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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페미니스트 4 : 다름의 인정, 다움의 실천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68>

 

   여성대통령을 배출한 한국과 반 페미니스트(Anti-feminist) 수준의 일본이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의도와는 달리, “위기에 놓인 아시아 정세의 해법” 쪽으로 이야기가 빗나갔다.  사실 머릿속에 숨어있던 속내가 무심결에 흘러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천황의 존재는 귀중한 전통으로 존중해줄 측면이 있지만, 그 지위를 현대 민주국가에 맞도록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물며 오욕으로 얼룩진 옛 천황제를 모방하여 만방에 부끄러운 ‘수령체제’로 부활시킨 평양을 보면서도, 과거로 회귀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역사의 뒷걸음질이니, 비뚤어진 “보통국가의 꿈”을 재조정(Reset)하라는 권고다.  몸집이 왜소하다고 속까지 좁아야하나?  나폴레옹·박정희·등소평...   역사에는 작은 거인이 얼마나 많은지.

 

   옆길 만행(漫行)은 그만 마무리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  지난 4월 21일 ‘과학의 날’에 과학기술훈장 수상식이 있었다.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이 1등급 창조장을 받았는데, 남자 훈장보다 작고 어깨띠도 좁아 시비가 있었다.  반세기전 여성의 체구가 훨씬 작던 시절에 치수까지 규정해놓은 법 자체가 남녀차별이라는 것이다.

 제발 좀 내버려 두시라.  해군장교의 여름 근무복은 반팔에 깃이 작아 작은 계급장이 어울린다.  군의관시절 근무현장에서 참모총장을 만났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 네 개에 존경과 품위의 손상은 전혀 없었다.  셀카봉을 발명한 것도 얼굴을 작게 찍히려는 욕망 덕분이요, 젊은 여성은 위험을 무릅쓰고 양악수술을 받는다.

 어깨에 커다란 뽕(패딩)까지 넣은 남성정장과 날씬한 투피스를 배려한 크기의 차이가 왜 문제가 되는가?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할 때 낡고 익숙한 대사가, “여왕처럼 모실께.” 라든가,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도록 해줄 께.” 등등이다. 

 그러나 여성을 위한 진정한 배려는 ‘특별대우’보다는 ‘다름의 인정’에 있지 않을까.  생존을 위하여 떼로 몰려다니는 초식동물 가운데 맹수는 대장을 노리지 않는다.  아직 어리거나 병약하여 낙오되는 개체를 덮친다.  형제자매나 자식까지도 가장 약한 놈은 둥지에서 떨어뜨려 도태시킨다. 

그래서 동물의 세계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야만의 현장이다.  자연히 인류의 문명은 다름의 인정과 허용으로 시작하였고, 문명도(度)는 다름에 대한 배려의 수준과 일치한다.  다름은 곧 ‘다움’의 개념으로 격상된다.  아이다움 어른다움 원로다움 여성다움 학생다움 군인다움에 대한 배려 속에서, 이해(understanding)와 온정(compassion)이 성장하여 인문학(humanism)과 종교, 즉 문화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오래전에(1988) 쓴 ‘음성다중 방송시대’라는 칼럼이 있다.  군인은 전투복을 의사는 가운을 입었을 때 가장 폼이 나고, 미용사는 가위질 할 때 상인은 계산기 두드릴 때에 제일 아름다운 법이니, 서로서로가 ‘답게’ 살며 피차의 차선(車線)을 존중하자는 내용이었다.  세월호 선장이 선장답게 행동하고 성완종씨가 건축사업자답게 경영하며, 국회의원은 선량답게 장성들은 별에 부끄럽지 않게 처신했다면, 대한민국은 벌써 선진국그룹의 선두에 자리매김 했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다름의 인정’과 ‘다움의 실천’이 그 궁극적인 목표인 동시에 해답이다.  문명국에서는 당연한 탄생권리이자 목표지만, 무슬림 근본주의자에게는 불온(不穩)사상이며, 그 둘 사이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약(老弱)·질병·빈부격차·이념·종교·인종 등의 문제에 따르는 핸디캡과 증오를 넘어서, 가장 근본적인 분쟁해결의 시발점이자 웜홀(worm-hole)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