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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둑 무너지자 당장 표방 대기치과만 500여곳

77조3항..'전문의의 대전제가 사라졌다'

77조 3항의 둑이 무너졌다. 치과전문의 표방의 대전제가 사라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표시 전문과목에 한해 진료토록 규정한 의료법 제77조 제3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개원가의 치과전문의 모두가 제약 없이 전문과목을 표방할 수 있게 된다. 치과계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치과전문의는 모두 1,240명. 이 가운데 776명이 치과의원에 적을 두고 있으므로 이번 위헌 결정으로 개원가는 인기과를 중심으로 당장 5백여개의 전문치과의원을 새로 맞아 들여야 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심평원에 등록된 전문과목 표방 치과의원 30여곳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500여개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인원이 2,126명이나 되는 데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전문치과 시대를 열면 기 수련의들의 전문의시험 응시자격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6천여명에 이르는 기 수련의들마저 전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개원가는 그야말로 전문치과와 일반치과로 뚜렷이 대립되는 양분구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우물쭈물, 미루고 미루다 결국 이 지경

 

치협은 77조 3항의 둑이 무너질 것에 대비해 소위 ‘이언주 법안’을 의원입법을 통해 발의했었다. 하지만 2차 의료기관 이상에서만 전문과목을 표방토록 한 이 법안 역시 위헌 소지가 다분한 데다 대표발의 의원마저 국토교통위로 상임위를 옮겨가는 바람에 지금은 거의 방치상태로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므로 치협은 현재로선 이번 위헌 결정에 맞설 어떤 장치도 갖고 있지 못한 셈이다.

일단 위헌 결정이 난 이상 기존의 의료법으로 이를 제재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위헌결정은 그 결정 즉시 법률조항의 효력을 상실시켜 재판규범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간통죄의 경우만 하더라도 엄연히 관련법이 살아있음에도 위헌 결정 즉시 모두에게 사문법 취급을 받게 됐다. 마찬가지로 ‘이해박는치과보철치과의원’이 환자들에게 치주치료를 하건 보존치료를 하건, 위헌 결정이 난 이상 이제는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개원가에 전문과목 표방 치과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는 가장 분명한 이유이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혹자들은 ‘지난 4월의 정기대의원총회가 보건복지부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치과계가 전문의문제를 매듭지을 기회를 놓친 것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인데, 결국 선택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전문의 숫자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면서 1차기관 표방을 제한할 새로운 입법에 나서든지, 아니면 복지부 안을 받아들여 일정 요건을 갖춘 모두에게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을 개방하든지’ 이다.

 

             소속 기관별 치과전문의 수 (심평원, 2014년 말 기준)   

 
            연도별 과목별 치과전문의 배출 인원 (단위: 명)

 

복지부안 재심의 임시총회 고려해야

 

이 중 새 법안 입법추진은 77조 3항이 위헌 결정을 받은 이상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나마 가장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이 바로 보건복지부안이다.

지난 대의원총회가 64 : 107의 큰 표 차로 부결시킨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개선안’(일명 보건복지부안)은 치과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을 ▲전속지도전문의 ▲기 수련자  ▲미 수련 치과의사  ▲치과대학 또는 치전원 졸업예정자 등 4그룹으로 나눠 설정하고 있다.

전속지도전문의의 경우 부교수 이상에겐 1,2차 시험을 면제하고, 경력 7년 미만의 조교수 및 전임강사에겐 1차시험 면제혜택을 그리고 3년 미만 전속지도전문의에겐 응시자격만 부여하자는 안이다.

또 기 수련자들은 수련경력 검증위원회를 통해 경력이 검증된 자에 한해 자격시험 응시기회를 3회에 걸쳐 한시적으로 부여하고, 미 수련 치과의사를 위해서는 AGD 제도와 의과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인정기준에 준해 치과통합임상전문의제도를 신설한다는 것. 이 안은 수련 기회를 얻지 못한 졸업예정자들에게도 임상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맘만 먹으면 누구라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하겠다는 제안이므로 특별히 불만을 가질 계층은 없어 보인다. 

 

선택은 이제 치과계가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현재의 전문의 체제가 개원가에 광범위하게 구축이 되고 나면 그걸 뒤집기 위해선 몇 배의 노력이 추가로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집행부가 충분히 검토하겠지만, 임시대의원총회도 고려의 대상에 넣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일이 다급해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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