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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호주 국립병원에서는 개인진료도 할 수 있다?

국립시설 사용허가 받아 개인병원 차린 백문영씨



호주 정부는 정부가 정한 연 소득 기준 미만의 개인과 가족 구성원, 수입이 없는 만 65세 노인들에게 무료 치과진료를 제공하는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호주 국민이라면 4세부터 16세까지 모든 학생이 소득과 상관없이 국립병원에서 치과진료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통 큰 복지제도와는 별개로 정작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료 진료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오랜 대기 기간을 감수해야 하고, 돈을 지불하고서라고 개인치료를 받고 싶은 환자들은 치과의사가 있는 곳까지 매번 수 백 킬로미터를 날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윈윈을 일궈내 최근 호주 정부의 주목을 받은 치과의사가 있었으니 바로 한국인 치과의사 백문영 씨다. 차터스 타워스라는 인구 1만 명 규모의 소도시 국립병원에 근무하면서 인근 800 킬로미터 지역까지 커버해야 하는 유일한 치과의사인 그는, 치과의사 없이 놀고 있던, 각각 250 킬로미터와 400 킬로미터 떨어진 휴인던과 리치몬드 지역 국립병원 치과시설을 자신의 개인진료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식 허가받는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그 곳 지역민들은 이제 먼 길을 이동하지 않고도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퀸즐랜즈 주 13개 구역 중 하나인 타운즈 빌 최초로 이뤄진 일이었다. 그 내막을 직접 들어봤다.


차터스 타워스에서 근무하고 계시지만, 치과의사가 1명뿐이라 휴인던과 리치몬드까지 커버하고 계시는 건데, 그 때문에 6주에 한 번씩 그 곳으로 출장을 가시는 건가요.

-네. 휴인던과 리치몬드에는 치과시설을 갖춘 국립병원은 있지만 치과의사가 없어요. 개인치과병원도 없고요.

 

그럼 그 시설을 사용료를 내고 개인병원처럼 사용할 수 있게 허가를 받으신 건가요?

-그렇죠. 계약 내용은 ‘제가 국립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시간 이외에 사용료를 내고 개인병원처럼 사용할 수 있다’예요. 간호사/치위생사들도 제가 고용해서 월급을 주고요. 환자들한테 돈을 받고, 국립병원에서 하지 못하는 시술들까지도 환자가 원하면 모두 할 수 있지요. 그냥 국립병원 건물만 사용하는 것 뿐 개인병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돈 한 푼 안들이고 개인병원을 차린 셈이고요.

 

소속 국립병원의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처음 개인병원으로 쓰게 해달라고 했을 땐 저희 치과 원장님(Director of Oral Health)은 그렇게 반기지는 않았어요. 제가 국립병원일을 소홀히 하고 개인병원에 너무 일을 치중할까봐 걱정하는 부분도 있었고, 또 괜히 한 번도 시도 안 해본 일을 시작해야하는 부담감도 있으셨던 것 같고요.

 

그래서 저희 치과 원장님을 설득하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죠. 저희도 공무원들이다보니깐 굳이 안 해도 되는 일 하려고 안하거든요. 괜히 일거리 하나 더 만드는 거였죠. 병원이 돈 번다고 자기가 이익 보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하물며 일이 괜히 잘못됐다가는 책임도 물어야하는 위치시니까 더욱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골 병원장이나 시의원등은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셨고요. 



 

이 일을 실행에 옮긴 구체적인 시기를 말씀해 주세요.

-정식적인 허가는 2013년 12월에 나왔어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건 올해 1월 3일부터 였구요.

 

처음 이야기를 꺼낸 시기는 2011년 10월 쯤 제가 처음 차터스 타워스에 오고 나서 부터였어요. 처음에 저희 병원 치과원장님(Director of Oral Health)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하셔서 일에 진전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가 2012년 6월쯤 설득해서 계약서 제가 다 작성 할 테니 한 번 봐달라고 부탁해서 첫 계약서를 2012년 8월에 보여 드렸죠. 그리고 몇 번 수정을 거쳐서 완성된 계약서는 2013년 1월에 저희 치과 원장님한테서 허가가 나왔어요.

 

그 다음 4월쯤 저희 finance 담당하는 manager(Manager of Oral Health)가 허가했고, 그 다음 타운즈빌병원 총 담당자(Dr. Kunwarjit Sangla, Director of rural health services)가 7월쯤 허가를 했고요. 그 다음에 병원 변호사(Contract lawyer)와 회계사(Business Services Manager)가 제 계약서 검토를 2013년 10월에 마쳤죠. 마지막으로 타운즈병원 CEO가 11월 달에 사인한 후 허가가 나온 것이지요.

 

그렇다면 주말마다 개인병원 진료를 휴인던과 리치몬드에서 하고 계시는 건가요?

-주말마다라기보다 시간 날 때 마다요. 국립병원에서는 full time으로 일하면 2주에 76시간 일하거든요. 그래서 하루 8시간 반씩 2주에 9일 밖에 일을 안 해요. 매월 둘째 주 금요일마다 쉬지요. 그래서 금요일 토요일에 주로 진료를 하고 바빠지면 아마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6주마다는 1주일씩 국립병원일로 출장 갈 때에는 8시부터 5시까지는 국립병원 의사로 일하고, 5시 이후부터는 개인병원을 보는 식으로 해요. 바쁘죠.(웃음)



 

두 지역에서 어떻게 개인진료를 하시는 지, 운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서요.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도 아직 잘 안했지만 소문만으로도 이미 상당히 바빠요. 아직은 휴인던에서만 진료를 하고 있고요, 리치몬드도 환자들이 늘어나면 갈 계획이에요. 아직은 휴인던만으로도 바빠요.

 

이번 일로 보건부 장관이 직접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개인적으로 나눈 내용은 어떤 조건으로 시작하게 되었느냐, 얼마나 자주 할 수 있겠느냐 였어요.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식으로 시도가 됐고, 실패와 성공 이야기도 해주셨고요. 칭찬 많이 받았어요. 저는 전반적으로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와 시골 병원장 그리고 시의원의 협조 등에 대해 말씀드렸고요.

 

저와 의사, 간호사들과 함께하는 전체 미팅 때는 시골병원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불편한 사항이 무엇인지 개선할 부분은 무엇인지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더불어 병원 치과 시설 둘러보면서 스테럴라이징 어떻게 하는지, 치기공실은 있는지도 확인하셨답니다.

 

환자들 수요나, 부가적인 진료 수익(?)에 대해 언급해 주신다면.

-환자들의 수요는 엄청 많아요. 제가 3년 전부터 차터스 타워스에서 출장 나오기 오기 전까지는 치과의사가 10년 넘게 없었다고 해요. 제가 3년 동안 6주에 한 번씩 오기는 했지만 응급환자들만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랐지요. 주민들은 엄청 좋아해요. 예전에는 이가 아프시면 6주 동안 참던지 아니면 250 킬로미터 넘게 운전해서 치과를 가야했지만 지금은 제가 매주 찾아가니까요. 시의원도 엄청 많이 도와주세요. 부가적인 진료수익도 있고요. 어차피 저는 국립병원에서 수익이 있고 개인병원에서의 수익은 플러스알파(?)라서 많이 연연하지는 않아요. 지역주민에게도 좋고, 저도 좋고, 병원도 좋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