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설픈 천주교 신자입니다. 아들보다도 10년 늦게 세례를 받았지요. 세례 받고나서 이 성당 저 성당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성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스테인드글라스인 것 같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없는 성당도 있습니다. 아마도 가난한 성당이겠죠.) 빛의 세기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신비하게 변화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있으면, ‘색의 오케스트라’라고 한 누군가의 표현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화천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흰 비둘기는 성령을 상징합니다.죽림동 성당.갈말성당. 동그란 작은 창들이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습니다.소양로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세례대 위에 내리고 있습니다.후평동성당. 성인의 모습을 새겨놓았습니다.죽림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의자와 마루바닥에 쏟아지고 있습니다.엄흥식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서울대학교병원 치주과 전공의 수료서울대학교 대학원 치의학 박사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교수강릉원주대학교치과병원 원장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은수에게 말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그러나 사랑은 변합니다. 노련한 은수는 이미 그걸 알고 있고, 어리버리 상우만 모르고 있었던 거죠.그럼 우리의 입맛도 변할까요? 대략 60대가 넘어가면 혀의 미뢰세포가 많이 소실되어 미각이 둔화되고 결국은 음식의 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집니다. 어머님들은 자식들에게 해주는 반찬이 불안하여 자꾸 소금이나 간장을 집어넣기 마련입니다. 결국 소금찌개나 간장국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그렇다고 어머니께 투정을 부리면 곤란합니다. 영화 '음식남녀'의 주인공인 '주부사'가 미각을 잃은 이유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감이나 고독 따위로 포장되었지만, 결국 노화가 근본 원인입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단골로 다니던 식당의 반찬들이 과거와 같은 맛이 아니라면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식당의 찬모 손맛이 변한 건지.... 이도 저도 아니면, 식당의 영업 전략에 따라 일부러 바꾼 것인지 요령부득입니다.경북 봉화는 두메산골 지역이지만 의외로 먹거리가 다양한 지역입니다.일단 송이버섯의 최대산지이죠. 양양군이 더 많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양양은 인접한 인제, 평창, 고성 등지에서 채취한 송이의 집산지라
“나는 신(神) 앞에 엄숙히 선사한다. 나는 나의 의학적 지식과 판단을 환자를 돕기 위한 목적이외의 부정하거나 악한 목적에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선서한다. 진료와 그 밖의 업무상으로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지킬 것을 선서한다. 만약 이 선서를 지킨다면 의업과 생활에 있어 번영과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중에서) 2000년 전에 선포한 선언적 윤리인데도 지금 우리들이 한번쯤 다시 읽고 되새겨 볼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 생각이 된다. 시대의 변화를 불문하고 언제나 지켜야할 의료인의 의무와 사명이 그 속에 진솔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선언적 윤리관을 실제로 현실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윤리라는 것이 어떤 고정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인 상식과 규제 속에서 선과 악의 인식에 대한 역학관계를 윤리라는 기준이 가치로 풀어나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의사 자신들이 완벽한 윤리관으로 무장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리관으로 완벽하게 무장된 ‘좋은 의사’는 과연 있을까? 좋은 의사는 믿을만한 의사이고 믿을만한 의사는 자기수양이 된
젊은이들이 많이 사라진 농촌에 가보면 전원도 켜져 있지 않은 낡은 냉장고에 하나 가득 약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빨강, 파랑 알약들이나 캡슐약, 가루약도 포장지 하나 가득 있을 뿐 아니라, 비닐 팩에 담긴 한약과 통에 든 비타민까지 합치면 말 그대로 약만 봐도 배부를 정도다. 약의 내용도 다양해,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심장병,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만성질환에 쓰이는 약들 말고도,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 한약, 보약, 건강보조식품, 며느리가 보내준 수입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약들이 어지럽게 한다. 게다가 할아버님들이 할머니 모르게 한구석에 숨겨둔 약들이 있으니, 흔히 ‘happy drug’이라 부르는 성관계와 연관된 약물들이다. 여자들 모르게 남자들만 숨겨놓고 먹는 약들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발기기능을 도와주는 ‘발기부전치료제’와 사정이 너무 빠를 때 먹는 ‘조루증치료제’가 그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발기기능을 근본적으로 고쳐주는 발기부전의 치료제라기보다는 나이가 들고 각종 성인병으로 약해지는 성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해결사’역할을 하는 약들이다. 처음 약이 발견된 스토리가 기막히다. 심장약으로 약을 타 먹던 환자들이 심장병이
많은 병원들이 환자의 경험에 가치를 더하기 위한 정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멀리 갈 것 없이 알만한 치과들만 둘러 봐도 따뜻한 물수건, 무릎용 담요, 온열 패드, 화장실의 향수와 로션 정도는 기본이다. 여기에 생일축하 카드와 꽃, 영화티켓, 저녁식사 초대권 같은 이벤트까지, 즐거운 경험을 주기 위한 장치들은 곳곳에 늘려 있고,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들이 환자들에게 충분히 가치 있을 수는 있지만, 정작 그 어떤 것도 진료현장에서 작은 것들을 간과한 데 따른 손실을 만회하지는 못한다. 자기 말이 무시되고,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환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는 머그컵 따윈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한다. 현장에선 이처럼 작은 것이 큰 차이를 낳을 수 있다. 아무리 세련된 병원이라도 작은 어떤 것들이 무시된다면 환자들은 미련 없이 그 곳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사소한 것과 작지만 중요한 것들은 어떻게 구분할까. 어떤 작은 것들이 환자의 경험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병원의 일원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다음의 몇 가지를 독자들도 한번 되짚어보시기 바란다. 각 부분을 꼼꼼하게 챙긴다부분이 중요하다. 환자들은
제주에 갈 때면 열에 다섯은 ‘J 식당’을 찾습니다.물론 열에 아홉은 골프 때문에 제주에 갔으니, J 식당의 다금바리는 친구들과 ‘19홀’을 완성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말입니다.지난 토요일에도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전 김포공항에서 전화를 걸었습니다."접니다! 오늘 다금바리 있어요?"그러나 사장님의 대답은 평소와 조금 다릅니다. 예전엔 요즘 파도가 거세 몇일 배가 못떠서 없으니 다른 어종으로 드시라든지 혹은 몇 킬로그램짜리가 하나 있다거나, 1킬로그램은 다금바리로 드시고 나머진 돌돔(갓돔)이나 뱅에돔으로 채워 드시라는 게 통상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중국산이 있는데 이 놈도 맛이 똑 같아요!"랍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중국산이라니요...?시쳇말로 '대략난감'입니다. 나름 양반 체면에 그건 또 얼마냐고 묻지도 못하고 덜컥 예약부터 했습니다. 제주에 도착해서 골프 치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음은 물어보나 마나지요.사람이란 원래 얄팍한 존재입니다.아무리 미인이고 학력이 좋아도 '신정아'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그녀에 대한 애정이 단박에 식어버리듯이 오늘 다금바리가 중국산이라는 말 한마디에 그렇게 쫀득쫀득했던 육질이 왠지 오늘따라
고통의 祝祭 -편지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生의 機微를 안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말이 기미지, 그게 얼마나 큰 것입니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만나면 나는 당신에게 色쓰겠습니다. 色卽是空. 공시. 색공지간 우리 인생. 말이 색이고 말이 공이지 그것의 실물감은 얼마나 기막힌 것입니까. 당신에게 色쓰겠습니다. 당신한테 空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편지란 우리의 감정결사입니다. 비밀통로입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識者처럼 생긴 불덩어리 공중에 타오르고 있다.시민처럼 생긴 눈물 덩어리 공중에 타오르고 있다. 불덩어리 눈물에 젖고 눈물덩어리 불타 불과 눈물은 서로 스며서 우리나라 사람모양의 피가 되어캄캄한 밤 공중에 솟아 오른다.‘한 시대는 가고 또 한 시대가 오도다’, 라는 코러스가 이따금 침묵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나는 감금된 말로 편지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금된 말은 그 말이 지시하는 현상이 감금되어 있음을 의미하지만, 그러나 나는 감금될 수 없는 말로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영원히. 나는 祝祭主義者입니다. 그중에 고통의 축제가 가장 찬란합니다. 합창 소리 들립니다. ‘우리는 행복하다’(까뮈)고. 생의 기미를 아는
일본을 다시보자.평범한 풍속화 우끼요에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남성의 밤 문화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게이샤에서 푸치니는 파격적인 영감을 얻었다. 무사도는 서구의 기사도를 초월하는 아우라로 윤색되어,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버전으로 발전하였다. 문화사적인 가치라면 몰라도 예술적인 깊이에는 한계를 보이는 수많은 일본의 생활문화가, 수백 년 간 막부의 보호와 육성을 거쳐,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전통문화로 뿌리내린 결과다. 밋밋한 목각인형 코케시도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아 맥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너나없이 의미를 부여하면,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을 얻어 살아 숨 쉬는 법이다. 태평양 전쟁사를 읽으면 그 시절 일본이 항공모함 20척을 보유하고 미국과 맞장을 뜬 강국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그보다 서구열강의 뇌리에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심어놓아, 이미 국격이 매우 높았다는 사실은 흔히 간과한다.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외국기자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자. 짧은 기간에 이룩한 한국의 약진에 칭찬이 쏟아지고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것은, 우리의 역동성을 인정하고 발전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지, 문화나 국격과는 별개의 문제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선을
십여 년 전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대에 한국인 유학생이 수백 명이라고 했다.이 같은 한국인의 향학열은 정평이 나있고, 정경화 남매처럼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탄생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원조 격인 피아니스트 한동일씨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섯 시간씩 연습을 한다고 했다. 연주회를 앞두고는 12시간이다. 연습벌레라기보다 아예 목숨을 건 사투다. 일본 바둑계를 평정한 조치훈도, “나는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고 말한 적이 있다. IMF사태로 풀이 죽고 지친 우리국민에게 처음으로 웃음을 다시 찾아준 영웅이 박세리였다. 해저드에 걸린 공을 벌타 없이 치려고 양말을 벗는 순간, 새까만 종아리 밑으로 드러난 눈부시게 흰 발목... 엄청난 연습량을 웅변하는 바로 그 “오늘의 샷"이, 오늘날 LPGA를 주름잡는 수많은 “세리 키드”를 잉태하는 신호탄이었다.숭례문 단청(丹靑)이 다섯 달 만에 벗겨졌다고 한다. 분분한 원인분석 가운데, 필자는 “전문성 부족” 에 방점을 찍고 싶다. 이쯤에서 프로 중의 프로, 정상급 전문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생각해본다. 첫째, 정상에 오르려면 누가 뭐래도 “삼신할머니의 점지, 즉 유전자에 타고난 재능이 들어 있어야 한다
소고기 육회를 듬뿍 넣어 비벼먹는 진주 비빔밥입니다. 원래 진주 교방(쉽게 말해서 요정 혹은 기생집)에서 만들어 내는 비빔밥은 칠보화반이라고 하여 붉은꽃이 활짝 핀 것처럼 꾸미지만, 진주의 천황식당이나 제일식당에서는 일반 대중을 위해 얼기설기 내는 모양새입니다.위 사진은 구마모토의 명물인 말고기 사시미(바사시)입니다. 마블링이 소고기 이상이죠? 실제 식용으로 기르는 말이기 때문에 고베소고기처럼 육질을 개량한 것입니다. 말의 발음이 '바'이기 때문에 '니기리'를 더하여 '바니기리'라는 스시(초밥)로도 먹습니다. 물론 스테이크로도 먹고요.위 두가지 음식은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임진왜란이라는 공통분모가 숨어 있습니다.진주비빔밥은 진주성이 왜군에게 함락 당할 때, 군사들과 백성들이 결사항전을 다짐하고자 모든 소를 징발하여 잡은 뒤에 같이 비벼 먹은데서 유래한 음식입니다. 어차피 전쟁에 지면 소가 필요도 없고 왜군에게 뺏길 것이기 때문이죠. 결국 6만 내외의 군사와 백성이 희생된 슬픈 전쟁 음식인 셈입니다. 그에 비하여 전주비빔밥은 그보다는 역사도 짧고 덜 유명했지만, 마케팅 효과로 널리 알려진 음식입니다. (해주도 비빔밥이 유명합니다. 해주는 곰탕, 냉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