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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배고픔보다 추위와 소음이 더 큰 위협"

박 협회장 "아직은 견딜만.. 법안 폐기 위해 최선 다할 것"

 

'좀 어떠시냐'는 물음에 박태근 협회장은 '아직은 견딜만 하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단식의 고통은 이미 그의 안모에 트러블을 일으키고 있었다. 볼 살이 쪽 빠진데다 피부는 눈에 띄게 거칠어졌고, 머리까지 바짝 깎았으므로 약간 어둑한 천막 내부에선 눈빛만 형형하게 살아 보였다. 
얇은 천으로 벽을 두른 두세평의  공간엔 바닥에 메트를 두장 겹쳐 깔고 그 위에 라꾸라꾸 침대를 하나 놓았다. 침낭과 간이의자 그리고 생수병들이 보였고, 천정엔 충전용 소형 랜턴을 비닐테잎으로 대충 매달아 두었다. 단식 나흘째인 그는 그동안 생수와 소금, 포카리스웨트를 1병 정도 마셨다고 했다. '소금과 포카리스웨트는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따랐다. 
음식물의 공급을 멈춘 상태에 몸이 어느정도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정작 박 협회장을 힘들게 하는 건 추위와 소음이었다. 침낭속에 몸을 뉘여도 밤엔 아직 상당히 춥다고 했다. 거기다가 밤에는 찻소리가, 낮에는 옆 농성장의 확성기 소리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국회 앞 노숙은 거친 야생의 환경 그 자체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자신의 건강 상태를 한번도 의사에게 체크하지 않았다. 이필수 의협회장이 다음엔 꼭 청진기를 갖고 오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은 아니고, 나흘째인 6일 아침  몸이 약간 이상해지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럭저럭 참을만 하다고 했다. 밖에선 '선거 전 앰뷸런스설'까지 나돌았음에도 그런 세간의 의심과는 상관없이 그의 표정은 비교적 평온해 보였다. 이날 기자들을 그 좁은 천막 안으로 부른 것도 '잘 버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라고 왜 선거를 생각하지 않았을까마는.., 그냥 그 순간만큼은 그의 그런 진심을 믿어주기로 마음들을 먹고 있었다 모두. 
우연하게도 김민겸 후보도 그 시각 경쟁 후보의 단식농성장을 방문했다. 쌓인 게 많을 두 사람이지만, 한참동안 위무와 응원의 말들을 주고 받았다.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밀자 4번이 2번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꼭 필요하면 이어서 하면 되고, 정 이을 사람이 없으면 저라도 나서겠다'고 했다. 2번은 웃기만 했다. 

 

  ■ 박태근 협회장의 성명서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원 여러분.
저는 단식투쟁으로 인해 몸이 편치는 않지만, 여러분들에게 지난 주말을 지나 잘 버티고 있음을 보여 드리고,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부당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 법안은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2020년 의료계 총파업에 대한 보복성 법안으로 재추진 되어 2021년 2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되었고 그동안 장기계류 되었던 법안 입니다. 그러나 최근 정치적 목적 등 여러가지 이유로 간호법과 함께 패스트 트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의료인은 의료와 관계된 범죄 뿐만이 아닌 모든 범죄, 예를 들면 교통사고나 집회 시위법 위반 등의 문제로 금고이상, 집행유예의 형을 받게 될 경우 면허가 취소됩니다. 또한 면허 취소 시점부터 5년이 아니고, 형이 종료된 후부터 5년이 지나야 면허의 재교부가 가능해지고, 이후에도 의료행위와 상관없는 다른 이유로 금고형을 선고 받으면 10년간 면허 재교부가 불가하게 되어 현실적으로 면허박탈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는 ‘이중처벌’임과 동시에, 변호사 같은 타 직종 전문직과 비교해 봤을 때도 형평성 차원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 외 어느 직군에서 직군과 상관이 없는 사건에서 본인의 직업을 박탈당하는 법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현재는 의료와 관계된 범죄에 대해서만 면허가 취소되며 선고유예 시에는 자격정지 기간을 감경해주기까지 하는데, 면허취소법이 통과되면 범행 정도, 종류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면허가 취소된다는 점에서 악법중의 악법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개정안대로 의료법이 시행될 경우, 불가항력적 과실로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으며, 이는 의료인들의 중환자 기피, 고난도 수술기피를 초래할 것이며,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존폐의 위기에 몰려있는 필수의료 분야의 인재 확보는 불가능해 질 것이고, 이로 인해 의료시스템 전체의 붕괴가 우려됩니다.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미 무너지고 있는 소아과, 응급의학과 등이 새로운 인력을 뽑는데 고역을 겪고 있는 것을 볼 때, 치과계도 마찬가지로 쉬운 진료만 하려하고, 어려운 진료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 역시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입니다.
치과는 기본적으로 외과 기반의 의료입니다. 이러한 면허 취소법은 결국, 잠재적으로 항상 존재하는 의료사고 뿐 아니라 직역과 상관없는 다른 사고 발생시 민·형사상으로 치과의사들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는 악법입니다. 그동안 본회의 상정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 사태를 우려하는 회원님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들께 항의전화와 이메일, 문자를 보내고 이어서 13개 보건의료단체와 함께 총궐기대회를 하는 등 우리의 많은 노력을 통해 지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중요한 현안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 중차대한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폐기를 위해서, 저는 삭발을 하고, 또한 지난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단식 투쟁을 통해서 이 법안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습니다. 
피끓는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우리가 단결해서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폐기해야 합니다. 오늘로서 단식 나흘째입니다. 힘들지만 여러분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보건복지의료연대 여러분. 저의 투쟁이 신호탄이 되어 함께 더 연합하여, 의료인 면허취소법 폐기! 간호법 제정 절대 반대!를 관철시킬 수 있을 때까지, 이 한 몸 바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3. 03.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