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의 자살기도 소식을 조간신문으로 접한 치과계의 충격은 컸다. 그 폭풍 같은 시련에서 벗어나 지금쯤엔 애써 진료에 매진하고 있으리라 여겼던 그가 몇 줄 뉴스로 되돌아온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9일 새벽 1시께 자신의 치과건물 3층 화장실에서 건물 밖으로 투신했다고 한다. 투신 직전 치과 직원이 “(화장실에 들어간) 원장님이 곧 죽을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이 119에 도움을 청해 잠긴 화장실 문을 열고 진입하려는 순간 이 원장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발견 당시 그의 목에는 빨랫줄이 감겨 있었고….
징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전언에 따르면, 이날 밤 치과의사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 이 원장은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늦은 시각이라 글을 본 사람이 많지 않았고, 몇몇 치과의사들이 댓글로 위로했지만, 그는 곧 게시물을 지우고 자살을 감행했단다.
병원 진료실에서 이 원장이 환자 함모씨를 폭행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된 지 꼭 10개월만의 일이다. 예기치 않은 순간의 사건이 한 치과의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내가 60대 할머니에게 따귀를 맞았다면...
본인이 겪었을 그동안의 고통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그는 곧바로 대중들에게 ‘패륜 치과의사’로 낙인 찍혔다. 젊은 치과의사가 60대 여자 환자를, 그것도 진료실에서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치과에는 거짓말처럼 환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후 이 원장은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명했다.
‘숨은이야기 Y’라는 TV프로는 양쪽의 입장을 비교적 소상히 파헤쳐 사건의 책임이 치과의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시청소감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최근 얘기 나오는 것 보면 의사들이 진상들한테 폭행당하는 경우가 그리 잦은가 보더군요. 같지 않은 환자한테 번번이 시달리려니 인생 뭐 같단 생각이 들겠지만, 거기서 직접 본인이 물리력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요즘 웬만한 곳엔 CCTV 달려 있고 하니 경찰에 신고, 조금 피곤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밟으시기 바랍니다. 근데 입장을 바꿔 제가 갑자기 60대 할머니한테 따귀를 두서너대 맞으면 저는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환자인 함씨의 딸도 인터넷 포털에 글을 올려 이 원장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던 것이다. 양측의 폭로전이 계속되는 사이 병원 재정난은 가중됐고, 상호를 바꿔 다시 개원했지만 현실은 그에게 여전히 가혹했다.
결국 이 원장은 죽음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의식을 회복한 상태라지만, 그가 예전의 이 원장으로 다시 환자들 앞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런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서로 소통하지 않는 사회의 문제
치협 등 4개 의료단체가 오늘 프레스센터에서 ‘환자를 위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함께 의료기관 내에서의 의료인 폭행 동영상을 시청하고, 4개 단체장들이 공동 성명서도 낭독했다.
하지만 성명서 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사가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현대 사회는 지나치게 스마트화 되고 있다. 그래서 IT 기기와의 소통이 사람간의 소통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때문에 정작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엔 점점 서툴러지고 있다. 잦은 병원폭력도 그런 현상의 단면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까?
한 순간의 실수로 ‘패륜’의 멍에를 뒤집어 쓴 채 병실에서 신음 중인 수원의 이 원장이 치과계에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