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총회 시즌이다. 이제 곧 분회 총회에서부터 지부총회, 치협총회로 이어지는 치과계 민의 전달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게 된다. 대의원총회건 회원총회건 총회는 정관상 최고의 의결기구이다. 총회가 결정한 부분에 대해선 집행부는 말 그대로 집행의 의무와 권한을 가질 뿐이다. 그러므로 총회가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가는 치과계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선 총회는 회원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제의 선택에서부터 지나치게 명분에 치중하는 성향을 띄기 때문이다.
가령 개원 현장의 문제들에 가장 민감해야 할 분회 총회가 다른 안건은 제쳐두고 전문의문제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경우까지 있다. 전문의제도가 개원가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분회에서부터 총의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는 집행부에서 수시로 회원들의 의견을 물어 상급단체인 지부에 전달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이걸 총회에서 토론을 통해 결과를 내려 들면 분회 총회나 치협 총회나 다를 것이 없게 된다.
대신 분회 총회는 지역 내의 개원 질서나 민원, 기초자치단체 및 주민들과의 교류, 역내 봉사활동 같은 부분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회원들의 회무 관심 및 참여도를 높이는 데에 훨씬 효과적이다.
정책적 문제들은 사전 공부가 필수
지부총회도 마찬가지다. 지부는 회무 성격상 정책적인 문제들을 주도적으로 풀어갈 수 없는 위치임에도 이 부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마치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첨예한 문제들만 찾아 난상토론을 벌인다. 기껏 중앙회 집행부를 상대로 건의안이나 촉구안을 내는데 그칠 거면서 말이다.
지부가 중앙회에 독창적인 안건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사실 드물다. 왜냐하면 치과계 전체가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현안에 대해서만 지부들도 고민을 보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다는 지역 현안을 의제로 개발하려는 자세가 지부에겐 중요하다.
가령 무적회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기지부가 특단의 수용안을 마련하고 임총을 통해 이를 결정한 것은 좋은 본보기이다. 무적 회원 문제는 치과계 전체의 해묵은 난제이지만 중앙회만 바라보지 않고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린 것. 이 경우 오히려 지부가 중앙회에 회비감면을 제의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의료관광의 최대 수혜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이나 부산, 제주, 대구의 경우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중앙회 총회에 낼 수 있다. 각종 규제 철폐나 수혜 범위를 넓히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첨예한 정책적 문제들은 집행부가 사전에 충분히 공부도 하고, 의견도 모아 현장에선 상황을 설명한 뒤 대의원들의 가부만 묻는 방식으로 명료하게 처리하는 것이 총회를 효율적으로 이끄는 관건이 된다.
예산심의의 중요성도 간과 말아야
치협 대의원총회도 늘 진행이 문제가 되어왔었다. 지난 1월의 임총만 하더라도 부의안건 이외 현장에서 ‘기한부유보안’이 갑자기 튀어 나와 전문의 문제의 결정을 1년간 미루긴 했지만, 이 결정이 협회 규정에 맞는지는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다.
의장단이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쳤다는 설명만 덧붙였을 뿐 어느 법무법인의 누구가, 어떤 조문에 의거해 어떻게 유권해석 했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사항은 아무도 묻지 않았고, 알려주지도 않았다. 일부 회원들은 아직까지 이를 지적하고 있지만, 집행부나 의장단으로선 여기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별로 없다.
또 하나, 시간 안배에 대한 계획 없이 회의를 진행하다 보니 막판엔 늘 지방으로 내려가는 차 시간에 쫓겨 대충대충 넘어가는 관행을 되풀이 한다. 반대로 회의 초반 너무 진지해져서 말꼬리를 놓지 못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이를 적절히 조절해 내는 의장단의 진행능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공통적으로 대의원총회가 간과하기 쉬운 문제 중의 하나는 예산심의의 중요성이다. 예산은 단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요소이므로, 집행부 견제에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바로 총회의 예산안 심의권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예산을 이해하고 절충할 수 있는 대의원은 많지 않다. 때문에 지엽적인 몇 가지 질문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너무나 쉽게 집행부의 예산 ? 결산안에 총회는 동의하고 만다.
올 해는 임원개선이 없는 총회년도이다. 때문에 회원들의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선거총회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예산총회를 통해 미리 다져두는 것이 회무 집행의 요령이자 능력이다. 회원들의 관심도나 참여도도 결국 회무 평가의 일부일 수 있다는 점을 집행부는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이제 곧 시작될 각급 총회에서 치과계의 미래를 이끌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