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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처음 겪는 세상 5: 안 잡아먹지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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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날얘기 한 토막. 해거름에 떡장수 할머니가 깔딱 고개를 넘는다. 떡판에 팔다 남은 떡 몇 개가 들어있다. “어흥!” 무서운 호랑이가 앞을 막는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얼른 내주었다. 다음 고개에서 또 나타난다.
 “팔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다음은 “이쪽 팔도 주면 안 잡아먹지.” 마지막에는, “두 팔이 없으니 못 달아나지?” 할머니로 변장해서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고 찾아온 호랑이를 남매가 꾀를 내어 꽁꽁 묶은 다음, 배를 가르고 할머니를 꺼내어 잘 꿰매니 도로 살아났다는 해피엔드다. 물론 한여름 밤 어린이용 납량(納凉)특집 공포 괴담이다. 웃지 마시라,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 원전 하자는 어른이도 있다.

 

   큰일은 청와대수석이 다 하니 장관벼슬이 옛날 참판만도 못하다고 하지만, 외무부 수장이,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는 주제넘은 망언 죄로 잘렸다. 평양 김여정이 지적한지 꼭 한 달만이요, 통일·국방장관에 이어 세 번째다. 아무리 능력에 벅찬 자리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잘리면, 분해서 간경화(肝硬化)로 넘어가지 않는 게 신기하다. 요즘 유행어 ‘김여정 작사, 아무개 작곡’ 막장 드라마 시즌 1이다. 드라마 시즌 2는 속칭 대북전단 금지법. 3대 70여 년 동안 철권 독재통치에 구린 데가 널렸는데, 급소만 콕콕 찌르는 탈북 인사들의 전단지 송곳이 얼마나 아팠을까? 김여정이 요청(분부?; 200604)한지 반년 만에 외통위에서 여권 단독으로 통과시켰으니, 해를 넘기지 않으려던 몸부림이 자못 애처로왔다.
 아니나 다를까, 누가 봐도 위헌소지가 있는 이 법은 대한민국 품격을 추락시켰고, 미 의회를 비롯하여 세계 인권단체로부터 호된 매를 맞고 있다. 드라마 시즌 3는 연례 한미 연합 훈련.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연대급 이상 야외 실기동훈련은 폐지되고, 그저 컴퓨터 시뮬레이션인데, 그나마 김여정 협박으로 참가인원을 대폭 줄였건만, 이제는 한술 더 떠서 시즌 4 주한 미군 철수까지 요구한다. 71년 전에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쳐들어와 6·25 동족상잔을 불러온 전범 전과자를 어떻게 믿나?
 거세게 밀어붙이는 호랑이와 고분고분 말잘 듣는 떡장수 할머니의 판박이요, 현실세계에서는 사지를 꿰맨다 해도 살아나는 법이 없다.

 

   안보와 번영의 전제로 통일을 말하지만, 당사자인 두 나라의 집권·주체세력이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는가? 우리자신부터 보자. 첫째,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다. 
 인권과 언론 등 국제 평가가 추락하고, 백년 집권을 공언하는 독재주의자가 더러 있지만, 민주선거가 존재하는 한 주기적 정권교체는 필연이다. 국가는 한 개인이나 정당의 것이 아니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걸고 건곤일척 승부를 도박할 체제가 아니다. 둘째, 책임소재를 떠나 우리는 건국 이래 최악의 국론분열의 와중에 있다.
 작은 의안도 합의 못하고 힘으로 통과시키는 판에, 누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나?
 셋째, 통일에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인데 현재 한국외교의 위상은 실로 초라하다. 
 넷째, 부동산과 고용 등 폭망 급의 민생정책으로 개인·국가부채가 늘어, 천문학적 부담이 돌아올 통일에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다섯 째, 통일이란 동네깡패 식 북 핵 위협에 따른 안보불안 해소의 한 방편일 뿐, 우선순위 후순위로 보는 주장도 있다.
 평양을 보자. 공산당 종주국 소련을 낳은 10월 혁명(1917) 성공은 레닌의 주장대로 자본주의 자체모순이 아니라, 산업화 자본주의의 왕초보인 문맹과 농노의 제국에서, 전쟁 후유증으로 덮친 극심한 경제난 덕분이었다. 모두 시대착오적인 탁상공론임은, 소련 해체에 이어 공산국가들이 독재와 대기근 끝에 예외 없이 실패한 역사가 증명한다. 그나마 북한은 공산국가도 아니다. 첫째, 백두 김씨 용비어천가는, 공산주의 이론과는 전혀 무관한, 샤머니즘으로 버무린 사교경전(邪敎經典)이다. 둘째, 북한의 인민과 재산은 산천초목까지 모두 김씨네 사유재산이다. 셋째, 존엄은 인민의 생사여탈권을 손에 쥐고 있다. 이복형도 고모부도 예외가 없다. 역사에 없고 꿈도 꾸지 못할 화수분을 걸고, 뭐하려고 협상을 할까? “마저 잡아먹지!”가 평양의 답이다. 
 결국 현실적인 최선의 해법은 상호간 체제인정과 평화보장일 것이다. 북한 동포의 자유와 인권에 한쪽 눈을 질끈 감은 선택이라서 죄송하지만....   끝으로 주의사항 한 가지. 현상유지도 공짜는 아니다. 힘을 기르고 연대보증도 받아야 한다. 역사상 명목상의 분단국 간 평화협정이 2년을 넘긴 례가 없기 때문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