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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너희가 삼치회 맛을 아느냐?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75>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밥상 위의 삼치는 기껏해야 고등어 사이즈만한 놈입니다. 대개 구이나 조림으로 먹는데 기름이 좔좔 흐르는 고등어에 비해 인기가 떨어집니다. 물론 삼치도 고등엇과이기 때문에 외형은 고등어처럼 생겼지만, 맛은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삼치 제철은 요즘 같이 추운 겨울인데 지방이 오르는 겨울까지 기다리지 않고 잡아버리니 1m 내외의 '대삼치'는 전라도 고흥이나 여수까지 내려가야 제 맛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삼치에 관한 기록은 손암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도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 손암 선생이 삼치를 직접 잡았거나 드셔보시고 그런 기록을 했는지는 불확실합니다.(자산어보를 보면 인어(人魚)에 관한 기록도 있다니까요) 일단 8~9자 길이에 둘레는 3~4뼘이라 하시니 200년 사이에 돌연변이로 인하여 난쟁이 물고기가 되지 않은 다음에야 다른 어종을 착각하여 삼치라 기록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게다가 그 맛도 신맛이 짙고 텁텁하여 좋지 않다 하셨으니, 거문도 사람들이나 남도 사람들이 들으면 무척 섭섭하지요.
거문도 출신 소설가 한창훈은 거기에 의문을 품고 추적을 했습디다. 해양학자의 조언을 들어본 결과, 자산어보의 삼치는 동갈삼치라고 추측을 한답니다.

 

흔히들 삼치는 세 가지가 다르다고 알려졌습니다. 아마도 삼치의 '삼'에서 힌트를 얻어 -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맛이 세 가지가 있고, 크기가 세 배나 크며, 빠르기도 세 배'라고 했을 겁니다. 자산어보에도 그리 나온다고 했는데, 직접 확인을 해보진 않았습니다. 처음에 어느 누가 블로그 등에 그리 쓰면 그걸 죄다 받아서 인용을 하기 때문에 직접 확인을 해보지 않고서는 자신하기가 두렵습니다.

삼치의 한자어는 망어입니다. 그런데 망할 망(亡)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무식의 소치이거나 간단히 표기하기 위해서 그랬을 가능성이 많고, 가끄라기 망(芒)을 쓰는 경우엔 그래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 뜻엔 가시, 비늘의 의미도 있고 또 뾰족한 칼끝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심지어 이무기 망(?)을 쓰기도 하는데, 대삼치의 크기를 생각하면 어부들이 '바다의 이무기'라고 여겼을 법도 합니다.

삼치는 냉장을 하지 않으면 대략 이틀이면 상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수도권 같은 내륙에서는 얼리지 않은 대삼치회를 먹기란 난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워낙 살이 물러서 칼로 써는 것도 재주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숙성시킨 부드러운 생선회보다 활어회처럼 치아에 씹히는 단단한 회를 즐기기 때문에 무른 삼치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이는 '저 포도가 실거야!' 하며 포기하는 여우에 다름 아닙니다. 삼치회의 질감은 선어회를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에겐 딱이다 싶겠네요. 지방도 많고 전혀 저항 없이 씹히는 질감은 삼치회 특유의 양념장과 묵은지 그리고 질 좋은 김을 통해 충분히 보상됩니다. 그런데 고흥 바로 옆이 바로 여수인데 서로 먹는 방식이 살짝 다릅니다.

서울로 올려 보내는 삼치는 조금 얼려서 보냅니다. 그런데 회를 썰 때도 약간 언 상태에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조직이 물러서 엉망이 되고 맙니다. 살짝 언 삼치회 맛은 흔히 먹는 셔벗과 매우 흡사합니다. 
나로도 항구의 식당에서 셋이 4만 원짜리 한 접시를 시켰는데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인심도 넉넉한 주인아주머니는 막 잡은 자연산 광어회까지 맛을 보라며 내왔는데, 집사람과 딸은 삼치보다 광어회가 더 맛있다고 난리네요.

문득, 미식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흥의 나로도 항구에 있습니다. 가는 길 주변 풍광은 그야말로 지붕 없는 미술관이죠.


상차림이 예쁘죠? 고흥굴도 ‘왔따’에요. 


두께를 1~2cm 정도로 썰어야 제 맛이라는데 나온 걸 보니 제대로 썰었습니다.


묵은 김치입니다.

 

퀼리티 최상의 김.


고흥 특유의 삼치 전용 양념장입니다.

 

이렇게 회와 함께 세 가지를 조합하여 한 입 먹고 막걸리 한 잔~~!! 술을 먼저 마시면 운전은 이제 내 차지가 아닙니다.


서비스로 나온 자연산 광어인데, 오도독 씹힐 정도 찰집니다.

 

삼치매운탕입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