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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대체 가정식백반이란 게 뭐지?- 사당동 '보성식당'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76>

                                                              

가정식 백반'이라는 표현은 대체 어느 별에서 온 말일까요?

식당밥이란 것에 지치고 식상해진 사람들에게 돌아가신 할머니나 어머니 손맛을 재현해주겠다는 소박한 생각이거나 혹은 이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응큼한 표현은 아닌지요. 결국 어머니(혹은 할머니)나 집사람이 해주는 일상의 건강 밥상을 차려주겠다는 말이겠지만, 말처럼 그에 부응하는 식당이 대체 얼마나 있겠습니까?

실제 가정식 백반이라는 표현의 원조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일 겁니다. 교토의 가정식 백반이니 동경의 가정식 백반집을 소개하는 책자들이 예전부터 여럿 나왔으니까요. 소설가 양귀자가 홍대 근처에 차렸던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이라는 밥집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그런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계모가 차려주는...'보다 못한 밥맛이라고 하였던가요.. 허나, 근사한 한정식이나 궁중요릿집 혹은 고기 전문 식당을 빼면 가정식 백반집 아닌 곳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곰곰 생각을 해보니, 가정식 백반을 표방하는 식당들은 무슨 찌개니 무슨 구이니 하는 단품 메뉴 리스트도 있지만, 정해진 메뉴 없이 직장인들을 상대로 주인장 마음대로, 손 가는대로 차려주는 밥, 반찬 그리고 국이나 찌개를 내는 곳이란 의미 아닐까요?

사당동에 개원한 친구가 인근 동문들이 일주일에 한번 씩 점심 먹으러 가는 밥집이 있다고 손님이 뜸한 저녁시간에 초대를 했습니다. 상호가 '보성식당'이니만큼 남도 끝자락 음식을 낼 분위기입니다. 전라도 특유의 '깨드립'만 아니라면 일반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찬들과 메뉴들입니다. 특징을 굳이 꼽으라면 이 집의 모든 찬들이 간이 딱 맞더라는 것이지요.

실제 음식을 ‘잘 한다 못 한다’의 절대적 기준은 간이 맞느냐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재료가 좋고 별 희한한 레시피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간이 맞지 않으면 말짱 꽝입니다. 실제 요리를 정통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뭔가를 만들기만 하면 간이 딱 맞는 그러니까 '절대 손맛'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니 미국이니 유학을 다녀온 셰프들 중에서도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절대적으로 간을  못 맞추는 경우도 있으니 간 맞추는 재주는 다 타고난 자기 복 아니겠습니까?우리가 찾은 사당동의 보성식당은 말 그대로 가정식 백반이고 또 간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그런 식당이라는 말입니다.

여기저기 블로그를 뒤져보니 탤런트 소유진의 단골이라고 쓰여 있기에 쥔장에게 슬쩍 운을 떼었더니, 백종원과 소유진이가 심심찮게 들르는 집이라고 뭉근한 자랑을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백종원이가 또 이 집 레시피 훔쳐서 뭔가 프랜차이즈를 곧 낼 것 같다는 생각이 엄습을 하네요. (응큼한 충청도 친구 같으니라구....)



아래는 제목이 '간 맞는 국'이라는 시인데, 어머니와 아들의 불화,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혈연관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결국 아무리 불화를 하더라도 그 놈의 '간 맞는 국' 때문에 서로 떠나지를 못하는 것이지요.

 

 간 맞는 국

 

                         황 학 주

 

오랜만에

집에서 간 맞는 국을 마신 뒤

내 간담이 빠져드는, 피할 수 없는

얼굴에 붙은 저 쪼글쪼글한 눈빛.

옆구리에 굵은 솥 같은 슬픔을 끼고

수도 없는 새해 아침을 돌아온 저 퍼지고 퍼진 사람.

가슴에 낙담을 첨벙 담가둔

굴러 떨어진 어머니 개인이 있고,

입을 닦고 일어나는 나 개인이 추물스럽고,

내가 낯선 자식이 되다니

나의 상처는 결국 이것이 될 것인지

 

 



  낮에 오는 대다수의 손님들은 ‘쥔장 맘대로’ 메뉴를 드시고 갑니다.



찬 깔끔하고 간 적절합니다.



벌교산 새꼬막이겠죠? 사이즈가 제법 큰 놈입니다.  깨드립을 보니 남도 음식 맞네요.

 


소유진과 백종원이 특별히 좋아한다는 낙지볶음입니다. 



적당히 삭힌 홍어찜인데, 막걸리를 부르는 안주입니다. 홍어도 물론 깨범벅이지요. 전라도 부부들 금슬이 좋다더니 다 깨가 쏟아져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청국장도 예술입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