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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

[영화]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

현란하지만 가슴이 저리도록 슬픈 영화

 

오랜만에 극장엘 들렀습니다. 그것도 개봉 날을 기다려서 말입니다. 본 시리즈는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영화입니다. 제이슨 본 역할을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랬어도 지금처럼 15년씩이나 팬들을 잡아둘 수 있었을까요? 슈왈제네거 없는 '터미네이터'를 상상하기 어렵듯이 본 시리즈 또한 맷 데이먼이 아니면 한순간 현대판 무협지로 전락하고 말겁니다. 이미 4편 본 레거시에서 증명이 된 것처럼 말이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제이슨 본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주인공이 실제 인물이라면, 그가 택한 삶은 과연 뭘까 하는 의문에서 말입니다. 감정없는 파이터, 늘 긴박하고 안전하지 않은 공간, 차갑고 고독한 밤, 매순간의 목숨을 건 격투, 거대 권력에 맞선 맨몸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기억속의 시간들..

이런 상황을 보통 사람들은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요? 하지만 영화 속 제이슨 본에겐 일상에 불과합니다. 주위를 경계하며 거리를 걷고, 누군가의 표적이 된 채 쪽잠을 잡니다.

어릴 적 무술 고수가 되고 싶어 열심히 태권도를 연마하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 때는 늘 옆차기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상대를 상상하며 발차기 연습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이슨 본 같은 절대고수의 삶이 이 지경이라면 태권도를 일찍 때려치운 게 다행이다 싶어집니다. 저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상대가 누가 됐건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기량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일을 마치면 돌아가 쉴 수 있는 따뜻한 관계와 공간이 허락되지 않은 인생은 그 자체로 불행입니다.

맷 데이먼은 영화속에서 그런 아픔을 온 몸으로 표현해냅니다. 그의 눈빛, 그의 걸음걸이, 그의 말투, 그의 옷차림까지가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아마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제이슨 본이 웃는 걸 한번도 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무겁고 현란하고 또 얼마나 슬픈 영화입니까, '제이슨 본'은..

긴장감 넘치는 액션과 스피디한 전개. 후반부의 카체이싱 장면이 압권. 계절에 상관없이 좋은 영화이지만 요즘같이 찌는 휴가철이면 특히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