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背景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편지편지를 쓴다. 몇 번을 찢고 다시 쓴다. 마음은 마음에서만 마음이다. 밖으로 내쏟은 마음은, 문자화된 마음은 어쩐지 낯이 설다. 그래서 편지는 좀 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물며 ‘즐거운 편지’라니. 그건 시인에게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편지는 고통이다. 편지 쓰기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선 시인이 되지 못한다.때문에, 연애편지는 절대 즐거운 편지일 수 없다. 시인은 말했다.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렸다’고. 그리고 말했다. ‘그 기다림의 사이 눈이 퍼붓고 그치고 또 퍼붓
예전 고흥 나들이 때 인연을 한 번 맺은 뒤로 고흥 이야기만 들리면 마치 제 일처럼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향도 아니면서 나로호 발사 성공을 고흥 사람 이상으로 좋아했고, 그 동네 출신의 인사동정까지 챙겨 볼 정도입니다.고흥은 지형상으로 '캥거루 불X'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좌우로 득량만과 여자만이 있어 각종 해산물의 보고이기도 하지요. 고흥반도에 딸린 소록도 역시 일제때부터 나환자촌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요즘은 외나로도와 거금도까지 다리로 연결이 되어서 많은 관광객들과 식객들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캥거루 불X의 목 부분 바로 위에 위치한 곳이 벌교읍인데, 이곳이 마치 고흥의 목줄을 쥐고 있는 꼴입니다. 보성, 벌교는 고흥보다는 여수, 순천, 광주, 목포 등 외지로 나가기가 편합니다. 아무리 고흥에 유명한 뭐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벌교 꼬막'에 눌려 제 대접을 못 받아왔습니다. 오죽하면 고흥 학생들이 외지로 나갈 때면 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벌교 주먹들한테 매를 맞고 다 털리곤 했겠습니까.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고흥 지역의 사람들이 하도 당하다 보니 터미널 같은 곳에 고흥의 힘쎈 장사들을 파견 보내 학생들을 보호하려
치의학이 의과계에서 대학이 분리되고 학문적이나 임상에 있어서 서로 독립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은 아마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다. 의사학적인 고찰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지만 필자 나름대로의 추정은 치료법의 특이성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일반의학이 질환의 진단을 중심으로 발달됐다면 치의학은 진단의 학문이라기보다는 숙련(skill)과 기술(technique)을 중요시하는 임상적인 특징이 있다. 예컨대, 충치 잇몸병의 진단이나 발견은 굳이 치과의사가 아닌 일반 사람이나, 하물며 아동들도 자기 입을 들여다보면 충치의 유무를 어느정도 판별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충치의 발견, 진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충치를 얼마나 정교히 제거하고 다른 대체물(material)로 충전하는 과정(process)을 강조하는 임상학이다. 때문에 ‘치과치료엔 약을 복용해서 치료되는 병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치과질환이 어떤 특별한 약을 몇 번 먹고 치료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치과에는 약물치료법이 없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보면 우리는 약대신으로 치과재료(Dental materials)라는 특별한 약(?)을 언제나 취급해야 한다. 금속류에서부터 아말감,
제가 지난 칼럼에서 외국인 치과의사유입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 드렸는데요, 이번 칼럼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볼게요. 외국인 치과의사가 호주에서 일하는 경우는 외국치과대학을 나온 후 호주로 오는 경우가 있고요, 다른 한 가지는 저같이 유학생이 호주 치과대학을 나와서 영주권 취득 후 일하는 경우가 있지요.첫 번째로, 외국대학을 나온 모든 치과의사들은 ADC(Australian Dental Council) 이라는 기관을 통해서만 호주에서 치과의사로 일을 할 수 있어요. 제일 먼저 서류심사를 하는데 대학 졸업장 및 일 경력 등을 봐요. 참고로 영국령(영국 뉴질랜드 싱가폴 등)에 있는 일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바로 호주에서 치과의사로 일을 할 수 있어요. 나머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그 다음 영어능력 시험을 통과 후 주어지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모두 통과해야만 호주 치과의사로 등록하고 일을 할 수 있어요.이런 식으로 최근까지는 매년 250명 정도의 외국인 치과의사가 호주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저번 칼럼에서 이야기 했듯이 급격히 늘어난 호주 치과대학 졸업생수로 인해서 외국인 치과의사숫자를 낮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아
얼마 전 건축사무소 '공간'이 부도가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착잡했었습니다.웅장하다 못해 두려움까지 느끼게 만드는 H 그룹 빌딩과 조선시대 왕들의 거처였던 창덕궁 바로 옆, 비록 자그마하지만결코 주눅 들지 않고 꼿꼿하게 있었는데 그만 세월과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저명한 아트 컬렉터 한 분이 구입을 해서 미술관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작은 위로가 되었지요.요즘은 승효상이라는 양반이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과 김수근 선생의 뒤를 잇는다고는 하지만, 산업화 시대 혹은 개발 시대의 선배들과는 약간 스타일이 다릅니다. 아무래도 김중업과 김수근 선생은 국가에서 의뢰한 대형 건축물 작품이 많습니다. 물론 일반 주택을 비롯하여 작은 건축 작품들도 있지요. 헌데, 그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도감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승효상씨는 널리 알려 진대로 '빈자의 미학'이 그의 건축철학입니다만 약간은 느닷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비싼 작가가 부자들의 의뢰를 받아 건축물을 만드는데 가난한 사람의 미학이라니요. (악어의 눈물도 아니고 말입니다.)거추장스럽고 화려한 작품이 아니라 대략 원초적 기본 얼개에 충실한 작품을 하겠다는 뜻이겠거니 혼자 짐작은
“나를 파월장병 사병묘역에 묻어 달라.”는 고 채명신 장군의 유언을 받아들여, 장성에 관한 관례를 깨고 화장을 하여 안장한 일은, 다시 한 번 국민을 감동시켰다. 이를 계기로 남들이 못한 일을 실천에 옮긴 고인의 뜻을 살려, 국립묘지의 군인묘역에 “신분의 차별”을 없애자는 주장이 있다. 사후에도 생전 계급에 따라 예우하는 ‘이상한’ 구획조성이요, 나라사랑에도 귀천이 있느냐는 것이다. 웃어넘기기에는 꽤 심각하고 동조하는 분들도 있다하니 이를 검토해보자. 첫째 전통 지키기 차원이다.나라마다 역사와 문화에 따라 장례의식은 달라진다. 국립현충원은 영국인 누구나가 묻히고 싶어 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처럼(여기에도 눕느냐 서서 묻히느냐는 구별이 있다고 한다) 중요한 문화유산이다(heritage). 국내외의 참배객, 특히 VVIP는 반드시 찾는 명소를 뒤엎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둘째, 군대생활의 마무리는 제대·전역·퇴역 등 형태가 다양하다. 단기 또는 의무 복무로 전역·제대하여 천수(天壽)를 마친 사람은 현충원에 못 들어가고, 대략 30년 전후의 청춘을 바친 장성과 현역신분으로 전사 또는 순직한 젊은 넋들만 안장된다. 이것도 차별이란 말인가? 그것은 제한된 공간이기에,
후배님 혹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이로스(Kairos)’라는 신을 알고 있나? ‘기회의 신’이라고 하는 이 신의 모습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참 특이하게 생겼어. 앞머리는 덥수룩한데 뒷머리는 대머리이고, 날개가 달려있는데 발뒤꿈치에도 있지. 그리스 사람들이 기회의 신을 이렇게 상징한 이유는 뭘까? 앞머리가 덥수룩한 것은 그가 기회의 신이라는 것을 못 알아보게 하려고 한 것이라네. 뒷머리가 대머리인 것은 돌아서면 잡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고, 어깨 뿐 아니라 발뒤꿈치까지 날개가 달린 것은 일단 돌아서면 도저히 잡을 수 없기 위함이라네. 어쨌든 요지는 기회란 것은 알아보기 힘들고 왔을 때 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도망가버려서 잡을 수 없다는 의미이겠지. 나는 좋은 직원을 만나는 것도 일종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네. 파트너 급의 좋은 직원을 만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해.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조차도 사실 흔치는 않잖아. 따라서 면접하는 흔치 않은 순간을 기회라고 알아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고, 원장인 내게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 순간이 ‘기회’임을 알아 보는 눈이라 함은 바로 내가 이야기한 성격유형 검사 툴을 이용해서 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하면 생각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아파르트헤이트, 골드, 다이아몬드, 희망봉, 보어전쟁, 신세계 와인, 골프천국, 어니 엘스, 라티프 굿센, 게리 플레이어,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 썬시티, 블루 트레인, 투투 주교, 2010년 월드컵, 최초의 인공심장 수술... 그러나 넬슨 만델라를 빼고는 남아공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그 '어른'께서 타계하셨고,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이 아프리카 대륙 남쪽 끝으로 그를 조문하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장례를 통해 갈등을 풀고 화해를 하는 이청준의 소설 '축제'의 내용처럼 미국의 오바마와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가 악수를 하였고, 남아공 사람들도 그 엄숙한 장례식장을 오히려 노래와 춤이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더군요. 그러니까 한 위인의 죽음은 단지 슬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으로의 승화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디다. 제가 만델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나 존경하는 정도는 일반 사람들과 비슷할 겁니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점은 제가 남아공을 무려(?) 두 번이나 방문을 했었고, 심지어 만델라가 투옥되었던 로벤섬과 그 안의 교도소를 방문했던 기억 때문에 좀 더 각
자유·평등·박애를 내걸고 집권한 프랑스 혁명지도부는, “평등” 이념의 과잉으로 훈장(勳章)을 없앤다. 왕실과 귀족에 대한 무자비한 처형에 질겁한 주변왕국들의 압박과 공포정치의 피비린내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프랑스 국민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나폴레옹을 황제로 옹립하고, 황제는 거의 전 유럽을 상대로 한 전쟁에 국민을 동원하기 위하여 그동안 밀렸던 훈장까지 대량생산한다. 그후 프랑스정부가 수여한 훈장 숫자는 세계의 금메달 깜일 것이다. 아니, 더 많은 나라들이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 그리고 공산국가들, 하나같이 독재국가다. 종주국인 소련보다 훨씬 더 평등한 공산주의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던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훈장은 고사하고 계급장까지 없애려 했다. 정치장교 우선으로 기초체력이 허약해진 중국군은 한층 더 부실해져서, 해장꺼리로 만만히 본 베트남에게 큰 코를 다치고 나서야 계급장을 복원한다. “평등”을 입에 달고 살았던 마오쩌둥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금언(金言)과 인민을 “공포와 선군정치”로 가두어놓고 굶기고 처형하는 북한 늙은 군인들이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훈장이, “평등을 가장”한 그들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 보인다.
이번 칼럼에서는 호주 치과 대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게요. 호주 치과대학과정은 대부분 5년이에요. 한국과 같이 예과나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과목들 없이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치과과목만 배우죠. 한국에 비해서 조금 짧은 것 같지만 호주에서 학사학위는 한국의 4년제 대학과 달리 대부분 3년에마치기 때문에 일반 대학 과정에 비해 긴 편이죠.치과대학 1, 2학년에는 주로 이론과 마네킹에서 플라스틱 모형을 가지고하는 가상 실습 연습을 하고요, 3, 4학년에는 이론공부와 실제로 환자들을 직접 보기 시작해요. 가장 바쁘고 힘든 시간이죠. 그리고 5학년은 주로 국립병원 등에 나가서 일 년 동안 임상강사 지도아래 수업 없이 실습만 해요. 개인적으로는 이시기에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커리큘럼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졸업을 하면 특별한 국가고시 없이 바로 치과의사로 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전문의 과정은 일반의로 2년 이상 일한 치과의사만 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고 대학원과정을 마치면 전문의가 되죠.불과 7년 전만해도 호주에 치과대학은 5개 밖에 없었어요. 정원도 한 학교에 60명 정도였고요. 그래서 치과의사들의 공급이 많이 부족했죠. 2006년 조사 결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