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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처음 겪는 세상 4: 빛나는 대한민국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70>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초강력 전기에너지에 의하여 최초의 유기물이 합성된다.
 이어서 이끼류가 태어나고 식물이 진화하자, 엽록소라는 공장(Chlorophyll)에서 물과 태양광 에너지를 원료로 화학에너지 탄수화물을 생산한다(Photosynthesis). 이 탄수화물을 먹이로 동물이 자라나 지구촌 생태계가 완성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더니, 사실은 세상 만물이 태양광 에너지에서 비롯하여 전기와 화학에너지 등으로 전환된 것이다. 석유 석탄 가스 같은 화석에너지도, 지각 변동으로 지하에 파묻힌 동식물이 고온 고압에 변성된 산물이다. 육지와 바다는 태양에 의하여 가열·냉각되는 속도가 달라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생기고, 이들이 섞여 안정될 때까지 소용돌이치는 것이 바람이요, 이를 팔랑개비로 잡으면 풍력발전이 된다. 이글대는 태양으로 바닷물이 증발하면 구름이요, 바람에 밀려가다가 산을 만나 응집되면 폭우로 쏟아진다. 강을 이루어 낮은 곳으로 흐르던 물은 낙차가 큰 지점에서 폭포가 된다.
 이 낙폭의 차이가 위치에너지요, 이것으로 터빈을 돌리면 수력발전이다. 인류가 누리는 모든 에너지와 물질적 혜택은 결국 따사로운 태양으로부터 얻어 쓰는 것이다. 

 

   효율적인 클린에너지와 탄소 제로 프로젝트가 지구촌 초미의 과제로 떠올랐다.
 예로부터 집칸이나 장만하려면 진득하게 눌러앉아 한 우물을 파라고 했다. 이사를 하면 접시 한 장이라도 깨진다는 얘기인데, 에너지도 형태가 바뀔 때마다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효율을 높이려면 먼저 이런 손실을 줄여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숙제인 탄소 제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오염-온난화–기상이변 대책이다. 얼핏 모순되는 두 마리 토끼를 인류는 빠른 장래에 잡아야 한다. 집 장만 얘기가 나온 게재에 한마디만 더 하자. 작금의 부동산 열기는 거의 천재지변 급의 화재(火災)다.
 소방차를 스물 몇 번 투입했건만 화기는 더 기승을 부린다. 부동산주도 경제에서 중산층이 아파트 장만하려면 이사를 열한 번 해야 한다더니, 드디어 이생에서는 ‘영끌’로도 안 되고, 공무원특공과 부모 찬스 만 남았다고 한다. 정권교체와 함께 우르르 쏟아져 나온 ‘신흥 유공자’에 대한 특별공급도 등장할 것 같아 불안하다.
 어쨌든 이사를 많이 다녀야 아파트 장만한다는 ‘K-부동산 법칙’은 기네스북에 등재될만한 엽기사건이다. 한국인의 집에 대한 집착이 유별난 탓인가? 집도 남향만 찾는다. 여름에는 태양의 입사각이 커서 시원하고, 겨울엔 햇살이 방안 깊이 들어와 따뜻하다. 일조량이 적으면 비타민 D 결핍으로 뼈 질환을 일으키며, 햇볕과 우울증의 관계는 잘 알려진 의학 상식이다. 나아가 죽어서도 ‘양지바른 언덕’을 찾는다.   음습(陰濕)한 응달에 산소를 쓰면 대대손손 자손에게 재앙이 닥친다고 믿었다.

 

   필자가 대학에 들어갈 즈음 서울공대 원자력공학과가 생겼다. 커트라인이 웬만한 대학 수석과 맞먹는 수재들이, 원자력의 앞날을 내다본 박정희의 혜안에 힘입어, 세계첨단의 원자력발전소를 지었다. 소형원자로를 개발하고 조금만 더 가면 폐기물 없는 효율 만점의 핵융합발전이 눈앞에 와있건만, 과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괴상한 ‘신내림 논리’에 의하여, 원전산업 전반이 뒷걸음질한다. 이것은 인재(人災)다.
 전기 생산단가, 에너지효율, 기상불안정성, 십여 년이면 닥칠 천문학적 산업폐기물, 반사판 생산과정의 환경오염, 심지어 새똥 같은 예상 밖의 변수로 짧아질 반사판의 수명과 관리유지에 들어갈 막대한 인력 경비 등 상식적인 얘기는 건너뛰자. 토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태양 복사열을 온 넓이로 받아 에너지화 하는 발상은 좀 미련한 소탐대실 아닌가? 개발과 도시화로 지구의 표토(表土)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데, 남은 땅마저 거울로 덮어버린다? 수십 년 키운 숲을 베어내기도 가슴 아프지만, 졸지에 영구적인 ‘응달’로 내몰린 땅은? 우리는 지렁이를 비롯하여 땅속 세계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안다. 음습해진 광대한 땅에 일어날 비가역적 변화... 태양의 ‘베품’에서 차단당한 땅은 영양실조를 일으켜 시나브로 우울증에 빠질 것 같다. 
 지력이 쇠한다는 얘기다. 난데없이 지붕을 뒤집어쓴 새만금 바닷물 속이라고 별수 있겠는가? 서울 면적의 열 배라던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과연 반짝반짝 빛나는 대한민국이 되시겠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넓은 국토를 지붕으로 덮어, 그늘에서 신음하는 ‘응달 공화국’ 만들기 아닌가?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