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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안식 이야기 8 : 외전(外傳)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66>

 

   아프리카 밀림 속 작은 광장, 물이 설설 끓는 가마솥 옆에 백인 선교사가 묶여 있다. 아이가 막대기로 쿡쿡 찌르니 엄마가 타이른다. “아가, ‘먹을 걸’ 가지고 장난치면 못 써!” 미국 만화에서 본 이야기니까 그냥 전도에 따르는 위험과 어려움에 대한 해학으로 이해하시라. 종교는 문득 깨닫거나 신의 계시를 받아 시작된다.
 비 종교인의 눈으로 보면 직관이니, 그 성인이 살던 환경이나 문화와 따로 떼어 해석할 수 없다. 단순화 해본 3대 종교의 출발점은, 유대 율법학자를 뛰어넘은 그리스도, 구약을 유목 생활에 접목한 마호메트, 성직자가 군림하는 브라만을 바로잡은 석가모니 아닌가? 가르치려 들면 누구나 질색하고 내 주장만 내세우면 ‘꼰대’라 하는데, 하물며 어디서 눈동자 피부색도 괴상한(?) 인간이 나타나 낯선 것을 따르라 하니 쉽게 먹혀 들 리가 없다. 처음 시작할 때는 본고장에서도 그랬다. 병나면 푸닥거리요 가물면 기우제 지내는 무당에게 새로운 경쟁자자 반갑겠는가? 부족국가가 큰 나라로 자라면 정교(政敎)의 마찰과 화해를 거쳐, 종교는 군주의 위계질서확립에 봉사하든가 아니면 도태된다. 산업의 발달과 도시화, 체제 변화와 주력계급 이동에 적응하지 못해도 역시 낙오다. 그래서 종교는 신도의 정신적 지주로서 시대정신을 이끌거나 최소한 따라가야 한다. 기본 교리는 불변이라 해도, 해석과 생활 규범은 마치 생물학적 개체발생처럼, 역사의 흐름에 맞춰 진화해야한다(Ontogeny).

 

   종교는 태생적으로 교세 확장 즉 세계로 퍼져나가야 하지만, 전도는 현지 기존 문화와 충돌을 피할 수 없어, 무력으로 제압하거나 타협의 길을 찾아야 한다. 거대한 중국 문명에 전파된 불교는 전제군주의 통치이념인 유교나, 서민 대중의 기복 사상에 밀착한 도교의 벽을 뚫기 어려워, 절충과 타협을 한다. 변형된 중국 불교가 삼국의 한반도에 전파되니, 유난히 신성(神性)이 강한 한민족이 만족할 리가 없다.
 본고장 인도로 직구(直購)에 나선 증거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아닌가? 결국 전도의 완성은 현지화, 토착화다. 병리학 용어로 Epidemic의 Endemic 화라고 할까? 우리 절에는 삼신각(三神閣)이 있고, 교회의 기도 중 은연중 드러나는 기복(祈福) 심리를 부인하기 어렵다. 동로마에 가서는 그리스, 러시아 정교가 되었고 중남미 가톨릭이 있으며, 우리 불교에는 대략 40여 개의 종파에, 도심 생활형 대형 선원(禪院)에는 수많은 신도가 따르는 스타 스님들이 있다. 세계를 아우르는 종교에는 지정학적인 특성에 따라 계통 발생학적인 접근과 해석도 필요할 것 같다(Phylogeny).

 

   인간의 피는 증류수가 아니요, 나갈 때(動脈)와 돌아올 때(靜脈) 색깔도 다르다. 
 그러므로 경전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강요하는 근본주의 집단은 또 하나의 악마요, 기독교의 사랑과 불교의 자비와 이슬람의 관용이야말로 종교의 핵심이리라.
 종교와 이념의 근본주의는 신성의 상실보다 사회의 안위에 더 해악을 끼치므로, 이를 바로잡으려 경직된 기성 성직자에 맞선 것이 3대 종교의 시작이기에, 성인은 대체로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하였다. 근본주의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한국이 제2의 종교부흥에 선두주자가 될 첫째 조건이다. 한국어 대사 70%에 제작비 $25만의 독립영화 ‘미나리’가, 미국 상업영화의 철옹성 아카데미를 뚫고 여우조연상을 땄다.
 농민 대다수가 정부 보조금(Subsidy)에 의존하는 카르텔과 기업농의 나라 미국에서, 한 한국이민이 던진 ‘귀농(歸農: Return to Farm)’이라는 화두는, 그들의 시선(Certain Regards)을 끌고도 남았다. 이렇게 비범한 한국인의 IQ가 두 번째 조건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세계 최초로 평신도에 의해 시작되었고 짧은 역사에 성인 103위 복자 124위를 기록했으며, 신도 80만의 S복음교회를 위시하여 수많은 대형교회에 세계가 주목한다. 메릴랜드 광활한 대지 위에 우뚝 선 한인교회, 2천 명을 수용하는 예배당이 놀랍다. 세계 교회가 몸살을 하는 가운데 홀로 성장하는 한국종교의 활력이 세 번째 조건이다. 빌보드를 석권한 BTS는 순정만화의 용모, 칼군무와 음악성도 발군이지만, 혼란의 시대에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긍정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설파하는 능력이야말로 네 번째의 조건이다.
 종교는 사는 동안 따뜻한 안식처가 되고, 최후의 안식을 맞을 때에는 위로를 준다.
 따라서 종교의 부활은 세계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바로 여기에 수많은 수난의 역사를 이겨낸 한국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K-팝과 K-드라마 등 K-문화가 저렇게 뜨는데, ‘K-크리스천’이나 ‘K-불교’는 당연한 것 아닌가(Why Not?)?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