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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병역특례 2 : 자산어보(玆山魚寶)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00>


 

   조토가 그린 ‘유다의 입맞춤’(1305)이 최초의 르네상스 회화라고 한다.  예수를 넌지시 제사장에게 알린 그 신호로, 유다는 밀고자(密告者)의 대명사가 되었다.
 소설 ‘밀고자(The Informer, Liam O’Flaherty 1925)’에서 지포는 현상금 20파운드에 친구 프랭키를 밀고하여 동료에게 처형당한다.  아일랜드는 말(게일 語)과 땅을 영국에게 빼앗긴 채 700여년을 살아왔다.  19세기 들어 다시 불붙은 독립 운동에 밀고는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영국정부는 밀고자 신원을 극비로 보호하고, 반대로 아일랜드 민중은 밀고자라면 그 후손들까지 응징하였다.  그런 정서를 모르면 이 소설, 나아가 IRA(Irish Republican Army)를 이해하지 못한다.  조선조 5백년간 소수 양반만을 위해 살았고, 일제 36년 동안을 3등 국민이었던 한(恨)이 맺혀, 문득문득 드러나는 우리의 반관(反官) 정서와 밀고자에 대한 혐오를 많이 닮았다.

 

   내부고발 자를 ‘whistle blower’라 한다.  도둑이나 간첩이 순경처럼 호루라기를 불을 리 없으니, 밀고에 대한 적대감은 잠시 접어두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 개입과 적자 국채 발행 압박의혹을 제기한 뒤, 검찰고발 등 압력이 크다고 한다.  강병원 대변인은 공익제보가 아니라고 단정했고, 예의 손혜원 의원은, “양아치 짓이요 고시에 빨리 합격 못한 나쁜 머리에, 의인인척 위장하며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다, 막다른 골목에 선 도박꾼의 베팅, 불발탄을 양 손에 든 사기꾼”이라고 했다.  5공 때 사시합격자를 확 풀어놓은 이래 행시가 사시보다 더 어렵다 하고, 신재민이 대입 8년 만에 합격했다고 깔보지만, 서울중앙지검에 가면 12년 만에 합격한 분도 만날 수 있다.  서울법대를 나오고도 사시를 외면한 조국 수석에 대하여 소신 설도 있으나, 반면에 고시합격으로 자신을 증명해서 학생들의 존경을 받은 교수도 꽤 있다.  조선조 제일의 천재 율곡이 9도 장원공(九度壯元公)이란 말을 들어는 봤는가?  손에게는 행시합격도 국제야구대회 우승만큼이나 쉽게 보였는지 모르나, 예술과 행정은 차원도 다르고, 홍대 응용미술과가 고대 행정학과의 머리를 타박하면 남들이 웃는다.  민간인 사찰의혹과 공무상 비밀누설혐의가 팽팽히 맞선 김태우 검찰 6급수사관의 폭로문제는, 청와대 특감 반 전원소환 조치가 정답을 암시한다.  동의서만 있으면 공무원 휴대전화를 탈탈 털어도 된다는 조 수석 말씀은, 주머니를 뒤져 돈이 나오면 백 원에 한 대씩 맞는다는, 일진회와 힘없는 학생간의 ‘동의’를 닮았다.  고발과 폭로가 그리 아름답지는 않아도, 언제는 ‘침묵하는 양심도 악의 편’이요 ‘내부고발 자는 영웅’이라더니, 이제는 다 잊어먹고 어제까지 한 식구를 미꾸라지·꼴뚜기·망둥이란다.  지능이 가장 낮은 동물이 어류(魚類)요 유유산종(類類相從)이라고 하니, 그렇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은 용궁이고 족보는 자산어보이며, 어쩌다 된 장관은 어(魚)장관인가?

 

   쌀의 자급자족을 이룬 70년대 후반, 주부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주방기기가 미제 ‘휘슬러’ 주전자였다.  물이 설설 끓으면 뚜껑에 뚫린 작은 구멍이 삐- 울었다.  찰떡같이 붙어 빈틈없이 닫혀도 신통하게도 뚜껑이 덜컹거리거나 물이 끓어 넘지 않았다.  물은 잘 끓되 적당히 증기가 빠져서, 끓어 넘침과 폭발을 막는 안전장치...  고발과 폭로는 때때로 삐- 경고음이자 감사 지적사항이다.  바르게 대하면 위기를 면하고, 억눌러 막으면 사고가 난다.  병역특례 국정감사에서 애꿎은 무등산 폭격기를 추락시킨 손 의원이 연속 에러(error) 끝에 탈당하였다.  관상가들은 통통하고 복스러운 볼 살을, 욕심보따리 또는 심술주머니라고 한다.  관상이 불여(不如) 골상이요 골상이 불여 심상(心相)이라는데, 쯧쯧...

                                          

* 영어에서는 cross-point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회사이름으로는 잘 해야 일장춘몽(一場春夢), “그저 피차에 스쳐 지나가는 지점” 아닌가?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