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 법안 검토보고서가 전문의 논의에 새로운 태풍이 되고 있다. 이언주 법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담은 보건복지위 입법조사관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치과계 내부 분위기도 급변한 것.
우선 전문의제 개선방안특위(위원장 정철민)가 이언주 법안을 특위 내 논의에서 배제키로 했다. 지난 21일 열린 특위 8차 회의는 당초 이언주 법안을 중심으로 단일안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다수 참석위원들이 기존 3개안을 그대로 특위 안으로 가져가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단일안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
한 마디로 '보건복지부는 물론 소속 위원회조차 부정적인 법안을 기초로 전문의안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집행부가 이언주 법안으로 별도의 안을 내든 말든 특위는 그냥 기존의 3개안으로 가자’는 것이 이날 회의의 결론이었다.
경기지부는 성명서까지 내 집행부 맹공
경기지부 정책위원회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언주 법안을 현행 전문의제의 대안으로 내세운 치협 집행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정책위는 해당 법안에 대한 국회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면서 ‘협회가 77조 3항의 삭제에 찬성한 점은 충격적’이라며, 이는 ‘전 회원의 희망을 짓밟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법안 자체를 놓고 보면 이언주 법안은 치과의원의 전문의 표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표방은 하되 전문과목만 진료토록 한 77조 3항’과는 양립할 수가 없는 내용이다. 이언주 법안을 추진하면서 77조 3항도 유지하겠다는 건 마치 ‘머리를 잘라 빗을 사겠다는 것’과 같은 경우가 된다.
김철수 예비후보 역시 오늘 낸 보도자료를 통해 집행부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예의 검토보고서를 인용 ‘올바른 전문의제 정착을 위한 치과계 10년 노력의 최대 성과인 의료법 77조 3항을 회원들의 내부 합의 없이 폐기하려는 현 집행부를 규탄한다’며, ‘선 합의 후 추진’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울러 김 예비후보는 ‘임기 3년 간 제도시행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직무유기를 회피하려는 치과의사전문의제도 운영위원회 최남섭 위원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회원들에게 해명하고 사죄하라’고 경쟁자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누구라도 전문의와 관련해 의견을 밝힐 수는 있지만, 이 일로 누굴 비난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다. 생각과 방식이 다를 뿐 치과계를 위하는 충정은 모두가 같을 테니까... 오히려 대안 없는 비판은 상대에게 더 큰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 하나, 현재의 전문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많은 의견의 갈래를 몇가닥으로 모으는 일이다. 그래야 회원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제도가 나아갈 바를 설명할 수 있고, 제도의 갈래가 분명해야 선택에도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이걸 자꾸 산발처럼 흐트리려는 시도는 그러므로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현재의 전문의 국면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작 국회선 ‘검토보고서는 참고용일뿐’
그럼 문제가 된 국회 내 위원회별 법안 검토보고서는 상정법안 심의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해 이번 보고서를 낸 이동훈 입법조사관은 ‘어느 정도야 영향이 있겠지만 보고서의 의견이 꼭 법안 심사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결국 법안에 대해선 소속 의원들이 판단할 문제이므로 보고서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이 조사관은 ‘검토보고서는 법안 심의를 위해 기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내용들을 한데 모아 소속 위원들에게 미리 제공하는 자료로, 각 찬반 의견은 단체별로 공문을 통해 수집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언주 법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 질문엔 그는 ‘정책적으로 예외를 둬왔는데, 또 다시 예외로 갈거냐는 부분에서 법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이언주 의원실의 경우 법안을 둘러싼 치과계 내 논란을 무척 당혹스러워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검토보고서가 어느 정도나 영향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현재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며, 해결을 위해 조정할 건 조정하고, 논의할 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법안은 현재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심의를 기다리는 상태로, 의원실은 4월이나 6월 임시국회를 통해 이 법안을 최종 처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