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추첨을 하기로 약속한 8시가 지났지만, 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선 선관위 회의가 계속되고 있었다. 지부별 정책토론회 일정을 잡는 등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 탓이다. 때문에 각 후보 캠프에서 나온 본부장들은 잠깐이지만 밖에서 초조하게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김철수 캠프의 최치원 본부장, 박영섭 캠프의 강정훈 본부장 그리고 이상훈 캠프의 김욱 본부장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애써 긴장감을 달래고 있었다. 누군가 '무척 부담스럽겠다'고 묻자 세 사람은 금새 '그럼요'라고 말을 받는다. 기호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기왕이면' 하는 기대감은 누구나 가질 법 하다.
8시 15분, 드디어 회의실 문이 활짝 열리고, 추첨을 맡을 세 사람의 본부장과 기자들이 우르르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절차는 아주 간단했다. 선관위가 추첨에 나설 세 사람과 캠프를 확인한 후 추첨 방법을 간략히 설명했다. 먼저 세 사람이 가위 바위 보로 '추첨 순서를 결정하는 추첨의 순서'를 정하기로 했다. 1차 추첨 결과 본 추첨 순서는 최치원, 김욱, 강정훈으로 정해졌다.
이제 통 속에 든 세개의 탁구공 중 하나를 꺼내 들기만 하면 된다. 그 운명의 공에 적힌 숫자가 이번 선거기간 후보들과 당락을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최치원 본부장이 긴장된 표정으로 통 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손끝에 잡혀 올라온 탁구공에는 숫자 '2'가 크게 적혀 있었다. 최 본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은 김욱 본부장 차례. 이번엔 뒤에서 지켜보는 강정훈 본부장이 더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욱 본부장이 통속에서 여러번 팔을 휘젓더니 드디어 뽑은 공을 높이 치켜 들었다. '1'번 공이었다. 곧바로 조호구 위원장이 남은 3번이 박영섭 후보의 기호임을 확인했다.
기호 추첨은 이렇게 10여분만에 끝이 났다. 세 사람은 선관위가 준비한 기호증서를 들고 조호구 위원장, 이희권 간사와 함께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한번 취한 뒤 서둘러 각자의 캠프로 돌아갔다.
이제 이번 선거가 끝나는 3월말 혹은 4월초까지 이상훈, 장영준, 전성원, 김수진 후보는 기호1번으로, 김철수, 안민호, 김종훈, 김영만 후보는 기호2번으로, 박영섭, 허윤희, 강충규, 이계원 후보는 기호3번으로 각각 불리게 됐다.
■ 제30대 치협 회장단 선거 후보별 기호
기호1번 : 회장 후보 이상훈, 부회장 후보 장영준 · 전성원 · 김수진
기호2번 : 회장 후보 김철수, 부회장 후보 안민호 · 김종훈 · 김영만
기호3번 : 회장 후보 박영섭, 부회장 후보 허윤희 · 강충규 · 이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