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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떨리고 털리고’ 연세치대 교정과, ‘대세’ 인증

8일 세정회 수련의 증례발표회 사상 최대 규모


“오픈 바이트가 뭐예요?” 황충주 교수의 질문에 한 여자 수련생이 머뭇거린다. 결국 답변을 하지 못하고 종료를 알리는 ‘땡’ 소리가 났다. ‘시간이 살려 준다’는 좌장의 뼈있는 조크가 더해졌다.

연세대학교치과대학 교정 동문회 세정회(회장 권병인)가 주최한 제26회 교정치료 증례 발표회가 지난 8일(토) 연세치대병원 7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에 수련과정을 마치는 졸업생 10명은 자신의 증례를 선배들 앞에서 꼼꼼하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장을 차려입고 앳된 목소리로 발표하는 발표자와 이를 듣는 지도교수와 교정 선배들의 모습은 시종 치열하고 진지했다. 앞자리에 포진해 실시간으로 채점을 하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은 발표자는 물론 보는 사람도 ‘쫄’ 정도였다. 과연 수련의 딱지를 떼고 사회에 나가기 전 치러지는 가장 큰 관문다운 풍경이었다.

 

77년도에 만들어진 세정회는 89년도부터 수련의 증례발표를 시작했다. 전문의제도가 없는 시절, 이론 뿐 만 아니라 임상에서도 준비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수련과정을 마치는 졸업생 전원이 지도교수의 지도 아래 자신의 증례를 다듬어 발표한다. 증례 준비는 연세치대병원 수련의가 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권병인 회장은 “이미 우리 병원에 오는 것부터가 알고 오는 것이라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정과 수련의를 마쳤거나, 연세치대 교정과에서 학위를 따면 회원이 된다. 현재 총 회원은 270명이다.

올해 행사 규모는 유례없이 컸다. 참석자가 7층 강당을 가득 매운 것도 모자라 행사가 끝날 때까지 보조의자가 동원되고 서서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참가한 취재진들도 놀랄 정도. 세정회 회원들 뿐 만 아니라 ‘배움에 목마른’ 일반 개원의들도 다수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혹자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 임플란트 열풍이 남아있던 때만해도 빈자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장소 고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관계자는 ‘교정이 대세’라는 방증인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3D 이용한 증례 최초 등장…트렌드 반영

발표자들의 다양한 모습들도 볼거리였다. ‘지적해 주신 부분, 제가 감추고 싶었던 부분이었는데..’라며 곧장 잘못(?)을 시인하는 유형, 발표 말미에 미리 이실직고 아쉬운 점을 언급하는 읍소형,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하고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발표자까지, 마치 수련과정을 다시 시작하는 듯한 초긴장 무대였다.


 


임상트렌드에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세치대답게, 올해 발표에서는 3D를 이용한 증례가 최초로 등장하는 등 주제들도 흥미로웠다. ‘함치성 낭종과 다수의 매복치를 동반한 성장기 부정교합자의 비발치 치험례’(장지성), ‘대구치 결손을 동반한 개방교합 치험례’(고재민), ‘하악 소구치 결손과 개방교합을 동반한 골격성 2급 부정교합 치험례’(장우원), ‘삼차원 가상모의수술을 이용한 안면비대칭 환자의 수술교정 치험례’(김진석), ‘안면비대칭 환자의 하악과두절제술을 동반한 수술교정 치험례’(김영훈) 등 모든 사례가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발표 이후에는 우수 증례상도 시상됐다. 소수점 차이의 박빙 승부로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은 구연 발표에 고재민 선생, 테이블 클리닉 발표에 장우원 선생이었다. 이들은 “훌륭한 교수님들 밑에서 수련 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나가서도 좋은 교정의가 될 수 있도록 정진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모든 일에는 마무리가 있는 것 같아, 참 다행“이라는 말로 힘들고 빡센(?) 수련생활에 대한 시원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권병인 세정회 회장은 증례 발표회를 “꽃망울이 맺혔다가 터지는 순간”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라며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이런 증례 발표가 다른 학교들과도 함께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