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으로 군의관 수요가 갑자기 늘자, 미 정부는 수련병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외국 의사들을 받아들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많은 한국의사가 도미하여 미국 의료계의 현실이 알려졌다. 역시 정형외과와 산부인과가 인기인데 의료사고에 대비하는 보험료도 높아서, 보통 매출액의 2, 30%라고 했다. 의료사고소송을 Medical Malpractice Suit로 번역하지만, Malpractice는 의사의 태만이나 잘못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불행한 경우에는 (Medical) Accident로 불러야 옳을 것이다. 실제로 과오와 불가항력의 경계는 애매한 경우가 많고 실정법은 현실적인 약자를 더 보호하므로, 의사는 소송에 대비하여 거액의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일반 상거래에서 보험료가 매출액의 2, 30%라면, 그렇게 위험한 직업은 존립할 수 없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의 건강과 생명의 문제이므로, 일정 비율의 사고를 상정하고 위험을 분산시키자는 것이 의료사고 보험이다. Insurance가 아니라 Risk Allowance이다. 과거에는 대체로 원장 개인이 사고를 해결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달하여
제 나이 언저리에는 유명한 '여류작가'(어떤 분들은 아예 ‘여류’라는 표현 자체를 거부합디다만)들이 꽤 있습니다. 은희경, 신경숙, 최영미, 공지영, 하성란... 그러나 제가 흠모해 마지않았던 박경리 작가와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신 이후의 여류작가계는 뭔가 허전합니다. 이 말은 서사적이거나 질곡 같은 우리네 삶이 녹아든 그런 작품들을 내기엔 현존의 작가들이 조금은 '약해' 보인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약게'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더하여, 순전히 제 개인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작품이 조금 부담스러운 작가도 있습니다. 제게는 작품성에 대해서는 논할 자격이나 능력도 없지만, 소설가 K씨와 시인 C씨의 작품은 읽고 나면 약간의 불편감이 생깁니다. 그 불편감이란 것이 솔직히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저의 속마음을 들켰기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굳이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까닭은 동아일보 김화성 기자가 쓴 '순대이야기'의 서두에 C의 시가 실려서인데, 시를 읽어보면 순대라는 음식이 돼지국밥과 더불어 사내들 혹은 수컷들의 상징적 음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라는 건 C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본 가격파괴현장. 시내에서 $2.50에 산 담배 한 갑이 단 80전이다(1988). 이런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싼 나라에서 구매하고, 도매상을 건너뛰어 유통마진을 줄이며, 공동구매 회원제 형식으로 세금을 절약하고, 최소한의 계약직 직원만 쓴다. 세계화 초창기에 발 빠르게 출현한 대형마트였다(Price Club). 몇 년 뒤 디트로이트에서 골프화를 고르는데 같은 상표에 $40와 $120 두 종류가 있다. 싼 것을 골라 비오는 날 신어보니, 완벽한 수륙양용으로 물이 제 집 드나들 듯 한다. 알고 보니 Made in Taiwan, 세계화가 한발 더 진화하여 임금이 싼 “현지공장”에서 만들어 온 것이다. 다시 몇 년 뒤 일본에 100엔 상점이 생겼다. 러닝셔츠·팬티가 무조건 100엔으로 1/3 값인데, 모두가 Made in China.이제는 한국에도 천원상점과 다이소가 성업 중이다. 급하게 안전핀을 샀는데 천원에 40개다. 한 번 더 쓰려니까 바늘 끝이 말리고 휜다. 국산을 찾다가 중앙시장 2층 단추가게 한 구석에 숨만 붙어 있는 B사 제품을 만났다. 값은 중국산의 8배인 5개 천원, 옛날만은 못해도 그럭저럭 쓸 만하다.바지
이번 칼럼에서는 School Dental Service 제도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해요. 요즈음 한국에서는 무상급식이 많이 시행되고 있는것 같은데요, 호주에는 무상급식은 없지만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치과 치료를 해줘요. 호주는 이미 1980년대에 전국에 있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치과 치료 보급이 시작 되었어요. 이 제도를 시작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는, 치과의사가 많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개인병원에서 치과치료 받기가 굉장히 비쌌고, 구강위생에 대한 호주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부족해 20대가 되기 전에 벌써 치아를 잃고 틀니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러한 사회적 문제 때문에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교육시키는 동시에 어렸을 때부터 정기적으로 치아 검진을 받도록 해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들지 않게끔 하려는 것이 호주 정부의 정책이었어요. 지금 현재 퀸즐랜드주 에서만 학생들을 위한 약 300개가 넘는 치과버스 (School dental van)와 치과들이 있어요. 이러한 정책으로 호주에서는 부족한 치과의사만으론 불가능한 이런 큰 일을 실현시키기 위해 학생들의 구강위생교육과, 간단한 유치발치 그리고 간단한 유치충치치료
한 일간지 주말 섹션이세계적 기업 PG의 성공전략을 분석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2천년대 들어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회사이다. A.G. 래플리 회장과 '승리하는 경영 전략(Playing to win)'이란 책을 함께 낸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 매체는 PG 성공전략의 다섯가지 핵심 포인트를 짚어냈다. 치과경영에도 충분히 참조할만 한 내용이라 주요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1. 선택을 두려워말라PG의 전략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선택'이 된다. 부연하면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택하는 행동'이다. 이들의 성공도 '선택'을 잘한 결과였다. 1970년 무렵 이 회사는 세탁 세제 15개와 식기 세척 브랜드 5개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각각 5개와 3개로 줄었다. 하지만 두 부문에서 버는 돈은 예전보다 훨씬 많다.대부분의 리더들은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선택은 그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강요하고, 꼼짝 못하게 하고, 위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선택을 피하기만 해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승리'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건 딱 두 가지이다. 정말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해 고객이 경쟁 제품보다
작은 사내들작아진다자꾸만 작아진다성장을 멈추기 전에 그들은 벌써 작아지기 시작했다첫사랑을 알기 전에 이미 전쟁을 헤아리며 작아지기 시작했다그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만 작아진다하품을 하다가 뚝 그치며 작아지고끔찍한 악몽에 몸서리치며 작아지고노크 소리가 날 때마다 깜짝 놀라 작아지고푸른 신호등 앞에서도 주춤하다 작아진다그들은 어서 빨리 늙지 않음을 한탄하며 작아진다얼굴 가리고 신문을 보며 세상이 너무나 평온하여 작아진다넥타이를 매고 보기 좋게 일렬로 서서 작아지고모두가 장사를 해 돈 벌 생각을 하며 작아지고들리지 않는 명령에 귀 기울이며 작아지고 제복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작아지고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며 작아지고수많은 모임을 갖고 박수를 치며 작아지고 권력의 점심을 얻어먹고 이를 쑤시며 작아지고배가 나와 열심히 골프를 치며 작아지고칵테일 파티에 가서 양주를 마시며 작아지고이제는 너무 커진 아내를 안으며 작아진다작아졌다그들은 마침내 작아졌다마당에서 추녀 끝으로 나는 눈치 빠른 참새보다도 작아졌다그들은 이제 마스크를 쓴 채 담배를 피울 줄 알고우습지 않을 때 가장 크게 웃을 줄 알고슬프지 않은 일도 진지하게 오랫동안 슬퍼할 줄 알고기쁜 일은 깊숙이 숨겨 둘 줄
밥깨나 좀 먹고 다녔다는 사람들도 '밥집'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특히나 '밥 먹고 다니는 걸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랄 수 있는 음식평론가들이라면 그들만의 '비장의 밥집' 하나 정도는 있을 거라고 추측을 하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느 식당 하나만 편애 했다가는 밥숟가락을 잃게 될(직업을 잃게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저만 해도 여러 식당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나 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친구들과도 가는 또 다른 식당들까지 많이 있지만, 일단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비장의 밥집 하나는 숨겨두고 있습니다. 그래야 급히 누구를 접대해야 할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도 있고 또 칭찬까지 받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밥집을 '히든카드 밥집'이라고 부릅니다. 젊은 날을 고스톱이나 포커로 지새본 사람들은 압니다. 히든카드나 굳은자를 꼭 쥐고 있는 자가 결국 돈을 딴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여, 히든카드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결정적 보험일 수도 있고, 요령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커는 조금 다릅니다. 리베로 성격이 매우 강한데, 때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버리는 카드로 쓰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조커 식당’은
발틱함대를 격파한 도고제독은(1905. 5. 27), 자신이 (영국의 넬슨이라면 모르되) 이순신제독과 동렬(同列)에 설 수 없는 이유 세 가지를 말했다. 첫째 일본 연합함대는 러시아 발틱 함대보다 규모가 컸다(충무공은 항상 열세). 둘째, 육군의 연전연승으로 일본 해군기지는 안전했다(조선 수군기지는 위협을 받거나 보급이 끊겼다).셋째, 일본은 천황에서 병사까지 단결하여 성원했으나, 충무공은 모함과 고문에 시달렸다. 모두 옳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당시 전함은 석탄을 때니까 배 무게의 1/3은 연료와 물이었다. 일본이 패전하면 영국은 꾸어준 차관 원금까지 떼일 판이요,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모두 러시아의 남진을 견제하고 있었다. 사실상 적성 국가들이 제해권을 쥐고 있는 먼 항로를 돌아오려면 엄청난 연료가 필요하고, 그만큼 식량·식수·탄약을 줄여야한다. 전투해역(대한해협)에 도착했을 때 발틱 함대는 이미 중환자였다. 함정 38척 중 21척 격침, 수병 5천명 전사에 6천명 포로, 순양함 한 척과 구축함 두 척만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 도주한 것도 기적에 가깝다.일본은 어뢰정 3척 손실에 사상자 700명이었다. 이에 앞서 뤼순항 해전의 승리도 비밀리에 기습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경기는 바닥을 기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의료상업화까지 목전에 와 있습니다. 정말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남들이 편하게 얘기하듯 ‘존경받고 돈 잘 버는’ 치과의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속으로 파고들면 골치 아픈 일이 한 둘이 아닐진대, 그렇다고 인상을 찡그린들 달라질 것이 없어 그저 환자들이, 식구들이 봐주는 대로 말쑥하고 예의바르고 해피하기까지 한 원장님이 되어 오늘도 병원을 지키십니까?오늘의 치과 치과의사를 떠올리다보면 정말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환자도 의료 환경도 갈수록 까다로워져 이전엔 없던 고민들이 자꾸 생겨납니다. 옛날 같으면 한 동네 하나가 고작이던 치과가 이제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새로운 장비, 새로운 임상술, 새로운 무엇 무엇이 달이 멀다하고 찾아드는 통에 그걸 따라가는 데만도 숨이 찹니다.치과들은 왜 또 그렇게 고급스러워지는 겁니까? 고만 고만한 규모에 내부만 조금 산뜻하게 꾸며놓아도 환자들 대하기가 뿌듯했던 시절은 어디로 갔습니까. 인테리어다 뭐다 돈을 쏟아 부어도 자꾸만 화려해지는 치과들을 따라잡지 못합니다. 경쟁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은 사회구조 속에서 부대끼는 걸 피하자는
한민족에겐 기본적으로 비빔 본능이 있습니다. 아무리 상 위에 산해진미가 한가득 차려 나오더라도 종국엔 비벼 먹어야 직성이 풀리니 말입니다. 유교문화가 발달한 안동이나 진주 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헛제사밥의 경우에도 밥에 각종 나물을 올리고 그리고 탕국물을 조금 떠 넣은 뒤 비벼 먹는 방식이니 비빔의 역사는 유교의 역사와 함께 꽤 깊어 보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비벼먹는 걸 좋아할까요? 혹자들은 외국의 식사 방식은 메뉴가 순서대로 나오는 ‘시간전개형’이지만, 우리는 상 위에 한꺼번에 차려 나오는 ‘공간전개형’이어서 여러 반찬을 입에 집어넣고 구강 내에서 비비고 섞어 새롭게 만들어지는 맛을 찾는 것이라며 미화를 하지만,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일본 사람들에겐 우리의 비빔밥에 해당하는 덮밥이 상당히 다양하게 있는데, 그네들은 밥과 밥 위의 올린 건더기를 절대로 섞어 먹는 법이 없습니다. 젓가락으로 밥 따로 반찬 따로 즐기는 것이 돈부리(덮밥) 음식의 핵심이지요. 그네들은 음식을 섞음으로 해서 본래의 맛을 훼손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 하지만, 우리는 아무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런 성향을 고려하면 과거 우리나라를 지칭했던 '은둔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