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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별이 빛나는 무대 (Star-Studded Stage)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35>

 


 

   무대와 바닥은 최고급 단풍나무, 벽면은 체리목으로 마감한 3백석 남짓의 금호아트홀.  비르투오소의 연주를 만나면, 마치 장인이 만든 악기 속에 들어간 듯 아늑함을 느낀다.  이날 신시내티 심포니 플루트 부수석 재스민 초이의 연주가 그랬다.
 청아한 대금·안데스 팬 플루트·클라리넷 등 팔색조와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플루트 자체의 한계와 앞서가는 진화에 도전하고 있다 (070818).
 악기의 여왕 바이올린 소나타를, 별다른 편곡 없이 훌륭하게 풀어낸 프랭크에서, 엄청난 기량의 업그레이드를 실감한다.  현대 클래식처럼 신비롭고 난해한 윤이상의 ‘가락’에서, 마치 마술을 시연하듯 선보인 다양하고 창조적인 주법은, 반만년 ‘피리 민족’의 내공을 보여준다.  공연리뷰의 제목을 ‘마술피리’라고 이름지은 이유다 (대전예당 앙상블 홀: 100402).  당돌 발칙한 “이럼 안 되나? (Why Not)?”라는 공연 제목이 말하듯 팝·재즈와 어울린 마당놀이를 보면서, 관현악 가운데 플루트의 지위격상은 물론 대중에 친근하게 다가가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는 최나경(재스민의 본 이름)의 뛰어난 천재성과 열정을 읽는다(대전 CMB 아트홀: 110604).

 

   이처럼 20년 넘게 옆에서 지켜본 최나경은, 세계적인 대가의 성숙한 기량으로, 한 치의 어그러짐 없이 그 기대에 응답하고 있다.  대전시향의 챔버시리즈 4번인 이번 연주 ‘Flute, 영롱한 매력에 빠지다’에서, 씨는 한층 올라선 절정의 기량과 여전히 전염력 강한 활력을 보여주었다.  첫 곡은, 항상 “So punctual & predictable but so pleasing”한 Mozart의 플룻 4중주(k. 285).  마치 Post-Doc을 갓 마친 과학자처럼 기교나 실험 아닌 청아한 음색의 모범연주다.  김필균 김민정 이송희씨 모두 개성 강한 시향수석으로 각자 기량을 맘껏 발휘해야 하기에, 하모니나 앙상블보다 콜라보(Collaboration)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고, 플루트는 자세를 낮추어 조심스럽다.
 둘째 곡은 나치시절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유태인 슐호프의 비올라와 더블베이스의 작은 협주곡.  최나경 특유의 실험적인 주법이 되살아나고, 마치 5음계 동양음악 같은 느낌으로, 제 2악장의 피콜로는 자진모리요 비올라의 음색은 해금을 닮았다.
 박종호 더블배스의 퍼커션 효과가 우퍼처럼 강렬한 까닭은?  연정국악원 ‘작은 마당’ 300여 객석의 알 맞는 경사가 만들어낸 ‘아레나효과’로서, 고급 마감재나 반사판의 도움 없이도, 콘서트 홀 같은 멋진 음향효과는 의외였다.  앞으로 앙상블 홀의 과부하(過負荷)를 완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드메르스망의 윌리엄 텔은 플루트의 악기 소리와 오보에(홍수은)의 인간 소리 간에 대화가 극히 자연스러웠다.
 베토벤의 세레나데가 다시 모범주법으로 돌아간 것은 악성에 대한 경의(敬意)인가?   피날레인 웹스터의 카르멘 랩소디는 플롯이 주역을 맡으면 곡이 이렇게 영롱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클라리넷(이진아)의 품격을 한층 돋보이게 해주었다. 
 앙코르는 클래식 아닌 ‘American Duet’으로, 엄숙(?)한 ‘성조가(Star-Spangled Banner)’와 빠르고 코믹 경쾌한 ‘Yankee Doodle Dandy’가 잘 믹스된, 크로스오버 반열에 오를 만 한 곡이다.  민첩한 텅깅(tonguing)이 천부적인, 최나경씨의 탁월한 선택으로, 당연히 환호와 기립박수 속에 파묻혔다.

 

   이날 연주는 세계유수의 비엔나 심포니 수석에 올랐다가 그만둔 뒤로도, 마음고생을 딛고 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정진하며, 6년째 대전광역시 홍보대사로서 공적 역할에도 봉사한 ‘성숙의 웅변’이었다.  그동안 멋진 일생의 반려를 만난 행복도 성숙에 기여했으리라.  최나경이 있기에 가능한 기획, 김필균을 비롯한 대전 시향 여섯 수석의 개인기를 한 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한, ‘별이 빛나는 밤’ 콜래보 잔치에 감사한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