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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전문의 임총의 반전 ‘기한부연기동의안’

[이슈추적 Why] 전면개방 표결은 왜 연기됐을까

 

회의란 늘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이 많은 의결 구성원들의 의사를 표로 물어야 하는 총회 같은 회의구조에서는 조그만 계기로 인해 전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중의가 흘러버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치협 임시대의원총회의 변수는 ‘기한부연기동의안’으로 나타났다. 집행부가 상정한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관한 법령개정 추진의 건’을 통과시킬 것인지 여부에 온통 대의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을 즈음 느닷없는 ‘기한부연기동의안’이 법률적 자문까지 거쳤다는 사족을 달고 끼어든 것이다.
이 연기동의안의 갑작스런 상정은 단일 안건만 다룰 수 있는 임시총회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긴 하지만, 반대로 그 자리의 대의원 모두가 미리 예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임시총회 개회 이전에 머리를 맞댄 시도지부장들이 ‘상황에 따라 의결 연기로 가는 것이 그나마 임총 이후 치과계의 내분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미리 입을 맞춰 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령개정 추진 반대 시위까지 벌어진 회의장 바깥 풍경과는 달리 임총은 시종 긴장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평이해 보였다. 심지어 찬성발언은 두 사람 이후엔 발언신청조차 받지 못해 서둘러 토론을 종결지어야 했을 정도였다.

 

대비되는 총회장 안팎의 온도차

이날 회의 내내 가장 열심히 법령개정 추진을 설득한 인물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복지부 임종규 건강정책국장이었다. 임 국장은 ‘치과사정을 잘 모르니 빠져 있어라’는 대의원들의 면박에도 불구하고 혼란을 막으려면 치협과 복지부의 안대로 개방형 전문의로 가는 수밖에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제안 설명은 치협 김철환 학술이사와 임 국장 두 사람이 각각 했지만, 대의원들의 질의에는 정책당국의 임 국장이 직접 답변에 나선 것이다.
애초 대의원들의 관심은 내년부터 전문의를 표발할 경우 전문과목만 진료하게 한 의료법 77조 3항이 과연 제대로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 건지에 쏠려 있었다. 임 국장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법률적 심의를 거치긴 했겠지만, 77조 3항은 행정 입법이 아닌 의원 발의로 제정된 법률이고, 기록을 보면 법 제정 당시 복지부는 이미 차관과 국장이 위헌 가능성을 들어 여기에 반대했다는 것.
따라서 만약 2014년 1월 1일 이후 전문의를 표방한 치과의원이 전문과목만 진료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 77조 3항을 들어 위헌소송을 제기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의견조회에 대해 복지부가 말을 바꿔 합헌이라는 의견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한 마디로 치과계는 지금 ‘살얼음 판위에 전문의 문제를 올려놓고 있는 상황’이며, ‘쓰나미가 밀려오는데 한가롭게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최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셈이다.

 

복지부 임종규 국장만 분전?

임 국장은 왜 이렇게 치과전문의 문제에 적극적일까? 그는 건강정책국을 다시 맡고선 치과 전문의 문제를 매듭 짖기 위해 협의파트너인 치협 이외에 건치와 치개협 그리고 회무와는 무관한 개원치과의사까지 두루 만나 의견을 구했다고 했다. 상사인 장 차관에게도 ‘밀어붙이면 할 수는 있으나 저항이 심할 테니 치과계가 의견을 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대로 따라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올려 동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치과계가 통일된 의견만 내놓으면 전문의 틀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며, 다가올 개원가의 혼란을 비켜갈 유일한 해법은 바로 ‘전문의 전면개방’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진단과 설명은 정말 오로지 임종규 국장의 충정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외 다른 의도는 정말 없는 것일까?
먼저 77조3항을 한번 살펴보자.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제15조 제1항 의료인의 진료거부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표시한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진료하여야 한다. 다만 응급환자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가 바로 그 내용이다.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조항은 치과의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치과병원도, 의원도, 한의원도 해당사항 없이, 오직 치과의원만을 겨냥하고 있다. 더구나 벌칙조항 어디에도 77조3항의 위반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헌법소원은 고사하고, 전문의 표방 치과의원의 전문과목 이외 진료를 처벌할 방법조차 애매해진다.

 

모두가 피하고 싶은 집행부 안의 부결

11개월 뒤, 바로 2014넌 1월 1일부터 개원가에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11개월은 짧지 않은 기간이긴 하지만, 법률적인 시한으로 보면 결코 여유롭지 않은 기간이다. 집행부가 임총까지 열어 회원 총의를 물은 이유도 ‘분명한 문제를 앞뒀음에도 대비책이 없다’는 자각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임총은 찬성 92표, 반대 82표, 기권 4표로 ‘기한부연기동의안’을 채택했다. ‘대의원총회 산하에 전문의 특위를 두어 반대도 많고 논란도 많은 현재의 집행부 안을 좀 더 다듬고 소통의 과정도 거친 다음 내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다시 심의하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국 시의성을 무시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당장 내년 1월부터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치협 집행부도 임총의 결정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는 듯 했다. 김세영 협회장이 나서 “대의원총회가 결정한대로 집행부는 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원론적 입장만 표명하고 말았다. 한 가지 이상한 건, 김세영 회장에게서 낙담하는 표정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집행부가 유일한 대안으로 추진해온 전문의 대책이 사실상 부결된 상황임에도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이를 두고  ‘기한부연기동의안은 결국 전문의 상정안이 현장에서 부결되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은 집행부와 지부장회의의 담합이 낳은 산물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마저 나돌고 있다. ‘표결로 집행부에 직접적인 상처를 주어서는 임총 이후의 전문의 관리에 서로가 자신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이유까지 달고서 말이다.

 

 

개원가의 궁금증 ‘이젠 어떻게 될까’

집행부의 입장엔 아랑곳없이 개원가의 관심은 ‘그럼 이제 전문의는 어떻게 되느냐’에 가 있다. 대의원총회가 아무리 결정을 유보했어도 전문의 시계는 돌고 있고, 그렇다면 내년이면 뭔가 불길한 변화가 주변으로 서서히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왜냐하면 2008년부터 배출하기 시작한 치과 전문의 숫자가 올해로 1600여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권리로 스스로 전문의임을 홍보하고, 제약 없이 진료까지 하게 되면 개원가의 판도는 속도가 문제일 뿐 변화가 불가피하다. 급작스럽진 않겠지만, 좋지 않은 경기 상황에 치과계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여지도 충분해진다.
방법은 없을까? 단기적으론 77조3항을 실질적이고 유효한 법률이 되도록 다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치과의료의 특수성을 들어 치과 전문의는 1차 기관에서 전문과목만 진료해야 하는 법리적 논거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처벌조항까지 구비해둬야 그나마 개원가의 갑작스런 변화를 미룰 수 있다고 관심 있는 이들은 지적한다. 
장기적으론 의료법에서 분리해서 별도의 치과의료법을 제정하고, 여기에 근거해 전문의와의 형평이 강요되지 않는 치과전문의의 틀을 닦아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 만만찮은 작업을 위해선 좀 더 적극적이고 입법 투쟁적인 리더십이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대의원총회는 열심히 내년 정기총회를 준비할 것이다. 50년을 이어온 치과전문의사(史)가 되돌이표에 갖힌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소통의 소임만이라도 다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큰 성과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