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 후보들은 부산으로 광주로, 저 멀리 제주까지 부지런히 전국을 누볐다.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회원들이 부르는데 어딘들 못 가겠나’만 후보들로선 금쪽같은 일주일을 권역 혹은 지부 초청 합동 토론회에 쏟은 셈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게 주위의 평가이다. 지방의 경우는 물론 서울마저도 참가자들이 기대보다 적었다는 것. 후보들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시간도 시간이지만 준비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부회장 후보들까지 팀이 이동해야 하므로 경비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어차피 할 선거운동을 한 셈 치면 그만이겠지만, 기왕이면 후보들을 초청한 지부에서 좀 더 행사에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지역 선거인단이 모두 참석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북적이는 모습 정도는 만들어줘야 초청한 입장에서도 성의를 다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선거인단의 투표참여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회비를 낸 10명 중 1명으로 뽑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운이 따른 경우임에도 ‘의외로 선거에 관심들이 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 분들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있었는지를 따져보면 딱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 선거를 주관하는 치협과 지부들은 그동안 어떤 노력을 보였던가?
후보 초청 정책발표회가 각 지부에 선거바람을 일으키는 계기로 활용되기를 바랐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는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남은 기간 동안 그 역할은 결국 출마 당사자인 세 후보가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막 전국 투어를 마친 후보들에게 정책발표회의 성과와 직접 유권자를 파고들 그들만의 막바지 활동계획을 들어 봤다.
질문은 5가지이며, 세 후보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같은 순서로 드렸다.
■ 기호 3번 이상훈 후보
1. 상당히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선거인단보다는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이 분들이 평소 저에게 가지고 있던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발표회 후 ‘진정성과 열정이 느껴진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2. 두 분 후보들은 서로 티격태격한 부분이 있었지만, 저는 제 얘기만 줄곧 들려 드렸다. ‘앞으로 어려운 치과계를 위해 이렇게 하겠다’는 포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3.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호감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됐다. 저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아마 생각을 많이 바꾸셨을 것이다. 토론회 이외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기회가 됐고, 실제 ‘예의 바르다’ ‘사람이 소탈하다’는 등의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다.
4. 지지층을 공고히 다지는데 일차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선거인단 모두에게 꼭 투표에 참석하도록 권유할 생각이다. 지지층을 결집한 후 부동층에까지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겠다.
5. 1차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것이다. 참여율이 걱정이지만, 저의 지지층은 기를 써서라도 꼭 투표를 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최종적으로 승리를 확신한다.
■ 기호 2번 최남섭 후보
1. 열심히 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지만 어차피 같은 조건이므로 감수할 수 있다. 다만 진행에서 재질의의 기회가 없다 보니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로 집행부 대표인 제가 공격을 많이 받았다.
2. 공약이나 정책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중점을 뒀다. 같은 공약이라도 증거중심의 실현가능성을 들어 수치로 보여주는 설명방식이다. 단순히 외치기만 하는 공약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3. 지부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상대 후보들이 불만을 보일 정도로 집행부 후보에게 신뢰를 표해주셨다. 저 또한 아는 걸 열심히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분들도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셨다. 더구나 ‘이런 건 이렇게 하면 어떻겠느냐’는 좋은 의견도 많이 내 주셨다.
4. 이제는 개별적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실제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 분이라도 더 만나서 협조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겠다.
5. 이기는 건 당연하다. 마지막까지 피치를 올려 1차 승리를 목표로 하겠다.
■ 기호 1번 김철수 후보
1. 강행군이었고, 무척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도움이 됐으며, 의미도 있었다고 본다. 각 지부들이 민감한 문제들을 많이 물어왔고 후보들은 특히 ‘동네치과 살리기’를 강조했다. 이 말은 제가 먼저 사용한 건데, 공유가 되다 보니 이젠 공약에서도 변별력이 없어진 것 같다.
2. 현 집행부는 분명 실패한 집행부다. 오늘(20일) 골프대회 축사에서 김세영 협회장도 유디 문제에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전문의제도는 좌충우돌한 것 아니냐. 야권 후보의 입장에서 ‘잘못 했으니까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3. 각 지부마다 온도차는 있었지만, 예상대로 현 집행부에 대한 반발과 불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상응하는 만큼 저에 대한 지지도도 확인됐다. 이번 전국 투어는 분명히 성과가 있었다.
4. 1,481명을 모두 만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가능한 한 많은 투표권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저를 설명할 기회를 갖길 희망한다. 최대한 그런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5. 내일이 선거라면 당연히 제가 이긴다.
[후기]
위 기사가 나간 뒤 김세영 협회장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김철수 후보의 2번 답변에 나온 유디 관련 내용을 협회장은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경북치대 동창회 골프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건 사실이지만, 회무 수행에 대해선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역사와 회원들의 몫으로 돌리겠다'고 한 게 전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자는 분명히 통화 내용을 복기해서 기사를 작성했다.
협회장은 기자에게 '덴틴은 아무 얘기나 하면 사실 확인도 없이 다 신문에 싣느냐'고 따졌다. 이 부분에 대해 기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후보는 공인이다. 협회장이 회무와 관련해 한 얘기를 검증하지 않듯이 후보가 유권자를 상대로 한 얘기를 기자가 검증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 그 검증은 유권자가 할 몫이다. 착오가 있었건 다른 의도가 있었건, 후보를 검증할 심판관은 유권자 밖에 없다.
잘못 나간 기사로 마음 상하셨을 김세영 협회장에게 사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