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의료인들은 누구에게나 침해 받지 않는 귀족적인 위치를 향유해 왔음을 부인 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 시책으로 보험제도가 도입되고 의사, 치과의사 숫자가 타의에 의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면서 의료의 과잉 생산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정부관료적인 사고는 의사의 숫자를 많이 늘려 놓으면 저절로 의사들의 콧대가 꺾일 것이고 따라서, 문턱도 낮아지게 될 것이라는 극히 공리적인 계산에서 나온 사회주의적 발상이 지금 우리 의사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환자들도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보험제도에 의한 의료행위의 획일화 내지 규격화 되면서 치료자체가 일종의 상품 같은 품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의료행위를 상품과 마찬가지로 포장을 해서 그 값을 일정하게 매김 해 놓고 환자들에게 팔아 치우는 행위나 뭐 다를 게 있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의료의 품위와 권위가 실추된 것이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도 노래 부르는 숫자대로 값을 받지 않고 그 가수의 인기도나 경륜에 따라 스테이지 단위로 개런티가 결정되며, 식당에서 파는 음식인 경우 똑같은 자장면도 고급식당이나 어떤 그릇에 담아 파느냐에 따라 그 값이 차이가 있거늘 하물며 의술의 경우에만 유독 보험이란 미명하에 획일적인
제가 낸 책 중에 호주에 살면서 틈틈이 기록한 우리 가족과 이웃의 이민생활 이야기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이 있습니다. 여러 편의 글 중에 복잡하고 경쟁 심한 한국과 비교하면 두루 살기 좋은 호주는 말 그대로 천국인데 이질 문화와 정서상의 걸림을 생각하면 ‘심심한’ 천국이요, 비리와 사고로 편할 날이 없는 한국은 꼭 지옥같지만 그래도 말과 정서가 통하고 볼 것도 많고 갈 곳도 많아 시끌벅쩍 정신없이 돌아간다는 뜻에서 ‘재밌는 지옥’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그 글의 제목을 책의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우스갯소리에서 따온 책제목이 뜻밖에 인구에 회자되면서 호주만 ‘심심한 천국’이 아니라 뉴질랜드도 그렇고, 캐나다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다는 식의, 이른바 한국보다 생활 환경이 나은 나라에 사는 한국 이민자들의 ‘고국과의 비교 공감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그 책을 낸 지 12년이 지난 지금,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몰라도 단언컨대 호주는 더 이상 ‘심심한 천국’이 아닙니다. 그 동안 저와 한국 이민자들이 이국 문화에 멋들어지게 적응해서 남의 나라에 살아도 더 이상 소외감을 느끼거나 심심하지 않게 되었대서가 아니라 살기가 너무 팍팍해지고 부대끼게 되어 이제는 ‘천국
밥만 먹고도 살 수 있지만 피자도 먹고 국수도 먹어야 행복하듯, 이성과의 직접적인 성관계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혼자 하는 자위행위도 즐거울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나 이성과의 접촉이 쉽지 않은 노년기에는 유일한 성적 긴장의 돌파구로 남녀 모두에게 행복을 주기도 하고, 의사들에게는 이성과의 성관계에 장애를 느끼는 환자들에서 치료를 위한 수단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자위행위’다. 많은 사람이 즐기면서도 잘못된 속설이 많고, 근거 없는 죄의식 때문에 자위행위를 경시하는 풍조가 있어 몇 가지 흔한 궁금증을 풀어볼까 한다.- 자위를 많이 하면 정자나 난자가 확연히 줄어든다?: 자위를 자주 한다고 정자나 남자를 만드는 능력에 결함이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다만 남성에서 사정을 하고나서 얼마 안 되서 다시 사정할 경우 미성숙 정자들이 강제로 끌려나올 수 있어, 임신에 대한 문제를 판정하는 정액검사는 3일 이상 금욕 후에 검사해야 보다 정확한 정자의 수나 형태, 운동성 등을 판단할 수 있다.- 자위를 많이 하면 신장 기능에 무리를 주어 탈모를 유발한다? 혹은 간이 나빠진다?: 자위를 많이 한다고 신장이나 간, 탈모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다만 성장기에 너무
교정치과에 내원한 환자는 보통 정밀진단이라는 과정을 거쳐 치료계획을 세운 후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내원 당일에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환자분이 자주 내원하기 힘든 상황일 때만 진행하는 제한적인 방법이다. 교정치료는 장기간에 걸친 치료이며 구강 내 기능뿐만 아니라 심미적 개선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치료이므로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정밀진단은 환자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치료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 과정이 잘 이루어져야 교정치료가 잘 진행될 수 있으며 치료결과 또한 예상한대로 얻을 수 있게 된다. 교정환자의 정밀진단 과정은 전체적인 교정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정밀진단의 각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문진먼저 설문지나 면담을 통해 교정치료를 받고자 하는 이유, 교정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과적, 치과적 병력, 성장기 환자라면 성장단계 파악을 위한 신체적 변화 유무, 치과적으로 영향을 주는 습관 및 행동 여부, 환자나 보호자의 협조도 등을 파악한다.임상 검사얼굴의 형태 (안모)를 분석한다. 안모의 분석은 정모와 측모로 분류하
매복된 사랑니는 발거 시 나올 공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다른 치아와는 다르게 수술적인 방법으로 뽑아야 한다. 먼저 잇몸을 열고 위의 그림처럼 치아를 머리 부분과 뿌리 부분으로 조각내고 각각 따로 따로 꺼내고 열었던 잇몸을 봉합해 주는 순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랑니 주변의 뼈를 갈아내거나 치아를 여러 조각으로 갈아야 할 수도 있다.수술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발치에 비해 사랑니를 뽑은 이후에는 후유증 역시 많은 편이다. 오늘은 사랑니를 뽑은 후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과 일선 치과에서 사랑니 발치를 회피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사랑니 발치 시 나타나는 후유증은 대게 다음과 같다.1. 인접치아의 손상사랑니의 머리를 잘라내는 과정에 버(bur- 뼈나 치아를 갈 때 사용하는 작은 톱)에 의해서 옆의 치아가 갈리는 경우도 있고 사랑니를 뽑기 위해 힘을 주는 과정에서 7번 치아에 과도한 힘이 가해져서 손상을 입을 수 있다.사랑니를 뽑고 난 후 7번 치아가 시리거나 아픈 느낌이 드는 것은 대게 한달 이내에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드물게 근관 치료나 추가 발거를 하는 경우도 있다.2. 연조직의 손상일선 치과에서 하는 술식 중 가장 큰 수술 중 하나인 사랑니 발
일주일에 두어 번 들르는 칼국수 집에는 사골국물에 아삭한 배추겉절이가 일품인데다가 K신문이 있다. 이어서 다방에서 H신문을 보고 필요하면 사서 스크랩 한다. 또 다른 좌 성향의 신문 H는 안 본다. 활자가 낡고 작아 중장년 이상은 읽기 힘들고, 돋보기를 써도 5분을 견디지 못한다. 조선·중앙은 정기구독 하니까 이렇게 해서 균형을 잡는다. 지난 2월 K신문 고정칼럼에“소련이 무너진 사연”이 실렸다. 박근혜 당선인(당시)의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한 언급,“구소련이 핵무기가 없어 무너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에 대한 비평이다.“국제적 고립과 국력소모로 붕괴를 자초하지 말라는 경고”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구소련과 비교한 건 뜬금없다고 비난한다.‘단서·미덕·자칫’등의 수사로 재주껏 눙쳤지만,“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우려라든가“구소련과 비교가 뜬금없다”는 논설위원의 비판이야말로 뜬금없다. 막대한 핵무기를‘갖고도’붕괴했다는 말을, 핵무기‘때문에’붕괴했다고 해석한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생뚱맞다. 1945년 미국이 핵폭탄을 투하하자, 소련은 그 기술을 훔쳐 4년 만에 원자탄을 만들고, 수소폭탄의 성공은 시차가 불과 1년이다. 그 후 두 초강대국은 핵탄두는 물론
성공적인 개원은 모든 치과의사들의 로망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개원의 성공이란 첫째, 수입이 높을 것 둘째, 자동차 배기량이 높을 것 셋째, 집 평수가 높을 것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이것을 성공이라 하기엔 뭔가 빠진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혼여성들이 결혼의 조건으로 꼽는 소득이 높을 것, 학력이 높을 것, 신장이 높을 것과 같은 三高(삼고) 역시 앞에서 언급한 성공적인 개원처럼 뭔가 어색한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삼씨(3C)이다: Comfortable(편안한 사람이 좋다), Communicative(가치관도 비슷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 좋다), Cooperative(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좋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3C가 성공적인 개원의 징표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1. (원장, 환자)편안하게 진료하고 진료 받고, (직원)편안하게 근무하면 태평성대(太平聖代)이다.2. 원장, 직원, 환자가 서로 가치관도 비슷하고 말이 통하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다.3. 원장, 직원, 환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고 도우면 상생경영(相生經營)이다. 필자는 성공한 치과의사보다는 행복한
서울에 머무는 동안 친정 조카들한테서 얻어 쓰고 있는 컴퓨터가 무슨 이유에선지 ‘ㅃ ㅉ ㄸ ㄲ ㅆ’ 등 된소리를 못 내는 통에 지금은 피시방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갑자기 ‘된소리’를 못하니 ‘된서리’를 맞아 못 먹게 된 푸성귀처럼 이렇게 말해도 안 되고 저렇게 표현해도 말이 안 되는, 된소리 없이는 한 문장도 완성하기가 몹시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사 빠진 사람처럼 어리숙하고 얼뜨고 바보 같고 답답해서 자다가 매번 남의 다리 긁는 느낌입니다. ‘아빠’는 ‘아바’ 대신 ‘아버지’라 할 수 있지만, ‘빨리 빨리’ 할 것을 ‘발리 발리’라고 하니 '빠른 감'이 하나도 안 옵니다. ‘때문에’를 ‘대문에’라 하고 ‘똘똘’ 뭉칠 것도 ‘돌돌’ 뭉칠 수밖에 없습니다. ‘오바의 달’은 ‘오빠의 딸’로 문맥상 새겨들어 줄 것을 호소합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한국에 왔으니 지인들에게 눈부신 서울의 모습을 전하고 싶은데 ‘우둑우둑’ 선 빌딩, ‘비가번적’한 거리 등, 나사 ‘바진’ 소리만 ‘자구자구’ 하게 되니 미칠 노릇입니다. 이 지경이니 된소리 없이 전할 수 있는 말은 ‘자장면’뿐인 것 같습니다. 그조차 '짜장면'도 맞는 말이라는 전제 하에 그렇지만. 저의 고충
대학에서 학생들의 임상 교육을 시키는 치료법의 기본 근간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교육을 시키게 마련이다. 치료의 원리나 방법의 모든 것이 교과서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교육을 마치고 실제 사회에 나가 환자를 보면 뜻하지 않게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들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만나게 된다. 이론과 실제 사이의 괴리를 맞보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의 의학교육을 산을 오르는 등산법과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대학에서는 산을 오르는 방법과 내려오는 방법은 분명히 가르친다. 산을 오를 때 어떤 장비를 구비해야 하고, 재난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 등은 분명하게 교육하고 연습도 시킨다. 그러나 산에서 느껴야 하는 산속에 내포되어 있는 산의 신비와 정취에 대해서는 가르칠 방법이 없다. 산의 깊이는 산을 자꾸 오르내리다 보면 그 산의 진수를 언젠가는 깨닫게 되는 것처럼 임상 지식도 교과서에 의해서만 얻을 수 없고 어떤 교수의 강의에 의해서 만도 얻을 수 없는 자기 자신만이 터득해서 얻어 낼 수 밖에 없는 진리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임상치료는 산의 신비함과 오묘함을 내포하며 산속의 기후변화처럼 다변적이고 갈피를 잡기 힘들 수도 있는
꽃샘추위로 아침바람이 매섭지만, 그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수련의 시절 응급실을 지키고 있으면 겨울을 유달리 싫어했는데, 다른 계절에는 별로 없던 환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드물지만 연탄가스 환자도 많았고, 간이 나빠 식도 주위의 정맥이 충혈되고 출혈되어 피를 토하는 환자도 초겨울에 많았지만, 겨울엔 특히 소변이 마려운데 나오지를 않아 빵빵해진 아랫배를 움켜쥐고 초주검이 되어 응급실을 찾는 할아버지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평소에도 소변 줄기가 약하고 한참 아랫배에 힘을 주고 기다려야 소변이 나오시던 어르신들이 과음하거나, 감기약을 잘 못 드시면 어느 날 갑자기 소변이 안 나와 쩔쩔매는 ‘급성요폐’가 생겨 방광도 망가뜨리고, 간혹 너무 참다보면 노폐물이 체내에 쌓여 의식을 잃고 신장을 망가뜨리기도 한다.이런 어르신들은 큰맘 먹고 여행 한번 하려고 해도 차타기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기차나 비행기는 화장실이 있어 그나마 수시로 들락거리는데 고속버스나 승용차로 가야 한다면 아예 여행을 포기하기도 한다. 낮이건 밤이건 한 두 시간마다 한번씩은 화장실을 가야 하고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아 종종 걸음으로 갔다가도, 한참을 힘을 줘야 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