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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돌아온 건 맨 : 몬태나 (The Hostiles)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77>


   1990년대 초반 월간‘치과계’에 칼럼 ‘영화 속의 치과’를 두어 편 쓰다가, 아예 고정 난을 만들자하여, ‘치과인의 영화감상’ 연재를 시작하였다.  영화는 필자가 소장한 레저디스크에서 고르고, 소니카메라로 여섯 컷씩의 스틸을 캡처 했다. 

 명화 100선(選)이 목표였으나, 치과 관련 영화 세편을 장르별로 고르기가 어려워, 30여 편에서 그쳤다.  세계영화시장의 대세는 미국이요 미국영화의 견인차는 서부영화이므로, 평원아(Plainsman; 1937),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47)와 오케이목장의 결투(1957)를 먼저 뽑았다.  미국의 역사는 수탈과 굶주림을 면하고 신앙의 자유를 찾아, 두려움과 설렘 속에 신대륙을 찾아온 이민들의 개척과 정착과 성공의 역사다.  그 과정에서 먹고사는 문제와 신변 안전에 본국은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는가?  그들이 의지할 것은 손에 쥔 총 한 자루와 때로는 집단방어를 위하여 스스로 뭉친 민병대(militia; 독립전쟁 때는 minuteman)였다.  그 흔한 ‘묻지 마 사살’과 년 15.000명의 총기사망에 불구하고, 230년 전 수정헌법 제2조의 저항권(총기소지 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서부영화의 줄거리는 대부분 어린아이처럼 단순하다.  선한 보안관과 악당(villain)이 나와 적개심(Hostility)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기승전결을 거쳐 통쾌한 권선징악으로 끝난다.  길 안내인과 기병대, 총잡이, 인디언 대 개척민, 소농 대 악덕 목장 주, 철도회사 대 철거민, 모기지 빚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은행 강도, 멕시코와 국경분쟁, 남북전쟁 후의 사기꾼 등등 소재가 많지만, 개척시대의 향수(鄕愁)를 파는 착한 ‘추억장사’라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대사회의 산업구조와 관객의 바뀐 취향에 영합하여, 단세포적으로 말초를 자극하는 서부영화가 등장한다.  스파게티 또는 마카로니웨스턴이다.  이탈리아식 저가예산과 황당무계한 홍콩 무협영화의 문법이 퓨전 된 이들 영화는 반짝 인기로 짭짤한 수입을 올렸지만, 결국 서부영화의 운명(殞命)을 재촉하였다.  찰스 브론손, 리 반 클립, 프랑코 네로 등 나름대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린 배우들이 있었을 뿐, 영화에 문화사적인 기여도는 거의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걸출한 인물을 건진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까?  결국 마카로니웨스턴은 서부영화의 후식(後食)이 되었다.


   분노와 증오가 일상화한 시대에 LP 판과 아날로그가 되돌아오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힐링까지는 몰라도, 잠시나마 쉴 곳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지난 4월 영화 ‘몬태나(Hostiles)’를 보았다.  와이오밍·콜로라도와 함께 서부적인 풍광이 물씬한 몬태나 주가 뛰어난 영상미의 배경이다.  인디언에게 가족을 잃은 백인의 적개심을, 조상 대대로 평화롭게 살다가, 대학살 끝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수용소(Reservation)에 갇힌 인디언들에 비할까?  죽음을 예감한 늙은 추장은 고향 몬태나에 묻히기를 청원하고, 인디언을 혐오하는 조셉 대위의 마지막 미션은 그를 호송하는 일이다.     온가족을 잃은 로잘리가 일행에 합류하고 천신만고 끝에 고향 언덕에 도착하면서, 대위와 추장은 증오를 풀지만, 매장을 거부하는 땅 주인 네 부자와의 총격전으로 두 가족은 모두 죽는다.  서부영화의 황금기보다 뛰어난 수작으로, 크리스찬 베일의 메소드 연기는 발군이요, 악역은 하나도 없거나 또는 모두가 악역이다. 

 증오의 해법은 애초부터 증오 속에 있었다면 선문답일까?  서부영화 악역의 킹은 잭 팔란스와 헨리 실바였다.  황금기가 돌아오면 누구를 쓸까?  용모·말투·생각까지 트럼프는 어떨까?  원 주인 인디언은 백인 이민이후에 1/20로 줄었다는데, 이민 2.5세가 반(反)이민과 미국 넘버원의 고립주의에 앞장 선 것은, 또 얼마나 놀라운 반전인가?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