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회무·정책

심각한 제도권의 '우유부단 증후군'

화급 다투는 현안 앞에 두고도 여론타령만

의료법에서 77조 3항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정청래 의원이 지난 16일 77조3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다. 정 의원은 이 개정안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인용해 제안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치과일반의는 전문과목을 불문하고 모든 치과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전문의는 치과의원에서 전문과목을 표시하였다는 이유로 그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 진료하도록 한 것은 보다 상위의 자격을 갖춘 치과의사에게 오히려 훨씬 더 좁은 범위의 진료행위만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치과전문의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위헌결정의 요지이므로 해당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치과전문의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평등권을 보호하고 법률의 위헌성도 제거하려는 취지임.-

하지만 이 역시 의미가 없긴 마찬가지이다. 위헌판결과 동시에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므로 다만 의료법에서 그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정 의원이 떠맡았다고 보면 그만이다.

 

 

77조 3항의 둑이 무너지면서 전문의 표방 치과도 늘어나고 있다. 위헌결정이 난지 겨우 20여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개원가에선 치과교정과치과와 구강악안면외과치과가 동시에 꿈틀대고 있다. 최근엔 소아치과치과의원까지 새로 등장했다. 이런 추세라면 전문과목 표방 치과는 어느 순간부터 빠르게 수를 불려 나갈 것이 틀림이 없다.

전문의임을 내세우는 기사성 광고 또한 부쩍 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전파되는 이런 류의 광고들은 한결같이 전문의 자격을 마치 임상적 우월을 증빙하는 인증서처럼 활용한다. 소비자들의 판단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만 하며, 결국 이런 광고성 기사들이 전문의 표방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개원가는 가격 경쟁에다 이제 질적 경쟁까지 떠안아야 할 입장이 되고 말았다. '전문의 보다 임상경험이 훨씬 풍부하다'고 아무리 환자들에게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치료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비쌀수록, 난이도가 높을수록 전문의에게 의존하려는 성향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음에도 제도권은 여전히 천하태평이다. 지난 12일 대전에서 열린 긴급 지부장회의는 '긴급'이 무색하게 '여론수렴 후 결정'이라는 원론만 되풀이 하고 말았다. 이런 회의를 왜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괜히 차비에 밥값 축내 가며 전국에서 달려와서는 '공청회도 열고, 여론조사도 실시한 다음..'이라며 헤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지부장회의는 전문의에 관한 한 '결정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전문의 상황에선 이건 아주 치명적이다. 개원가의 고민에는 아랑곳없이 뒷짐을 진 채 문제의 책임을 회원들과 치협 집행부에 전적으로 미룬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신중을 기하도록 여론수렴을 요구했다'지만, 이런 상황에선 지부장 스스로 여론의 주체가 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직 전문의제에 관한 지역 회원들의 의사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건 개원가를 대변해야 할 지부장들의 책임이다. 아직도 회원들이 원하는 전문의안을 제대로 그려낼 수 없다면 이것 또한 지부장들의 책임이다. 이렇게 보면 당장 필요한 것은 새삼스러운 여론조사가 아니라 지부장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에 발을 담그는 일이 된다.

  

12일의 지부장회의는 따라서 각자의 보따리를 풀어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전개했어야 할 자리였다. 먼저 논의의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의제를 세운 다음 각 지역 민심을 바탕으로 의견을 개진해 토론을 벌이는 것이 자리에 걸맞는 순서였다. 결론이 어떻게 나건 적어도 이런 정도의 무게와 성의는 보일 수 있어야 지부장회의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질 못했고, 전문의 문제는 이제 전적으로 집행부가 끌고가는 수밖에 없게 됐다. 이 경우, 회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치협안을 정리해 공청회를 연 다음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개선안을 확정하는 수순이 남아 있다.

현재의 위기를 오히려 전문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회원들은 바라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