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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분노 4 : 극복, 태양의 후예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14>

 

   “그 어려운 걸 또 해냅니다, 제가.” 특전단 중에도 엘리트, 알파팀 유시진 대위(송중기)의 대사다.  특수부대는 10여명 병력으로 40명이 넘는 일개소대 몇 배의 전투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의무·통신·폭파·수송·암호 등 여러 특기 중 두개 이상에 숙달해야한다.  특등사수에다가 순식간에 적을 해치우는 필살기는 기본이다. 

 상남 보병훈련대는 ‘귀신 잡는 해병’을 길러낸 곳이다.  해군군의관후보생 시절 이곳에서 일주일간 지옥훈련을 받았다.  침투훈련은  70cm 높이로 기관총알이 날아오고 전후좌우에서 TNT가 계속 터지는 가운데, 낮은 포복으로 재빨리 목표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팔꿈치 무릎이 까져 군복에 피가 흥건해도, 앉거나 멈출 수 없다.

 훈련의 땀은 실전의 피요 훈련의 피는 전장의 목숨이다.  이와 같이 몇 년간 고된 단련을 거쳐 전원 부사관 급 이상인 태양의 후예, 특전 팀이 탄생한다.  그동안에 겪는 극한상황과 매와 체벌, 거기에서 오는 좌절·인격적인 모욕과 자존심의 상처로, 가슴속에 쌓인 분노가 평생 응어리로 남아야 정상이다.  반대로 지원제도가 아니라 징집대상인 일반 훈련병은, 과거와 달리 인격적·민주적인(?) 훈련에, 학부형 아닌 군 부형(?)의 간섭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한다.  

 

    전역 후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민주적 훈련을 받은 사람은, “훈련소 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는다,”고 한다.  해병은 다르다.  초면에도 해병대 기수(期)를 밝히는 순간 형님-아우요,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으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사람끼리’의 긍정적인 공감이다. 

 서양속담에도, “Spare the rod, spoil the child.”라고 했다.  고랭지 채소나 포도의 빈티지에 밤낮의 온도차를 따지고, 교육심리학도 채찍과 당근을 강조한다.  대장간에서 칼을 만들 때도 벌겋게 달군 쇠를 해머로 두드렸다가 찬물에 식히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 같이”는 군대나 스포츠에만 통하는 말이 아니다.  어린이는 엄부자모(嚴父慈母) 밑에서 자라고, 학교에서는 칭찬과 꾸지람을 들으며 공부해야 한다.  군대생활이 남북대치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복무하는 의무일망정, 사회에서 부딪히게 될 조직과 위계질서를 배우고 전우애를 기르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체벌과 매를 당연히 받아들인 우리 세대에게, “삐딱한 친구는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은 정설이요 진리였다.    

 

  가정·학교·군대·사회 전반에 걸쳐 구타나 체벌 같은 폭력은 추방되어야 한다.

 흥분하여 저지른 범죄처럼 분노가 폭발한 충동적인 폭력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개인을 위해서든 소속집단을 위해서든 제동장치(brake system)를 가동해야 할 경우가 반드시 생긴다.  또한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거절과 좌절의 학습’이 필요하다.  아니,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를 삭이고 양보하며 타협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흔히 “궂은일을 왜 미리 겪게 해?  닥치면 누구나 다 해.”라고 말하지만, 중국의 샤오황티(小皇帝)처럼 ‘오냐오냐’ 거침없이 자란 사람은, 막상 사회현실에 홀로 서서 처음으로 역풍을 맞으면, 속절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본인 자신을 위해서도 좌절의 경험은 플러스라는 뜻이다.  바로 분노조절 학습 아닌가?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유시진은 더 없이 강하지만, 때로는 한 없이 부드러운 여성의 로망이다.  교육과 훈련이 바로 설 때 분노사회가 극복되고, 교육에는 때가 있다.  자라나는 세대는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자애로운 가정교육·학교교육으로, 노인은 평생교육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분노에 잡아먹히지 않고, 분노를 다스리는 국민...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신념처럼 민주사회의 기반은 교육에 있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