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백반'이라는 표현은 대체 어느 별에서 온 말일까요? 식당밥이란 것에 지치고 식상해진 사람들에게 돌아가신 할머니나 어머니 손맛을 재현해주겠다는 소박한 생각이거나 혹은 이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응큼한 표현은 아닌지요. 결국 어머니(혹은 할머니)나 집사람이 해주는 일상의 건강 밥상을 차려주겠다는 말이겠지만, 말처럼 그에 부응하는 식당이 대체 얼마나 있겠습니까? 실제 가정식 백반이라는 표현의 원조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일 겁니다. 교토의 가정식 백반이니 동경의 가정식 백반집을 소개하는 책자들이 예전부터 여럿 나왔으니까요. 소설가 양귀자가 홍대 근처에 차렸던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이라는 밥집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그런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계모가 차려주는...'보다 못한 밥맛이라고 하였던가요.. 허나, 근사한 한정식이나 궁중요릿집 혹은 고기 전문 식당을 빼면 가정식 백반집 아닌 곳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곰곰 생각을 해보니, 가정식 백반을 표방하는 식당들은 무슨 찌개니 무슨 구이니 하는 단품 메뉴 리스트도 있지만, 정해진 메뉴 없이 직장인들을 상대로 주인장 마음대로, 손 가는대로 차려주는 밥, 반찬 그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밥상 위의 삼치는 기껏해야 고등어 사이즈만한 놈입니다. 대개 구이나 조림으로 먹는데 기름이 좔좔 흐르는 고등어에 비해 인기가 떨어집니다. 물론 삼치도 고등엇과이기 때문에 외형은 고등어처럼 생겼지만, 맛은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삼치 제철은 요즘 같이 추운 겨울인데 지방이 오르는 겨울까지 기다리지 않고 잡아버리니 1m 내외의 '대삼치'는 전라도 고흥이나 여수까지 내려가야 제 맛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삼치에 관한 기록은 손암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도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 손암 선생이 삼치를 직접 잡았거나 드셔보시고 그런 기록을 했는지는 불확실합니다.(자산어보를 보면 인어(人魚)에 관한 기록도 있다니까요) 일단 8~9자 길이에 둘레는 3~4뼘이라 하시니 200년 사이에 돌연변이로 인하여 난쟁이 물고기가 되지 않은 다음에야 다른 어종을 착각하여 삼치라 기록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게다가 그 맛도 신맛이 짙고 텁텁하여 좋지 않다 하셨으니, 거문도 사람들이나 남도 사람들이 들으면 무척 섭섭하지요.거문도 출신 소설가 한창훈은 거기에 의문을 품고 추적을 했습디다. 해양학자의 조언을 들어본 결과, 자산어보의 삼치는 동갈삼치라고 추측을
와인 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첫 시작은 우아한 와인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알딸딸해지면서 종국에는 주종불문 들이붓게 되고, 결국 인사불성인 채로 귀가하게 되는 그런 모임입니다. 멤버 구성도 매우 다양해서 각자가 속한 세상사 이야기 하면서 술을 마시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지요.그러기를 벌써 수년째인데, 그간 송년회다운 송년회를 해보질 못했습니다. 하여, 올해는 작정하고 거사를 치르기로 했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저희 모임 송년회의 최소 옵션이 별도의 공간, 훌륭한 음식, 접근성, 주류반입 여부, 와인 잔 제공여부... 좀 까다롭죠? ^^고민 끝에 분당 야탑에 소재한 '만강 장어'로 정했습니다. 상호는 장어집이지만, 이 집에서 장어만 먹고 왔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만강이라는 상호가 전국적으로 몇 개가 있으니 구별을 하려고 그리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봅니다만.결과는 올 해도 어김없는 인사불성 귀가입니다. 먹은 음식은 휴대폰에 찍힌 사진을 통해서야 알았고, 마신 술 종류도 나중에야 알았으니까요.만강의 한상차림 음식 값은 흔히들 이야기 하는 '싯가' 혹은 '쥔장 맘대로'입니다. 대략 1인에 10만 원 잡으면 넉넉합니다. 한식에서 10만 원 내라고 하면
부산을 배경으로 했던 최근 영화 두 편이 관객의 이념적 스탠스에 따라 (서로 교대로) 한 쪽은 열광을 하고, 다른 쪽은 비난을 하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변호인'과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입니다.영화는 그냥 영화로 만들어야 하고, 또 보는 사람도 영화로만 봐야 하는데 제작자와 감독은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나 가르치고 싶은 것을 만들고, 관객 역시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세상인지라, 나치 괴벨스 시절의 그것에서 세상이 발전한 것이라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그런 영화 한 편을 보여준다고 해서 이 쪽 사람이 저 쪽으로 귀순할리도 없거니와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요. 결국 자기편들끼리 위로와 격려를 위해서 만들었다는 생각까지도 드네요.불행히도 저는 '변호인'을 보지 않았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이야기나 이미 내용이 알려진 영화는 예전부터 보지 않는 개인적 고집이 있거든요. 가령, '명량', '태극기 휘날리며', '광해', '실미도', '7번 방의 선물'... 같은 영화는 애초부터 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취미가 영화인 제가 소위 '천만 영화'의 절반도 보지 않았다니 다소 의외이죠? 쓸데없는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이빨’은 치과의사가 싫어하는 단어입니다. 치아라는 ‘우아하고 고급진’ 단어를 놔두고 굳이 이빨이라고 낮춰 부르는 행위 자체가 치과의사를 낮게 보려는 심리라며 지레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것이죠. 그러나 일반 환자(언중)들이 쉽게 부르는 말이고 일상에서 익숙해진 단어라면 부러 피할 일도 아닙니다. 다만 낮술에 취한 환자가 갑자기 불쑥 들어와 "이빨 뽑아줘~!"하면서 반말 비슷하게 지시하는 환자들을 보면 저도 속으로 '욱~'하곤 합니다. 게다가 잘 치료하면 사용할 수 있는 치아를 뽑아달라고 할 때는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눈에 결막염이 생겨서 아프거나 가렵다고 안과에 가서 "눈깔 좀 뽑아줘~!"하는 사람이 없지 않느냐면서 타일러 보냅니다. 그러면 속으로 뜨끔 하는 것이 생기겠지요.각설하고, 제가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려면 일단 코르크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꼭 이빨을 뽑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도 같거니와 뽑았을 때의 묘한 쾌감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뽑다가 중간에 코르크가 부러지거나 치아의 뿌리가 똑 하고 부러졌을 때도 대체로 같은 난감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기구를 조심스레 다뤄가면서 부러진 코르크나 치
추석 연휴, 판교에 위치한 냉면집 ‘능라’에서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고속도로는 이미 아비규환의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는 소식이지만, 식도락 한량들은 이북 스타일 안주에 소주 한잔을 생각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왔다지요?이곳에 오면 평소 돼지고기 제육부터 시키지만, 이미 동이 났다는군요. 평양식 찹쌀순대도 손이 많이 가서인지 메뉴판에서 슬그머니 없어졌고요. 하는 수 없이 친구들이 다 모일 때까지 빈대떡에 막걸리를 했습니다. 사실 친구들이 다 오더라도 술안주로 선택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소고기 수육과 어복쟁반 정도지요. 능라를 그리 많이 왔으면서도 어복쟁반을 따로 주문한 적은 없습니다. 가족들이 별로 내켜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친구들과의 술자리니만큼 안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 드디어 주문을 하게 되는군요.그런데 이 집의 어복쟁반은 소의 ‘찌찌’인 유통이 들어있질 않아서 특유의 치즈향 혹은 젖비린내가 나질 않습니다. 단순히 깔끔한 양지 수육에 야채와 육수를 넣어 끓인 정도입니다. 중구 을지로의 남포면옥 어복쟁반 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능라의 어복쟁반은 도시사람들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개량형 같다는 생각이네요.아래의 글은 예전에 어복쟁반에 대해서 정리
꼼장어가 맞는 말인지 아니면 곰장어가 표준어인지 다들 헷갈려 합니다. 그렇다면 먹장어는 또 뭐죠? 실제 표준말은 먹장어가 맞고 일반 언중들이 쓰는 말은 곰장어가 대세인데 그 발음은 분명 꼼장어입니다. 일본에서는 곰장어를 '장님 곰장어'라는 표현을 쓰는 모양인데 한자로는 맹만(盲鰻)입니다. 그러나 장애인 비하 문제가 생겨서 '누타우나기'로 바꿔쓰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누타'는 점액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곰장어는 피부 바깥에 수많은 누공을 통해 점액질을 분비하여 먹잇감을 꼼짝 못하게 하여 공격을 합니다. 우리나라 말로 '곰'이나 '먹'은 '장님'이나 '검다'라는 뜻이니까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적 의미의 용어를 쓴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아니면 곰장어를 먹는 문화가 애초에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말도 되고요. 실제 우리 선조들은 뱀을 닮은 각종 장어류를 먹기 꺼려했다고 합니다. 한말(韓末)과 해방 이후 먹을 것이 없어 초근목피를 하던 때부터 장어를 상식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우세합니다.'곰'이 '꼼'으로 바뀐 것은 된소리가 어감상 우세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치 소주가 쏘주로 바뀌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조금 강하게 발음을 해야 머릿속에서 그 맛이 떠오르거든
세계적인 요리사인 알랭 뒤카스가 어느 인터뷰에서 삼계탕을 무식한 음식이라고 그러더군요. 닭을 발가벗겨 뜨거운 물에 풍덩 넣어 익힌 음식이 무슨 요리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일본의 ‘야시꾸리’ 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삼계탕이 한국 최고의 요리라고 치켜세웠고, 장이머우 감독을 비롯한 세계적 스타들도 한국에 오면 꼭 삼계탕을 찾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음식이고 대표보양식인데, 내재된 음식문화를 고려하지도 않고 쉽게 그런 결론을 내버린 알랭 뒤카스가 오히려 무식한 요리사가 아닌지 모르겠군요. 원래 삼계탕은 계삼탕으로 불렀다고 하네요. 영어로도 Chicken Ginseng Soup이라 한다니 요리의 메인이 닭이고 보조 재료가 인삼인 것이죠.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인삼이 비싸고 귀하다보니 그 위치가 뒤바뀌어 삼계탕이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삼보다는 황기를 넣어 끓인 삼계탕이 훨씬 맛이 있다고도 합디다.)그런데 인삼의 품질은 대개 일정하지만 닭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참고로 삼계탕에 사용하는 닭은 죄다 웅추 즉, 숫놈들입니다.) 인삼은 그저 향내만 내면 그 임무를 다합니다만, 정작 주재료인 닭은 24시간 불을 밝힌 사육장에서 발톱도
유인원에서 현생인류로 진화하면서 뇌의 용량은 커지고 반대로 내장기관(특히 위장)은 점차 작아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치의학적으로도 원시인들의 턱은 엄청나게 크고 발달했지만, 요즘은 턱 사이즈도 줄어들고 구강 용량도 무척 작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랑니도 점차 꼬리뼈처럼 퇴화되거나 혹은 흔적기관처럼 바뀌고 있고, 측절치나 소구치 일부는 아예 생기지도 않거나 왜소하게 생기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은 초식을 하거나 음식을 날로 먹다가(생식), 불에 익혀먹기 시작하면서 음식의 흡수율이 현저히 증가했기 때문이랍니다. 게다가 씹는 횟수를 줄이게 되니 턱의 사이즈와 용량도 작아지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 각종 영양소의 흡수력 증가는 진화의 속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여,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와 더불어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축적된 잉여 칼로리는 인류의 뇌 활동에 주로 쓰였고, 자연히 내장기관은 퇴화되거나 위축되었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생식 혹은 채식주의자들은 과거 원시 상태의 섭생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걸로 단순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대신 소화 흡수율이 떨어지는 관계로 필요한 영양소들을 별도의 방법을 통해서 섭취할 수 있겠지요.결론적
각종 포털에 '천안 옥수사'를 검색하면 여러 옥수사가 뜹니다. 타 지역 사람들이 보면 천안에 옥수사라는 초밥집 체인이 있는 건가하고 착각을 할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옥수사의 한자는 玉水舍입니다. 초밥집을 뜻하는 수사(壽舍)와는 전혀 다른 말이지요. 그렇다면 옥수는 맑은 물, 맛있는 물을 뜻하니까 맑은 샘물(우물)이 솟아나는 집이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말뜻은 대충 알겠는데 왜 천안에 유독 옥수사라는 집이 많은 건가요? 이것저것 뒤져보니.... 천안에 이북 사람들이 피난을 많이 왔으며,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평안도 사람들이 시장바닥에 좌판을 벌리고 돼지고기 수육(물론 비계가 대부분이겠지요)을 잘라서 술과 함께 팔았겠지요. 그 중에 한 분이 천안 시장 골목에 옥수사라는 간판을 걸고 정식 영업을 시작을 했을 거고요. 그러다 세월이 흘러 그 집 주방에서 일하던 양반들이 하나 둘 나가서 시내 곳곳에 옥수사라는 간판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애초에 상표권이니 뭐니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이제 어디가 원조집인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다만 '원조 옥수사'라는 집이 가장 오래된 집인 것 같고, 외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은 신부동 터미널 앞의 '정통 옥수사'인 것 같습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