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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치과의사가 'Airway'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

[임상기획] '숨길'을 중심으로 치의학 바라보기 <2>

 

'기도: 호흡할 때 공기가 지나가는 길. 콧구멍, 코안, 인두, 후두, 기관, 기관지로 이루어진다.'
숨길의 사전적 설명이다. 아무렇지 않게 숨을 쉬고 있지만, 사실 이 숨길이 단 한 군데만 좁아져도 우리 몸은 꽤 재빨리 반응한다. 아침마다 피곤하고, 머리가 무겁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유난히 짜증이 많아지고,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 그런데도 이런 증상의 원인을 대부분은 다른 데서 찾는다. 자세, 영양소 결핍, 비염, 스트레스 같은.. 정작 ‘Airway’는 진단 목록에조차 올라오지 않는다.
숨길은 단순히 ‘숨을 쉬는 통로’가 아니다. 코와 비인두, 구인두, 그리고 혀와 하악이 만나는 이 복잡한 구조는 ‘얼굴 성장의 디렉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좁은 상악은 비강을 눌러 코호흡을 막고, 혀는 제 자리를 잃고 아래로 처지며 입은 벌어지게 된다. 구강호흡이 굳어지면 턱은 길게 자라고, 안모 가운데가 들어간 역 C자형 얼굴이 된다. 치열이 아무리 가지런해도, 아이의 숨소리가 입에서 나온다면 그것은 기능적으로 실패한 구조이다.
더구나 병원에서조차 “이건 이비인후과 영역"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달리 하면 구강이 숨길의 입구라는 걸 금방 알아 챌 수 있다. 예컨대 코의 바닥이자 비강의 상부를 이루는 것이 바로 상악이며, 혀가 눌러붙어야 할 구개 역시 그 상악의 일부이고, 하악이 뒤로 밀리면 혀가 후방으로 함께 밀려 인두 공간이 좁아진다. 결국 숨길은 이비인후과가 아니라 치과의사의 손에 달린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면 숨길을 회복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단순히 숨쉬기가 좀 더 편해지는 것일까? 분명 그 이상이다. 코호흡은 산소를 데우고 가습하며, 체내로 들어가는 유해입자를 걸러낸다. 더우기 코에서 생성되는 산화질소(Nitric Oxide)가 폐에서의 산소 확산을 도와 혈중 산소 포화도를 높여주는데, 이는 면역력, 수면의 질, 집중력 등 전반적인 기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성장기 아이에겐 특히 중요한 요소이다.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키가 크지 않고, 아침에 개운하지 않으면 집중도 흐트러진다. 또 구강호흡은 얼굴뼈 성장뿐 아니라 구강 내 세균총에도 영향을 줘, 충치나 잇몸질환 위험까지 높인다.

그러므로 입을 닫고 코로 숨을 쉰다는 건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잘’ 숨쉬는 것이다. 산소를 들이마시고 내보내는 과정이 원활해지면 아이의 하루도, 얼굴도, 심지어 성격까지 바뀐다. 숨을 제대로 쉬는 아이는 얼굴이 달라지고, 입술이 다물어져 인상 자체가 정리된다. 그리고 그 인생도 어쩌면 조금은 다르게 흘러가게 될지 모른다.
이런 변화가 단지 이론상의 과정이 아니라는 건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이다. 저널리스트 제임스 네스터는 앞서의 '호흡의 기술'에서 입호흡과 코호흡의 차이를 몸으로 직접 증명해 보인 바 있다. 스탠퍼드 의대 호흡 연구진과 함께 10일 동안 코를 완전히 막고 오직 입으로만 숨을 쉬는 실험을 진행한 것.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극단적이었다. 혈압이 오르고, 수면 중 수십 차례씩 무호흡이 발생했으며, 집중력과 기분은 급격히 저하됐다.


이후 10일간은 코를 막은 솜과 테잎을 뜯어내고 코로만 호흡했다. 그러자 기분이 좋아지면서 나빠졌던 수치들도 대부분 빠르게 회복됐다. 단 10일이었다. '입으로 숨을 쉰다'는 자체가 신체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을 이보다 더 강렬하게 보여준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 숨길치의학의 목적은 명확하다. 바로 구강호흡을 24시간 코호흡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구조를 기능으로, 기능을 성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이제 ‘왜 꼭 치과의사여야 하는가?’에 답할 차례다. 대답은 간단하다. 혀의 위치를 바꾸는 것도, 상악을 넓히는 일도, 악궁의 방향을 조절하는 작업도 구강 내 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변화는 해부학적 구조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개입이 가능한 사람만이 시도할 수 있으므로 치과의사는 단지 치아를 고치고 배열하는 사람이어서는 안된다. 이들의 손에는 치아뿐만 아니라 악안면과 숨길, 나아가 안모의 길이와 너비 및 기능적 성장의 경로가 모두 달려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치료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Airway Dentistry’라는 이름으로 상악 확장과 마이오펑셔널 세라피(Myofunctional Therapy), 수면 치료가 치과 진료의 한 축으로 편입된 것이다. AAPMD, AADSM 등 관련 학회들은 이러한 개념을 중심으로 상악 확장, 근기능 훈련, 수면장치 요법까지를 포괄하는 진료 흐름을 체계화하는 중이며, 숨길을 보는 치과의사들을 더 이상 예외적인 존재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결국 치과의사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치아만 볼 것인가, 아니면 입안에서 바뀔 환자의 일생을 볼 것인가?”


다음 편에선 '무엇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