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 때 청량리 하숙집은 한 방을 둘이 쓰는 하숙비가 18,000원 씩이었는데(통상 15,000원) 불평은 없었다. 집이 정갈하고 맛깔스런 개성 음식에, 밥은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일등급 경기미요, 아침마다 계란에 하루걸러 소고기 볶음이 나온다. 장성한 아들을 짝 지워 내보내고 나니 두 딸만 남아서 적적함을 달래려고 하숙을 친다고 했지만, 명문대생만 고르는걸 보면 은근히 사위욕심도 있었나보다. 알고 보니 김씨는 욕심을 부릴 만한 알부자였다. 개성에서 단신으로 월남하여 양복점으로 돈을 벌어 종로에만 지점 네 개에 공장까지 갖고 있었다. GQ나 이용화 양복만은 못해도 가봉을 (fitting) 두 번씩 하는 일류 맞춤복(tailormade)점이었다.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열심히 일만 하면 양복점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아날로그 시절의 신화다. 개화기 신사복계는 공산혁명에 쫓겨 온 백계러시아 망몀객들 손에 있었다 한다. 그래서 맞춤양복에서는 귀족 내지 부자의 냄새가 난다. 가래떡을 굴려서 보풀과 먼지를 털기도 했단다. 라샤점(羅沙)에 가서 영국제 밀수입품 서지(serge) 기지(生地:옷감)를 두 마 세 치 끊어다 주면, 고급 안감을 대어 최고급양복을 지어준다.
요즘 TV는 드라마와 오락물 쇼가 대세다. 쇼 내용은 출연자들이 얼마나 망가지느냐 하는 변태시합이요, 개그도 무의미한 자기학대나 나중에 왜 웃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인스턴트가 주류다. 그래서 비 호감 용모와 저급한 상소리, 반말과 무례가 뜬다. 인내력·집중력을 키우지 못하는 교육, 깊이 없는 즉석 감정발산의 일상화 같은 병리현상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다른 기회로 미루고, 가수 싸이의 최신 히트 곡“We're the One."을 보자. “숨이 턱에 찰 때 내 손을 잡게.” 반말로 호소하는 랩은 직설적인 대화체요, 무대에서는 춤과 바디 랭귀지가 곁들여져 관객과의 교감은 스킨십에 필적한다. “넘어질 순 있어도 쓰러질 수는 없어.”에서 두개의 동사 모두 영어로는“fall down"이다. 넘어지다 자체는 자동사 쪽이지만 외부원인에 의한(돌 뿌리에 걸려) 경우가 많고, 쓰러지다는 타동사에 가깝지만(총탄에 맞아) 여기서는 의지(will)가 꺾인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수는 있지만 --수는 없어”에서 앞의‘수’는‘경우’와 같은 객관이, 뒤의‘수’는 가능 조동사의 의미, 주관이 실려 있는 것이다. 결코 스스로 무너지지는 않겠다는“의지의 강조”다. 싸이는 살찐 몸매에 비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