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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③“행복하려면 기대치 더 낮추고 경쟁 포기하라”

창간특집[3] 행복한 치과를 위한 조건

 

덴틴이 주최한 ‘치과를 어떻게 행복하게 할까?’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소통’을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행복이란 혼자서는 누리기 어려운, 상대적이면서 사회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근래 특히 치과의 행복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만큼 개원가를 중심으로 반-행복적 요소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반 행복적 요소란 말할 것도 없이 불경기입니다. 침체된 사회 분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경제가 탄력을 잃고, 덩달아 치과를 찾는 환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환자들이 치과가기를 미루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현상이 가격 내리기입니다.


환자수가 줄어들 때 원장들의 반응은 처음엔 ‘이참에 좀 쉬자’ 이지만, 상황이 악화되고 길어지면 어느 때부터인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만답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것은 근원적인 불안을 의미합니다. 장래에 대한 불안.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불안.

이 근거 있는 불안들이 여러 가지 처방을 낳게 하고, 그 중 가장 따라 하기 쉬운 처방이 바로 가격 내리기인 것이지요. 소위 가격경쟁력으로 재무장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환자에게 가격이란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임플란트 가격 100만원이 절대적인 것일까요? 아니죠. 아무도 임플란트를 100만원짜리 치료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수가를 매겼고, 이 가격이 다른 치과의사들에게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통용이 된 겁니다. 마찬가지로 90만원이든 80만원이든 그 숫자의 의미는 여전히 상대적이라는 거지요. 그럼 그 가격경쟁력이란 대체 어디까지 따라 내려가야 내 것이 되는 건가요?
결국 유디 같은 돌연변이가 생겨나고, 그 보다 더 많은 숫자의 동네 ‘유디’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소위 반(反) 행복 요인들이 창궐하는 형국인데, 이렇게 되면 치과계의 동반 행복은 아주 요원해 보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그래도 환자 몰아오기 경쟁을 계속해야 한다고요?

 

 

 행복은 많은 과잉과 지나친 부족의 중간

 

‘행복하지 않은 치과’의 가장 큰 원인 요소는 경쟁입니다. 다른 치과와의 경쟁은 필수적으로 내부의 경쟁을 부르게 되고, 내부 경쟁이란 결국 구성원간의 원활한 소통을 방해합니다. 조직에서 소통은 곧 에너지인데, 그런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요.
이런 치과일수록 내세울 거라곤 가격밖에 없습니다. 다른 가치들은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이니까요. 반면 주변과의 경쟁에 비교적 초연한 치과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색깔로 환자들의 인정을 받습니다. 치과계 전체가 어렵다고 해도 이런 치과엔 늘 환자들이 붐비는데 그 비결이 뭘까요?
관념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비결은 바로 행복입니다. 치과와 구성원들이 적어도 치과에서만은 행복하다는 거지요. 행복은 의외로 전파력이 좋아 그곳을 찾는 환자들도 쉽사리 이 행복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고 마는 겁니다. 환자가 많으니까 행복하다구요? 아닙니다. 행복하니까 환자가 많은 겁니다. 무조건 가격에만 줄을 서는 존재로, 환자들을 단순하게 보았다간 큰 코 다칩니다.

지난번에 예로 든 국가별 행복순위에서 한국이 148개국 가운데 97위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기에도 긍정적 해석이 뒤를 따랐습니다. 행복하지 않다는 건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나쁘게 볼 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한국인의 낮은 행복지수는 한국인 특유의 높은 성취동기가 만들어낸 반사적 결과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높은 행복도가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는 무기력증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이를 경계해야 옳다”고. 한술을 더 떠 “자신을 채근하는 성취동기야말로 한국인의 미래 자산”이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OECD 회원국 중 늘 1~2위를 달리는 높은 자살률은 무엇으로 설명할 겁니까. 더구나 치과상황을 여기에 대입시키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치과는 속성상 행복을 ‘현 상태에 만족하는 무기력증’과 연결하지 않습니다. 행복은 행복인 거고, 무기력증은 무기력증일 뿐입니다 치과에선.
오히려 무기력증은 행복하지 않은 치과의 한계상황에서 잘 드러나게 되지요. 왜냐하면 한국에서의 치과의사라는 직업군은 성공에 대해 보통 이상의 기대치를 갖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만족이라는 게 좀 채 주인에게 찾아와 주지를 않습니다. 한 곳을 채우고 나면 한쪽이 미진하고, 그걸 마저 하고 나면 또 어딘가를 메워야 하는 게 바로 치과의사들입니다. 그래서 그 길이 막힐 땐 가격이든 뭐든 망설임 없이 경쟁의 프레임 속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수입이 늘어도 행복은 늘지 않는다

 

자 이제 다시 한 번 정리해봅시다. 지금 우리는 ‘치과에서 행복 찾기’를 논하는 중입니다. 현재의 여건과 상황이 여러 가지로 치과들이 행복하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고, 그 원인의 하나로 치과 간 극심한 경쟁구조를 꼽았습니다. 경쟁은 조직의 소통을 가로막고, 이런 불통의 치과문화가 구성원들을 더욱 행복하지 않은 방향으로 몰아간다는 데에까지 논점은 도달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져야 할 차례군요. 치과가 행복해지기 위한 답은 뭘까요. 어떻게 해야 치과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제 생각으론 스스로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고, 경쟁하지 않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외부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없습니다. 해마다 800여명의 치과의사들이 정부가 내준 라이선스를 가슴에 품고 치과의료 시장에 진입하지만, 이곳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유디와 그 아류 치과들은 ‘함께 가는 따뜻한 동행’을 바라는 치과계를 여전히 비웃고 있습니다. 수가는 떨어지고 고정비용은 치솟습니다. 혼란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찌푸리고 살 수만은 없잖습니까? 원장과 스탭과 주변 치과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쏟아내는 불평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는 한 발짝만 물러서서 봐도 금방 훤히 드러납니다. 내 것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주위가 밝아집니다.


다시 말하지만, 기대치를 한 단계 낮춰야 합니다. 사람에 대해, 인생에 대해, 그 이외의 것들까지... 그리곤 경쟁을 포기하는 겁니다. 주위를 돌아볼 것 없이, 이 큰 도시에 치과라곤 달랑 나 혼자인양 그렇게 진료하고 그렇게 대화하고 그렇게 웃는 겁니다. 그래서 나쁠 이유라도 있나요? 그러면 치과가 망하기라도 한답니까?

당장 그것이 어려우면 관심을 분산시키는 훈련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치과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정과 취미와 소소한 일상들에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겁니다. 긴장의 끈이 약간은 느슨해지지 않을까요? 마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처럼 새롭고 짜릿한 시간들을 내 안에서 만들어 내는 거지요.

행복은 인간만이 도전할 수 있는 가치입니다. 부디 그 가치에 몰입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