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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너도 장어가 맞긴 하니? - 구의동 ‘강변꼼장어’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70>

 

꼼장어가 맞는 말인지 아니면 곰장어가 표준어인지 다들 헷갈려 합니다. 그렇다면 먹장어는 또 뭐죠? 실제 표준말은 먹장어가 맞고 일반 언중들이 쓰는 말은 곰장어가 대세인데 그 발음은 분명 꼼장어입니다. 일본에서는 곰장어를 '장님 곰장어'라는 표현을 쓰는 모양인데 한자로는 맹만(盲鰻)입니다. 그러나 장애인 비하 문제가 생겨서 '누타우나기'로 바꿔쓰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누타'는 점액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곰장어는 피부 바깥에 수많은 누공을 통해 점액질을 분비하여 먹잇감을 꼼짝 못하게 하여 공격을 합니다. 우리나라 말로 '곰'이나 '먹'은 '장님'이나 '검다'라는 뜻이니까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적 의미의 용어를 쓴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아니면 곰장어를 먹는 문화가 애초에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말도 되고요. 실제 우리 선조들은 뱀을 닮은 각종 장어류를 먹기 꺼려했다고 합니다. 한말(韓末)과 해방 이후 먹을 것이 없어 초근목피를 하던 때부터 장어를 상식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우세합니다.


'곰'이 '꼼'으로 바뀐 것은 된소리가 어감상 우세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치 소주가 쏘주로 바뀌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조금 강하게 발음을 해야 머릿속에서 그 맛이 떠오르거든요. ‘소주’라 발음하면 인생의 고단함이 빠진 그러니까 알콜 성분이 날라 간 맹물이 생각나는 건 비단 저뿐만의 경험은 아니겠지요.

여하튼 곰장어를 먹기 시작했다는 기록은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1950년대에 들어서야 책에 등장하니까요. 전쟁 중에 배고픈 어촌 사람들이 먹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맛도 좋고 영양가도 풍부했을 터이니, 남해안 쪽에서 잡히는 곰장어들은 잡히는 족족 사람들 입 속으로 들어가기 바빴을 겁니다. 요즘은 국내산으로는 공급이 태부족이라 멀리 칠레니 뉴질랜드 등지에서 수입해 들어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산이 대세였습니다. 일본에서도 붕장어(아나고)나 민물장어(우나기), 갯장어(하모) 요리는 많이 먹지만, 곰장어를 먹는 지역은 그리 많질 않습니다. 잡히는대로 전량 우리나라로 수출을 하였답니다.


제가 경험한 가장 엽기 호러는 부산 기장의 짚불곰장어였습니다. 가족들과 같이 호기롭게 식당에 들어가긴 했는데.... 정작 접시에 올라온 것은 검게 탄 뱀(마치 기다란 순대 같은)이었고, 목장갑을 낀 아주머니가 손으로 쓰윽 훑어내니 하얀 맨살이 드러나는데 이를 또 가위로 싹둑 싹둑 잘라내는 몬도가네 스타일 퍼포먼스에 다들 겁을 집어 먹었지요. 하지만 그 맛만은 황홀지경이었습니다.

실제 곰장어를 처음 접했던 때는 대학교 초년생 즈음이었을 겁니다. 포장마차에서 이미 껍데기가 벗겨져 죽은 그러니까 '산곰장어'가 아닌 '죽은곰장어'를 양념에 재워둔 것을 쏘주 안주로 구워먹었던 그 아스라한 기억. 게다가 돈이 없어 반 병만을 마실라치면 뒷사람을 위하여 절반보다는 조금 더 남기려 애를 써야 했던 그 시절. 담배도 포장마차에서 파는 가치담배 한두 개에 만족을 해야 했지요. 아마도 이런 날은 미팅한 여자에게 채인 날이 분명할 겁니다.


대학동기들끼리 하는 먹자모임에서 강변역 구의동에 산곰장어 구이를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하여 출동했습니다. 간판은 아예 곰장어가 아니라 '꼼장어'라고 쓰여 있는데, 실내에 들어서니 빈자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곰장어도 싱싱하지만, 밑반찬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 가져간 와인이 순식간에 동이 났네요.

 

사족: 곰장어 얼굴은 참 못났습니다. 얼핏 보면 미꾸라지를 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실제 생물통계분류상 어류에 속하지도 않는 원시어류라서 일종의 화석생물로 봐도 무방합니다. 게다가 다른 장어류에서 볼 수 있는 턱마저도 없고 빨판처럼 생긴 둥근 입이 특징적입니다.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 하더라도 생김새가 좀 그럴싸해야 좋은데 말입니다.

 

​​

곰장어들이 수조 안에서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습니다. 


‘쏘주’ 맛이 나는 분위기죠? 

스테미너에 그리도 좋다는데 대체 뭔 소식이 오질 않습니다.   

​콩나물국도 시원합니다.

부추무침과 곰장어가 제법 어울리더군요.



굽자마자 게눈감추듯 없어집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