨다면 의업과 생활에 있어 번영과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중에서) 2000년 전에 선포한 선언적 윤리인데도 지금 우리들이 한번쯤 다시 읽고 되새겨 볼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 생각이 된다. 시대의 변화를 불문하고 언제나 지켜야할 의료인의 의무와 사명이 그 속에 진솔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선언적 윤리관을 실제로 현실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윤리라는 것이 어떤 고정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인 상식과 규제 속에서 선과 악의 인식에 대한 역학관계를 윤리라는 기준이 가치로 풀어나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의사 자신들이 완벽한 윤리관으로 무장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리관으로 완벽하게 무장된 ‘좋은 의사’는 과연 있을까? 좋은 의사는 믿을만한 의사이고 믿을만한 의사는 자기수양이 된
젊은이들이 많이 사라진 농촌에 가보면 전원도 켜져 있지 않은 낡은 냉장고에 하나 가득 약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빨강, 파랑 알약들이나 캡슐약, 가루약도 포장지 하나 가득 있을 뿐 아니라, 비닐 팩에 담긴 한약과 통에 든 비타민까지 합치면 말 그대로 약만 봐도 배부를 정도다. 약의 내용도 다양해,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심장병,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만성질환에 쓰이는 약들 말고도,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 한약, 보약, 건강보조식품, 며느리가 보내준 수입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약들이 어지럽게 한다. 게다가 할아버님들이 할머니 모르게 한구석에 숨겨둔 약들이 있으니, 흔히 ‘happy drug’이라 부르는 성관계와 연관된 약물들이다. 여자들 모르게 남자들만 숨겨놓고 먹는 약들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발기기능을 도와주는 ‘발기부전치료제’와 사정이 너무 빠를 때 먹는 ‘조루증치료제’가 그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발기기능을 근본적으로 고쳐주는 발기부전의 치료제라기보다는 나이가 들고 각종 성인병으로 약해지는 성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해결사’역할을 하는 약들이다. 처음 약이 발견된 스토리가 기막히다. 심장약으로 약을 타 먹던 환자들이 심장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