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 TFT 연구보고회가 치과의료정책연구소(회장 노홍섭) 주최로 지난 11일 오후 협회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선 1년여의 연구 끝에 나온 세편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신보미 박사(강릉원주대 치위생학과)의 ‘국내외 민간치과보험 현황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와 류재인 교수(신구대학 치위생과)의 ‘국내외 치과의료 및 치과의료수가 현황’ 그리고 김철웅 교수(충남대 의전원)의 ‘미충족 치과의료 관련 요인과 치과경영환경’이 그것이다.
각각의 주제들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개원가의 관심을 끌만한 흥미로운 테마들이었다. 먼저 신보미 박사의 민간치과보험 현황.
관리감독 없이 저 홀로 자라는 민간보험
신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민간치과보험을 미국 등 외국과 보장성, 보험료, 상품정보 제공 등에서 비교하고 문제점을 찾아냈다.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과보험은 새 시장을 찾던 외국계 보험사들이 블루오션으로 판단하면서 급격히 덩치를 키운 예이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민간 치과보험 시장은 가입자 180만명에 연간 보험료 약 4천5백억원 규모로 라이나, 에이스, AIA, 현대해상, 그린, 동부, 롯데, 우체국, AXA, 수협, 더케이 등 11개사 15개 상품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보장개시일 이전에 치료를 진단확정 받은 경우나 치아우식증 또는 치주질환 이외의 원인으로 치료를 받은 경우, 이미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치아의 경우 등 보험금 지급 예외조항이 많은데다 최초 가입 후 1~2년을 감액기간으로 정하는 등 가입자들이 보장받기 어려운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험료의 경우도 월 2~3만원대가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예정위험률이 높으면 보험료도 올라가게 되어 있음에도 위험률 산출근거는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
상품정보 제공에서도 보험사는 가입자들에게 가능한 한 적은 정보를 제공하려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홈쇼핑, TV광고, 전화, 인터넷 등 비대면 매체를 통한 광고의 경우 극히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할 위험성이 큰 것으로 보였다.
연구자는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민간치과보험은 기본적인 현황파악조차 되어 있지 않은데다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전무한 상황임을 지적하고, ‘고위험군 가입 차단을 방지하기 위한 보험 가입조건의 개방 등 민간보험에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동시에 관리감독체계도 신설 또는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무조건 깎아내리기 수가결정방식이 문제
류재인 교수는 우리나라 보험수가의 근본 문제로 ‘관행수가에 근거해 가격을 일방적으로 깎아 내리는 수가결정방식’을 지적했다. 수가는 행위의 난위도나 소요시간 그리고 투입되는 장비재료비 등에 의해 절대적인 가치로 매겨져야 하지만 현재는 상대적인 개념이 강하다는 것.
따라서 수가의 국제비교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와 국가별 통화를 곱한 구매력 평가지수(PPP)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은 초진, 치근단 영상진단, 파노라마 영상진단, 치과침윤마취, 보존치료, 아말감충전, 복합레진 충전, 치주 및 외과적 처치에서 월등히 수가가 낮았다.
가령 보존치료의 경우 한국은 20.5 PPP였지만 일본은 36 PPP, 독일은 76.2 PPP, 미국은 918.9 PPP로 조사됐다. 이 한가지만 비교하면 미국은 한국보다 치과의료수가가 45배 이상 높은 셈이 된다.
하지만 보철처치에서는 사뭇 다른 답이 나왔다. 레진상완전틀니(상악)의 경우 한국은 1,212 PPP로 미국의 1,411 PPP에 육박하면서 일본의 5배가 넘는 수가로 나타난 것. 이 부분은 발표 후 참석자들의 집중적인 질문공세를 받기도 했는데, 결국 ‘일본의 틀니와 우리의 노인 틀니간에는 환자의 연령, 내구연한 등 직접 비교가 불가능한 요소들이 많음에도 이런 변수들은 이번 수가 비교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
미충족 경험률 낮추는 작업이 급선무
김철웅 교수는 ‘미충족 치과치료의 요인과 치과경영환경’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미충족 치과치료’라는 용어부터 살펴보면 ‘치료치료의 필요가 존재함에도 어떤 이유에서든 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를 미충족 치과치료라고 지칭한다. 연구자는 미충족 치과치료의 원인을 파악해 미충족률을 낮춤으로써 치과경영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리나라 성인의 주관적 미충족 치과치료 경험률은 23.4%였고, 객관적 치과치료 미충족률은 차아우식증이 36.4%, 치주질환이 37.6%로 나타났다. 미충족 치과치료 경험 이유로는 의료패널자료에선 경제적 이유가 55.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선 직장 및 학교 때문에가 27.8%, 경제적 이유가 24.3%, 증세가 경미해서가 20.5%로 조사됐다.
외국의 경우엔 ‘비용 때문에 치과치료를 미루거나 피한 경우’가 캐나다 26%, 미국 12.9%, 호주 30.6%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미충족 치과치료 경험에 관련된 요소로 소득과 학력 그리고 직업을 꼽으면서 ‘소득이 낮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비정규직 근로자일수록 미충족 경험률은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김철웅 교수는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치과개혁의 방향은 보철치료의 보장성 강화와 같이 한 두 개의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중심과 일차의료중심으로 바꿔가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나가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번 연구는 2012년 대의원총회가 수가문제에 전략적이고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관련 TFT 구성을 결의한데 따른 것이다. 치과의료정책연구소는 이날 제출된 연구보고서를 수가문제를 비롯한 치과경영환경 개선 활동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