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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금연치료에서도 치과는 의과에 밀리나?

3월말 현재 환자 등록 건수 의과의 20분지 1 수준

금연치료도 결국 의원과 병원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등록 의료기관 수만 보면 치과도 의원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실제 참여 환자 수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집계한 요양기관별 금연치료 실적을 보면, 의원은 금연치료 참여자 수가 39,784명이나 되지만 치과는 2,033명이 고작이다. 한의원이 744명, 병원이 5,522명 그리고 보건기관이 827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48,910명 중 치과 환자 수는 4.15%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표 참조>

3월 31일 하루 동안의 일계를 보면 이런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날 치과를 통한 금연치료 참여자 수는 51명에 그쳤지만, 의원은 962명, 병원은 170명이나 된다. 심지어 참여 의료기관 수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인 보건기관조차 이날 25명이 금연치료 대상자로 새로 등록했다. 

참고로 지난달 말 현재 금연치료 등록 의료기관 수는 의원이 10,411개, 치과가 4,544개, 한의원이 2,979개, 병원이 872개, 보건기관이 356개 등이다.

이렇게 보면 많은 치과들이 등록만 해뒀을 뿐 아직 금연치료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금연치료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뭘 어떻게 상담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선은 남들이 하는 걸 지켜보겠다는 것.

하지만 금연치료야말로 경험을 쌓기엔 지금이 가장 적기이다. 왜냐하면 아직은 상담에 별도의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몇 분을 하건, 어떤 내용을 하건 기본 절차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대부분 오케이. 때문에 금연이라는 치료 목적에 충실할 경우 ‘어떻게’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 금연치료 현황 (3월 31일 기준)

 

금연동기유발엔 치과가 가장 적합

 

나성식 원장(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 스마일재단 이사장)은 금연치료에 관한 한 어느 누구보다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들에게 금연을 권해왔으며, 또 이를 잘 유지하도록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소문을 들었는지 인근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학생들의 금연치료를 위탁해온 적도 있다. 나 원장은 이들에게 담배를 피운 장소와 시간, 흡연량 그리고 흡연 후의 느낌을 적도록 했다. 학생들은 주로 놀이터나 거리, 노래방에서 담배를 피웠고, 흡연량은 하루에 5개피~10개피 정도. 적은 양이지만 이 나쁜 습관이 한창 뛰어다닐 나이인 중학생들에게 ‘운동을 하면 금방 숨이 찬다’고 고백하도록 만들었다. 오래지않아 이들은 나 원장의 도움으로 흡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성식 원장은 금연동기유발을 위해 여러 가지 자료들을 활용 한다. 섬뜩한 외국의 담배갑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두었다가 환자들에게 읽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건 치아에 착색된 니코틴을 직접 보여주는 방법. 누렇게 변색된 치아를 보여준 다음 금연이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 스케일링으로 직접 대비시켜 보이면 대부분 금연치료를 결심하게 된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담배갑에 흡연시간을 적도록 하기도 한다. 이를 집계해 개인별 ‘흡연 상황표’를 만들어 날짜별 흡연량이나 흡연간격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금연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의도에서다.

일단 금연치료를 시작하면 스케일링과 병행해 상태를 살핀다. 다기능일산화탄소측정기로 혈중 니코틴 수치를 측정해 처방에 활용하기도 하지만 필수사항은 아니다. 

 

 

보험적용 이전에 충분히 경험 쌓아 둬야

 

나성식 원장은 이런 경험들을 강연을 통해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럴 때마다 그가 강조하는 말은 ‘흡연의 수단이 구강이므로 금연치료야말로 치과의사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흡연여부를 쉽게 알 수 있고, 치석제거와 병행 할 수 있으며, 건강한 치은을 유지시켜 주므로 금연동기유발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그럼에도 치과에 금연치료 환자가 많지 않다는 건 행위 위주의 치과진료 특성상 ‘상담’이라는 치료형태 자체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자들은 구강건강 자체만으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상담 툴은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시작하면 환자들을 보다 좋은 결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부터 스스로에게 불어 넣자. 그렇지 않으면 올 해 책정된 2천억원의 공단 지원금은 의원과 병원의 차지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