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가 그랬던가요? 복어는 '죽음과도 바꿀 수 있는 맛'이라고 말입니다. 그 양반의 시 중에는 복사꽃이 필 무렵에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는 복어에 대한 것도 있는데 이는 복어 종류 중에 황복을 이릅니다(대개 복어를 먹는 시기는 겨울철인데 황복 만큼은 봄인 게지요). 복어가 성질이 나서 배를 불룩이거나 살이 통통하게 오른 모습이 돼지를 닮았다 하여 하돈(河豚)이라고도 하는데 그 배에서 나는 소리도 돼지 꿀꿀 소리와 비슷합니다. 쥐가 나무를 갉아 먹는 듯한 '빠각빠각' 소리를 내는 것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복을 우리나라에서만 고급으로 쳐주는데 실제로 맛은 중하급입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프라자호텔 뒤편 '송원'의 숙수 김송원옹께서도 예전에 저희들에게 황복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지 않더군요. 서시유(西施乳)라는 말도 복어를 표현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만, 순두부 같은 복어의 정소(이리)를 이르는 말인지 복어의 껍질과 점막 사이의 부드러운 살을 이르는 것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서시는 월나라의 경국지색으로 오나라의 부차에게 끌려가 미모 하나로 그를 망가뜨린 여인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젖가슴을 만져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복어의 이리(혹은 살)에 비유하다니 저승
필자의 대학생 시절이나, 청년치과 시기에 나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가히 광적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였다. 그 시절은 가난하고 암울한 시기였다(60년도). 음악을 좋아하고 듣고 싶어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장소나 기회가 없었고, 더구나 오디오 장비나 레코드 같은 도구를 접하기는 더욱이 힘들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 교수로 취직(?)이 되면서 본격적인 오디오 애호가가 되었고, 음반 수집벽이 생기기 시작했다.미군 P.X를 통해 흘러나오는 몇 장의 레코드, 아니면 외국에 다녀오는 사람들이 사들고 오는 몇 장(그 시절에는 10杖이상은 통관되지 않음)이 음반 구입의 유일한 수단이었다.물론 값도 비싼 편이었다. 그러나 비싸고 싼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 없어서 못 구하는 판구이었으니까...어렵사리 구한 음반의 포장을 뜯고 윤이 반짝거리는 속 알맹이를 조심스럽게 꺼낼 때의 그 짜릿한 느낌, 그 순간의 행복. 밤새워가며 되풀이 듣곤 했던 기억들, 지금 생각하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더 좋은 시스템과 양질로 녹음된 콤팩트디스크가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그때의 짜릿한 감흥과 행복감은 생겨나지 않는다. 음악이 우리 주위에 너무 풍요롭게 널
산부인과도 그렇겠지만 치과의사라는 직업도 그리 향기로운 직업은 아닙니다.평소 구강을 청결하게 유지하시는 분, 담배를 피우지 않는 분, 상큼한 향수라도 뿌리고 오는 중년... 이런 분들만 치료한다면야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만, 사실 대다수 환자분들은 그렇질 않습니다. 심지어 치과에 와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척 하는 여성분들도 꽤 계시지만 셜록홈즈 이상의 감각을 가진 저를 속일 수는 없습니다.꼭 입안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더라도 단백질로 구성된 머리카락이나 옷에도 냄새 입자가 흡착하기 때문에 가까이서 치료를 하다보면 본의 아닌 고통(?)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치주질환이 심하여 곪은 냄새가 나는데 더하여 골초이신 분들입니다. 경험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밀폐된 택시를 탔는데 잇몸도 나쁘고 담배에 쩔은 기사분이시라면 그야말로 생지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뭘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중간에 내리기까지 했겠습니까? 시장의 어물전에 생선을 파시는 분들한테는 죄송한 말이지만, 그 분들에게도 약간 동물 사체(?) 썩은 냄새가 납니다. 물론 머리카락과 옷에서 나는 것이지만, 저는 숨을 30초 씩 참다가 쉬다가 하며 끝까지 치료를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를 “화병”으로 푼다면, 그중 으뜸은 “배 아픈 병”이며, 이는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 비교(질투)에 사로잡히면 그 누구도 행복할 수가 없다.5천만 중에 1등이라고 자타가 인정해도, 2등보다 못한 구석이 한 곳 쯤은 있을 것 아닌가. 바로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최하위권인 이유다. 불행하게도 불평등을 증폭하여 질투를 부채질하고, 갈등을 조장하여 정치적인 이득과 이념적인 승리를 꾀하는 무리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들은 화합을 깨뜨려 전 국민을 앵그리 버드로 만드는 “증오 바이러스”다. 심지어 종교로 위장하고 학자를 가장한 바이러스는 없는가? 있다면 그 방법은 부정선거보다 더 부정하고, 그 이득과 승리는 거짓된 것이다. 바이러스에 휘둘리는 한 행복지수가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상적인 인체에서 암세포로 변환할 소질은 항상 존재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한다는 것은 대체의학자들의 주장만이 아니다. 사망예정일(?)을 받아둔 말기 암환자의 기적적인 치유를, “엔돌핀 같은 물질이 쏟아져 나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논리 속에서 행복지수를 업그레이드할 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최고의
2014년 2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가 확언컨대 ‘소치(Sochi)’일 것이다. 소치는 2014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의 남서부에 위치하며 아름다운 흑해가 펼쳐지는 작은 휴양 도시이다. 또한 피겨 여왕 김연아의 경기와 2018 동계 올림픽 개최지가 대한민국 평창이기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소치’에 집중될 것 같다.4년 전 벤쿠버 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던 김연아, 이상화, 모태범 선수가 이번 소치 대회에서도 올림픽 2연패를 향하여 맹훈련을 하고 있다. 한번 금메달 따기도 어려운 일인데 4년 후에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꼽히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이 세 명의 선수들에게 자기 관리와 꾸준한 연습과 같은 것들은 본받을 만하다.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올림픽 2연패를 해낸 치과의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독일 치과의사 Erhard Keller(1944~ )이다. Keller는 뮌헨 치과대학 재학시절 1968년 프랑스 Grenoble과 1972년 일본 Sapporo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미터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차지했다. Keller는 1973년 치과대학을 졸업하여 치과의사가 되었고 1975년 이후 뮌헨에서
요즘 한국에서도 점점 더 많은 분들이 복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다른 많은 복지정책들 보다도 특히 의료복지정책은 국민여러분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부분이기도 할 거에요. 그래서 오늘은 호주 치과 복지제도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주정부의 복지제도에 속하는 국립치과병원제도는 지난 칼럼에서 간략하게 설명을 들였고요, 이번 칼럼에서는 연방정부에서 시행하는 특별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지난 몇 년간 호주 연방정부에서는 개인 소득에 관계없이 만성병이 일정기간 있었던 환자들은 간단한 의사(GP)들의 진단서 하나로 개인치과병원에서 2년 동안 $4000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어요. 많은 질병들이 구강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좋은 제도였지요. 또한 몸이 오랫동안 안 좋으신 분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아주 좋은 취지의 제도였고요. 개인 소득이 적은 분들은 기약 없는 국립치과병원의 진료 차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고, 개인 소득이 일정부분 있으신 분들도 비싼 개인치과병원의 치료비의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죠. 하지만, 처음 연방정부의 취지와는 다르게 개인병원 치과의사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기 시작했어요
연애를 할 때도 그렇지만, 남자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 때도 그렇습니다. 연애가 성공하려면 처음 몇 달 동안 매일 만나주는 일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 초장에 굳히기가 제대로 들어가야 뭔가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매사에 뜨뜻미지근한 사람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다가 급기야 애인도 빼앗기고, 취업 자리건 승진 자리건 결국은 남의 차지가 되고 맙니다. 정치가로 혹은 기업가로 성공한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결단성과 과단성이 뛰어난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음식점에서도 단골이 되어 대접을 잘 받으려면 주인장에게 뚜렷한 각인을 시켜줘야 합니다. 두어달에 한 번 씩 가뭄에 콩 나듯 조용히 왔다가 사라져봐야 주인이 기억할 리가 없지요. 최근 몇 주 동안 열심히 다닌 횟집이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식사를 할 만한 메뉴가 거의 없습니다. 다른 횟집들에서 쯔께다시(덤찬)로 나오는 놈들 위주로 메뉴가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운탕과 이것저것 섞어서 밥을 먹는 사람도 봤지만 아무래도 이 횟집은 2차로 적당합니다. 근처 피칭웨지 거리에 있는 단골 고깃집에서 배를 채운 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마무리 착지 코스입니다. 횟집
“안녕하십니까?”는,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에서 온 것이란다. 조선조에만 왜구침략이 수백 차례요, 큰 왜구 도요토미 때는 전 백성이 목숨 지키기에 바빴으며, 이어 양대 호란(胡亂)을 치렀다. 서민들은 질병과 기근에 곯고 양반과 아전의 수탈에 시달리다가 일제 폭정 하에 들어갔고, 해방이 되자마자 동족상잔의 6·25까지 겪었으니, 평생에 두 다리 뻗고 편히 잠든 날이 몇 밤이나 되었을까? 그래서 ”밤새 안녕?“이요 ”진지 잡수셨습니까“ 한다. 고대생 주현우(27)씨가 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에 반응이 뜨거웠다. 복수어미(複數語尾) ”들“을 따뜻하게 읽기도 한다. ”나“보다는 겸손과 동료의식이 담긴 ”우리“라는 대명사를 선호하는 국민정서에 들어맞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조폭이 자릿세 뜯으려고 점포에 들려 건들건들 겁주는 말투를 닮았다. 카메라나 관중 앞에서도 흔히 ”안녕하십니까?“ 하지 ”들“을 붙이지 않는다. 최소한 무게 있고 진정성을 담은 말 본세와는 달리 빈정대는(sarcastic) 어감이 있다. 온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맞고 젊은 세대의 좌절과 분노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성과 논리의 잣대로는 원인제공자를 특정할 수
솔직히 치과에서 환자는 혈액과 같은 존재이다. 환자가 없으면 치과도 없다. 그러나 환자는 스탭들의 불만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대화나 태도에서 아주 세련된 환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은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응대하는 방법은 과연 있을까? 모든 환자는 소중하다. 그들은 성격이나 외모에 상관없이 진료팀의 절대적인 관심과 치료를 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치과의사들은 전문인으로서 그들을 매력적인 환자로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그러자면 먼저 신환을 맞을 때 편견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외모는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선택적 치과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모두 비싼 옷을 입고,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여유 있어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선택적 치과치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치과의 입장에선 환자의 지갑에 무엇이 들었건 그걸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로지 환자의 구강상태를 진단하고, 그가 미리 마음먹은 치료목표를 파악하면 그 뿐이다.다시 말하지만 진료팀은 모든 환자에게 똑 같이 절대적인 관심을 쏟아야 옳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背景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편지편지를 쓴다. 몇 번을 찢고 다시 쓴다. 마음은 마음에서만 마음이다. 밖으로 내쏟은 마음은, 문자화된 마음은 어쩐지 낯이 설다. 그래서 편지는 좀 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물며 ‘즐거운 편지’라니. 그건 시인에게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편지는 고통이다. 편지 쓰기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선 시인이 되지 못한다.때문에, 연애편지는 절대 즐거운 편지일 수 없다. 시인은 말했다.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렸다’고. 그리고 말했다. ‘그 기다림의 사이 눈이 퍼붓고 그치고 또 퍼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