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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국정농단 4 : 농단의 흐름 (Flow of Manipulation)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40>



   똑같은 날생선(raw fish)을 한국은 생고무처럼 팔팔한 회로 먹고, 일본은 열 시간쯤 숙성하여(aging)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 사시미로 즐겼다.  우리는 먹고살기 바빠 적당히 분해된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몰랐던 탓이다.  이제 생활수준의 향상과 신선한 식재료의 공급으로, 육류까지도 숙성의 묘미를 즐긴다.  문제는 빨리 빨리 습성은 여전하여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점이다.  한국병의 많은 부분이 이처럼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때문 아닌가 싶다. 

 낡은 상투어(cliche) 한 마디 하자.  젊어서 진보가 아니면 바보요, 나이 들어 여전히 진보라면 더 바보다.  연륜이 성숙하지 못하고 헛바퀴만 돌기 때문이다.  진보는 사회주의·공산주의자로, 보수는 자유주의·시장주의자로 바꿔 써도 좋다.  보수는 계속해서 보수(補修)하는 자, 진보는 진부(陳腐)한 수구꼴통으로, 이념에 갇혀 제자리걸음 내지 후퇴하는 자라는 말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은 영원한 숙제다.  그러나 보수가 먼저 있어야 진보가 성립한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에 진정한 진보는 없다.  갑자기 얻은 독립 겨우 2년, 김일성 침략으로 무너진 경제적 토양에, 과연 역사적으로 유의한 자본 축적이 가능했다고 믿는가?  자유당 십 년여에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야말로, 평지돌출한 혁신진보요 한국 정당사(史)의 시발점에 다름없다.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에 진정한 보수·진보는 없고, 집권자를 둘러싼 여·야만 있었을 뿐이니, 너나없이 중도보수를 부르짖지 않는가?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더니, 총선을 앞두고 친노와 지역정당으로 갈라선 야당은 대박을 터뜨렸고, 관(棺)을 보고도 눈물을 흘릴 줄 모르는 새누리 당은 친박·멀박·반박 등 온갖 조소를 받으며 지리멸렬하였다.  4대 정당으로 개편된다는 전망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보수·진보가 없는 한국 정당은 애초부터 새누리당 식 분류법을 적용했어야 한다.

 종북·친북·멀북·반북 당으로 분류해야 색깔이 선명해진다.  이런 밑그림 위에 김정은 등극 후 북한의 금수만도 못한 행태를 겹쳐보면, 선택의 방향이 보인다.


   법조삼륜(法曹三輪)이라지만 판사 검사가 한 결 같이 최종목표 변호사개업인 나라는 또 없다.  선진국 판사는 천직으로서 종신직에 가깝다.  과거 고등고시 때부터 판사지망생과 검사희망자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형사 소추권을 독점한 검사는 적극적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신념하에, 인지된 사건을 포함한 대형 범죄나 거물급 범인의 검거에 올 인하는 자리로, 소위 공명심에 물들기 쉽다.  판사는 ‘배정’된 사건에 한하여 심판하는 소극적 정의를 구현한다.  임관 선서문부터 검사는 ‘공익·범죄·용기’에, 판사는 ‘법률·양심·공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지역 범죄예방과 범인검거에 공을 세워 범죄율을 현저하게 낮춘 검사는, 정치계에 진출하는 꽃가마를 탄다.  정치·경제·문화예술계 등 사회전반을 ‘떼 법’에 점령당한 살얼음판에서, 대통령은 전가의 보도 검찰에 기댔다.  여야 막론하고 정치권마저 숨을 죽이자, 채널 심사에 취약한 영원한 을(乙) 종편으로서는 국정운영의 궤도를 이탈한 청와대를 상대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떼 법’의 무리를 힘으로 각개격파 하려던 청와대는 역풍을 맞아, 공권력과 여야는 물론 언론의 제어마저 벗어난 광장정치에 의하여, 의회와 함께 떼 법의 종속변수로 전락하였다.  국정농단의 주역이 최순실·검찰에서 언론으로, 다시 떼 법으로 넘어갔다.  촛불은 민심이라고 박수를 치며 틈새이득을 노리던 일부 정치권은,  성급하게 축배를 들려하였다.  이제 태극기의 맞불이 타오르니, 그동안 국론의 분열만 조장해온 것 뿐, 결국 촛불과 태극기의 힘겨루기에 국운을 맡긴 꼴이 되었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