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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불편한 SBS스페셜式 '양심치과 강요하기'

과잉은 과잉의 문제로만 다루는 게 정답

지난 일요일 스페셜이란 이름으로 TV에 등장한 치과의 모습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 느닷없는 20여분의 영상 속에 치과의사의 입장에선 감추고 싶을 많은 것들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그건 바로 경쟁과 과잉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 영상물엔 두 종류의 치과가 등장합니다. 얼굴을 드러낸 양심치과와 얼굴을 가린 비양심치과. TV를 보면서 아마 많은 분들이 이 피할 수 없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새삼 확인하셨을 겁니다.

어떠셨는지요? ‘나 정도라면 카메라 앞에 충분히 얼굴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 자신하시나요? 대표적인 양심으로 소개된 강창용 원장의 경우 카메라는 물론 환자들에게도 무척 당당했습니다. 그런 당당함을 그는 정말 보잘것없는 하루치 진료수입으로 증명했습니다. 환자들은 그런 그를 무척 신뢰하더군요. 1인치과의 불편은 고사하고, 치과가 문을 열기도 전에 길게 줄을 설 정도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이제 환자들의 치과 선택기준은 ‘착한 치과’에서 ‘양심치과’로 옮겨가는 듯싶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격이 착한 치과가 우선 고려 1순위였지만, 이제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속이지 않는 치과를 더 선호하게 된 겁니다. 이런 변화 역시 강창용 원장 같은 양심파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저도 물론 변화를 반기는 입장입니다. 강 원장의 내부고발이 어쩌면 개원가에서 과잉진료를 몰아내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비유에 의하면 ‘과잉진료는 살짝 긁힌 자동차 문짝을 통째로 갈아 끼우는 경우’나 마찬가지랍니다. 이런 행위가 자동차가 아니라 전문성이 떨어지는 환자들을 상대로 이뤄지므로 과잉진료는 범죄행위와도 다르지 않다는 거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과잉진료에 관한 한 그는 백번 옳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치과의사들이 강창용 원장처럼 살아야 할 건지’는 또 다른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도 처음엔 직원 2명을 둔 보통의 치과로 출발했지만,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혼자 남게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말은 다시 정리하면 ‘양심적인 진료로는 직원 한명 건사하기도 어렵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럼에도 의료법(시행규칙 38조)은 치과에 1일 평균 외래환자 30명당 1명씩의 치과위생사 또는 간호조무사를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수점은 올림’이라고 친절히 설명까지 붙여 뒀으므로, 아무리 작은 치과라도 법을 지키려면 최소 한명의 진료 스탭은 둬야 맞습니다.

그러므로 엄밀히 따져 강 원장의 1인 치과는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봤자 처벌이야 ‘시정명령’이 고작이지만, 처벌이 가볍다고 무시해도 좋을 법이 있을까요?


 

그가 매우 훌륭한 치과의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런 만큼 이번 SBS스페셜은 동료 치과의사들에겐 불편하기 그지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치 ‘어떻게 하면 비양심적인 의료인으로 손가락질 당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치과를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심오한 화두를 받아 든 것처럼 말이지요.

SBS는 왜 하필이면 강창용 원장 같이 특별한 치과의사를 택해 과잉진료라는 범용의 주제를 다뤘을까요? 이는 ‘무소유’의 법정스님에게 ‘욕심’의 기준을 설파토록 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과잉이 모든 환자들에게 과잉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신봉하는 보험진료가 모든 이들에게 최상의 선택이 되진 않습니다. 그의 치료계획이라고 반드시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방송은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양심치과’라는 환상을 심어주고 말았습니다. 일체의 다른 고려를 배제한 채 섣부르게 치과를 양심과 비양심의 이분법적 틀 안에 가둬버리고 만 거지요. 그 결과 많은 보통의 치과의사들이 앞으로는 자신의 치과에서조차 치료행위로서의 판단과 선택을 제한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강 원장의 1인 치과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방송에선 별다른 성찰이 없었습니다. 그의 양심이 보편성을 띠기 위해선 보험진료만으로도 관련법을 준수할 수 있을 만큼의 수입은 보장돼야 하지만, 그의 치과에서 직원들을 몰아낸 수가 현실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지만 강창용 원장의 개원방식은 매우 특수한 경우입니다. 그가 본받을 만한 훌륭한 치과의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모든 치과의사들이 그의 개원방식을 흉내 낼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그의 ‘양심’ 또한 다른 치과의사들의 ‘양심’과 얼마든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런 '다름'에 대한 고려없이 강 원장의 방식을 일반화시킬 경우 우선 환자들부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방송은 ‘과잉진료’라는 유익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에서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되는군요. 아래는 지난번 화제가 됐던 강창용 원장의 ‘치과의사가 직접 밝힌 과잉진료 피하는 방법’ 입니다. 잘 숙지하셔서 '과잉의 의심'부터 피하시기 바랍니다.

 

치과의사가 직접 밝힌 과잉진료 피하는 방법

 

▲진단을 받을 때는 세 군데 이상의 치과를 방문해 반드시 검진만 하러 왔다고 한다.

▲충치가 있는 치아의 위치, 치료 방법 등을 알려달라고 해 수첩에 메모한다.

▲이후 대학 병원이나 믿을 만한 지인의 소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양심적이라고 평가받는 치과에서 검진 받은 다음 비교해 진료를 결정한다.

▲치료비가 많이 나왔다면 치아에 맞는 보험치료를 알아보거나, 치료가 급한 치아부터 치료해 달라고 요구한다. 몇 부분으로 나눠 순차적인 치료를 부탁하면 진료비 부담을 덜고 과잉 진료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단순히 환자가 많은 병원이거나 진료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가 많다는 건 과잉 진료의 개연성을 의미할 수도 있고, 저렴한 진료비는 미끼 상품일 수도 있다. 환자를 유인해 박리다매 혹은 위임 진료를 일삼는 치과일 수 있으므로 그런 치과에 갔다면 검진은 받되 치료는 다른 치과와 비교해 신중히 결정한다.

▲치과의사가 다 똑같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무한 경쟁 속에서 환자를 영리 목적으로만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치과에 갔는데 마치 백화점이나 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면 과감히 거기에서 나오는 편이 낫다.

▲좋은 치과는 실장이나 코디네이터가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지 않으며, ‘당일에 선납하면 할인해준다’며 당일 치료를 권하지도 않는다.

▲치아가 시려서 치과에 갔다가 충치로 과잉 진료를 당하는 환자들이 많다. 치아가 시리거나 아프다고 해서 모두 충치인 것은 아니다. 시리면 무조건 치아가 썩었을 것이라는 오해만 버려도 과잉 진료를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환자가 많은 치과, 중심 상권의 대형 치과, 지인의 소개로 간 치과라도 무조건 믿어선 안 된다. 그렇더라도 위의 사항들을 참작해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