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안창영 회장님과 고등학교 동기 동창인데요. 그때는 에어컨이 별로 보급되지 않은 시대여서 여름방학이 되면 하숙집에 앉아 있기가 너무 더워서 학교 가서 공부를 했는데 남학생들만 있는 학교여서 빤스 한 장 입고 같이 버텼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못 볼 거 빼고는 다 보 그런 차이가 있죠.
우리 안창영 회장님 비롯해서 건강사회 운동본부 회원 여러분 이런 노고를 아끼지 않아 주신 데 대해서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하시는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은 저보다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거예요.
지난 15년 동안 의료 소외계층을 돌봐드리는 걸 비롯해서 정책이나 제도가 잘 보지 못하는 그늘진 곳을 여러분이 상당한 책임져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수구 전임 회장을 비롯한 역대 회장님과 회원 여러분의 베풀어 주신 노고를 우리 사회가 기억할 거라 생각합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유엔을 관리하실 때 SDG 지속가능 개발 목표라는 걸 발표했어요. 그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슬로건이 이거였습니다.
'리브 노원 비하인드'. 그 누구도 뒤에 남기지 말라, 누구도 소외시키지 말라 이거였습니다. 건강사회 운동본부는 건강 분야에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생겨난 조직이고, 앞으로 그 활동이 더 커져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양극화되고 있죠. 수많은 양극화 중에 가장 억울한 양극화가 뭐냐, 저는 건강과 수명의 양극화라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인명재천이라 그래서 사람 목숨이 하늘의 영역이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점점 영리해져서 이제 인간들이 늘렸다 줄였다 하잖아요. 이제 그러다 보면 인간의 능력에 따라서 소득에 따라서 건강과 수면까지 양극화됩니다.
여러 통계를 보면 소득 차이에 따른 수명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바로 그런 것을 우리가 이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의료인으로 사시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런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러분의 활동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하냐' 이것보다는 '여러분이 얼마나 대단한 삶을 살고 계신가' 이걸 말씀드리고 싶어서 오늘 쫓아왔어요.
세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서양 사람들은 사람을 세 종류로 나눕니다. 한 치의 오차가 없는 그 분류 방법이에요. 우리 중학교 1학년 때 다 배웠습니다. 세 종류가 뭐냐? 1인칭과 2인칭과 3인칭. 여기에는 예외가 하나도 없습니다.
1인칭, 2인칭, 3인칭은 얼마나 다른가? 죽음을 생각해 보면 그만 1인칭의 죽음은 상상도 하기 싫으시죠? 2인칭의 죽음은 슬프겠죠? 3인칭의 죽음은 좀 안 됐다 싶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밤새도록 우는 사람은 없어요. 어디에서 지진이 나가지고 몇만 명이 죽었다 그것 때문에 엉엉 우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만큼 1인칭, 2인칭, 3인칭의 차이는 큽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죽음뿐만 아니라 사랑도 상대가 몇 인층이냐에 따라 달라져요.
1인칭에 대한 사랑은 짐승들도 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아주 인기 있었던 동물의 왕국. 그건 간단히 말하면 동물들의 1인칭 사랑을 영상으로 만든 거 아니에요. 그렇죠? 2인칭에 대한 사랑은 웬만한 사람이 다 하지. 나와 관계를 맺게 된 사람 내 아내, 내 친구, 이인층에 대한 사랑은 웬만한 사람은 다 해.
1인칭에 대한 사랑은 짐승도 하고, 2인칭에 대한 사랑은 웬만한 사람은 합니다. 3인칭에 대한 사랑이 문제인데 아무나 못해요. 3인칭은 나하고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나와 관계없는 사람을 위한 사랑, 이건 아주 특별한 소수만이 하는 거예요. 건강 사회운동본부가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대단한 삶을 살고 계신 거예요.
요즘 미국의 인기 작가 중에 제가 좋아하는 데이빗 브룩스라는 사람이 있어요. 뉴욕타임스 칼럼 리스트인데 국내에도 아주 여러 가지 좋은 책들이 소개됐죠. '인간의 품격', '사람을 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그분 작품이에요. 그런데 제가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 책은 '두 번째 산'이라는 책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상적인 인생에는 두 개의 산이 있다는 거예요. 첫 번째 산은 나를 위한 삶입니다. 내가 성공하고 출세하고 돈을 벌고 명예를 얻고 이게 첫 번째 산. 두 번째 산은 세상을 위해서 사는 삶. 세상을 위한 동화, 그렇게 사는 인생 그게 두 번째 산이라는 뜻인데, 첫 번째 산과 두 번째 산 사이에 깊은 계곡이 있다는 거예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은 그 계곡에 빠져서 두 번째 산으로 못 간다는 거죠. 여러분이 대단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여러분은 첫 번째 산과 두 번째 산을 동시에 오르고 있어요. 그래서 대단한 겁니다.
세 번째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우리 장경동 목사님이 이런 식의 분류를 많이 하시죠. 네가지 종류가 있다. 봉사와 인간의 관계에는 네가지 종류가 있어요.
우선 제일 나쁜 것은 '봉사할 마음도 없고 봉사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 있어요. 최악이죠. 그 다음으로 나쁜 건 '봉사할 능력은 있는 것 같은데 봉사할 마음이 없는 사람'. 그다음은 좀 요상한 게 '봉사할 마음이 있는데 봉사할 능력이 없는 사람', 이런 사람도 있을 거 아니에요. 가장 좋은 것은 '봉사하는 마음도 있고 봉사할 능력도 있는' 거예요.
여러분이 그런 사람입니다. 이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저는 여러분이 대단한 삶을 살고 계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 위 글은 지난 2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강사회운동본부 창립 15주년 기념 정기총회 및 후원의 밤' 행사에서 행한 이낙연 전 총리의 축사를 녹취한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정립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어서 이 자리에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