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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비틀어본 비트코인 2 : 대체 통화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63>

 

   탄핵당한 닉슨을 승계한 미 38대 대통령 제랄드 포드는, 취임 즉시 전임자를 사면하고 스스로 차기출마를 포기한 의리의 사나이다.  대학풋볼 스타로 프로 제의를 마다하고 변호사가 된 전력에다가, 실패한 후임 카터 덕분에 잔잔한 인기를 누렸다. 

 가장 큰 걱정꺼리는 자신이 발행한 수표가 은행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시민들은 전직 대통령이 사인한 수표를 가보로 간직했는데, 이 수표들이 어느 날 한 번에 몰려오면, 부도를 막기 어려운 때문이다.  운수업으로 대박이 난 한진 조중훈은, 재벌에 걸 맞는 사옥을 지으려고 이병철이 소유한 소공동 노른자위 땅을 점찍고, 월남서 벌어들인 막대한 현찰로 삼성 어음을 계속 사들였다.  어느 날 찾아가,“이 땅 나한테 파시오.”  당연히 거절하자 가방에 든 수표를 좌르르 쏟아놓고,“이거 몽땅 돌릴까요?”  이 두 가지 일화는, 시중에 나돌던 ‘믿거나 말거나’ 식 야사(野史)이긴 하지만, 어음이나 수표의 엄청난 위력을 잘 설명하고 있다.


    어음은 십자군 원정 때 원거리 송금을 위해 개발되었다고 한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의 만남을 넘어, 총 통화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GDP를 몇 배 키웠다.  사극 ‘객주’나 ‘상도’에서 보는 조선시대 상단의 어음도 흔히 한 수레의 엽전보다 거액이다.  이처럼 통화의 유통은 진화하고, 사회자산의 총량을 키워, 종이에 불과한 지폐는 소장 가치를 갖는다.  물론 국가가 안정성을 보장하여 이를 뒷받침한다. 

 수표는 물론 어음도 국가 감시 하에 은행에서 찍어낸 용지에, 근저당을 설정한 개인이 액수를 적고 서명을 한다.  미국 달러도 처음에는 뒷면에,“$35를 가져오면 금 1온스로 바꾸어 드립니다.”라고 적어, 태환(兌換: Conversion)으로 신뢰를 얻었다. 

 영화 007 골드핑거에서 보듯 포트녹스 금고에 금괴를 쌓아둔 이유다.  브레튼우즈 체제 때(1944) 이를 국제화했으나 닉슨이 태환중단을 선언한다(1971).  다시 달러가 유가(油價)결제를 독점하지만(1973), 계속 적자가 늘자, 플라자 협정으로 일본 엔화를 강제 절상시킨다(1985).  미국은 기축화폐를 찍어내는 지구경제의 엿장수요 세계의 경찰 아닌가.  그 뒤로도 몇 차례 대형 사고를 친 미국이, 이제 트럼프에 이르러서는, 낯 두껍게 꼴 대를 제멋대로 옮기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월가의 불공정한 흐름이, 국내는 물론 국가 간에 양극화의 원흉이라는 믿음이 만연하자, 대체(Alternative) 통화를 바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으로 인터넷에 올린 ‘비트코인: P2P 전자캐시 시스템’이라는 논문을 신호로(2008. 10. 31) 가상화폐가 실현되었지만, 과연  대체통화라는 위치에 오를 수 있을까?  첫째 총량을 따져보자.  선두주자 비트코인이 90% 채굴된 시점에,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우리 1년 예산 정도($3,927억: 2018. 2. 2)였다.  그것도 규제 악재로 절반이 꺾였다지만, 아직도 식지 않은‘시세’로 따진 액수다. 

 둘째 편의성.  현금은 즉석결재가 가능하고, 현찰이 진화한 신용카드는 액면이 자유롭고 버스 택시비도 해결하니, 거래의 순발력에서 다수·대용량의 인증이 필요한 가상화폐가 따라오지 못 한다.  셋째 안정성: 증권보다도 ‘시세’가 유동적인 거래수단은 통화로서 불합격이다.  넷째 신뢰와 보장성: 다자간 상호 인증은 과거 인우보증처럼 매우 추상적인 역사의 유물로서, 정부의 법적인 보장에 맞설 수 없다.  다섯째, 가치보존성: 인간은 내 소유의 ‘도토리’를 만지고 재확인하고 싶다.  금화를 깨물어 보던 조상의 DNA를 어떻게 무시할까.  여섯째 범죄에 악용 될 우려도 크다. 

 결국 가상화폐는 대체통화가 될 수 없다.  경제 과잉의 인류사회에 대한 경종이며, 이를 벗어나보려는 실험(Pilot Study), 거기까지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