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재료를 제외하면 현재 임플란트 보험에 필요한 급여 조건들은 정리가 거의 끝난 상태이다. 치협과 공단은 그러므로 제도 운영에 필요한 디테일을 가다듬는 한편 개원가에 새로운 제도를 설명할 Q&A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치협 보험팀은 일단 6월 10일까지 필요한 모든 사항들을 확정하고, 16일까지 준비를 마쳐 17일부터 20일 사이 회원들에게 Q&A를 일괄 발송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복병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말이 디테일이지 그게 그리 간단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가령 공단 쪽에선 ‘무치악’이란 용어 하나만 해도 이해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이쪽에서야 ‘무치악’이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치아가 모두 상실된 상악 혹은 하악을 의미하지만, 공단 사람들은 ‘악’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그러므로 대부분 이 용어를 ‘구강 내에 치아가 하나도 없는 상태’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러므로 회의에서 ‘완전 무치악은 급여적용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건 같지만, 실상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결과는 양쪽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요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는 고충은 순전히 전문가단체인 치협이 감내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재료 선택권에선 환자들 목소리 커질 듯
치료재료에 관해서도 해야 할 얘기는 많다. 치료재료의 경우 현재 심평원의 급여기준 심의를 끝내고 건정심의 최종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6월 중순경 건정심을 통과하면 비로소 신규등재 고시가 가능한데, 이 고시 내용이 곧 노인 임플란트에 사용할 Fixture 및 Abutment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등재를 신청한 치료재료는 40개 업체의 500여 종류. 심평원은 특성도 가격도 다양한 이 재료들을 Fixture와 Abutment 각 4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을 단일가격으로 묶을 계획이다. 결국 보험에서의 임플란트 재료 시장은 당분간 아주 싸지도, 아주 비싸지도 않은 4가지 가격대의 심플한 구조를 띄는 수밖에 없다.
싼 재료야 이래도 저래도 상관이 없지만, 비싼 수입 임플란트의 경우 이런 폭 좁은 급여기준이 달가울 리 없다. 그렇다고 보험 등재를 포기하자니 2년 뒤 65세 이상으로 커진 임플란트 보험 시장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 더구나 ‘보험등재에서 빠진 재료가 다시 들어가려면 통상 10% 정도의 가격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설명이고 보면 일부 수입 임플란트의 고민은 막판까지 깊어질 전망이다.
자~ 이제 그렇게 치료재료 등재가 끝나고, 일제히 급여적용이 개시됐다면, 그러면 그 임플란트 재료를 선택하는 문제에선 누구의 의견이 우선할까?
의사와 환자가 상의해서 결정해온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여건상 변화의 소지는 분명하다. 우선 고시를 통해 치료재료의 가격이 공개된 데다 같은 가격대에 여러 종류의 임플란트들이 한데 묶여있다는 점이 변수가 된다.
이전의 환자들에겐 치료재료에 대한 선택의 폭이 ‘국산이냐 외산이냐’ 정도로 극히 제한적이었다면, 보험적용 이후엔 가격대나 메이커에 따른 다양한 정보들을 환자들도 미리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양 당사자 이외 보험당국이 비용에 관여하게 되면서 치료재료 선택에서 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분명한 것은 이 경우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이를테면 A 같은 브랜드가 득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같은 값이면 A로 해 주세요' 하고 요구할 경우 술자가 이를 특별한 이유없이 거절하기가 매우 궁색해진다.
임플란트 보험 O&A는 내달 17일부터 배포
또 하나, 치과는 보험 환자들을 맞기 위해 40여 업체의 그 많은 등재 재료들을 모두 구비해둬야 하는 것일까? 다행히 그런 규정은 없다. 환자가 특별히 원하면 모를까 술자에게 익숙한 재료의 범위 내에서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 식립하면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있다. 바로 ‘노 마진 원칙’이 그것인데, ‘치료재료에 치과의 마진은 없다’는 뜻으로, 바꿔 말해 ‘고시가에 매입해서 고시가 그대로 환자에게 제공하라’는 의미가 된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이 또한 지켜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매한 요구이다. 왜냐하면 보통의 치과에선 보험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들도 함께 보는데, 말대로라면 보험용 치료재료와 일반 환자용 Fixture와 Abutment를 구분해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행상의 할인구매까지 정부가 마진으로 볼 경우 종류에 따라 보험가격을 올려 받아야 하는 치료재료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보험적용을 앞두고 개원가와 업계는 다 같이 걱정이다. 치과의사들은 업체들이 고시가에 맞춰 재료대를 올릴까봐, 업체들은 고시가에도 불구하고 치과들이 예전 가격을 고집할까봐...
심평원은 치료재료 고시에 맞춰 별도의 Q&A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치협 보험팀도 임플란트 급여 TF를 보험 시행 이후에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 위의 경우처럼 현장에서 발생할 숱한 애매한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