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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중화요리와 보드카는 어울릴까? - 음식과 술의 궁합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64>

  음식과 술의 궁합을 따질 때, 음식이 과도히 자극적이지만 않다면 술의 원재료나 알콜돗수 등에 상관없이 잘 어울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한식은 맵고 짜다는 결정적인 난제가 있습니다. 하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막걸리나 맥주처럼 저알콜 음료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향을 지닌 술이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동소주나 문배주, 진도홍주 등과 같은 증류식 소주들은 알콜돗수가 무척 높은데 어찌 한식과 어울린다고 할까요? 아마도 그런 고알콜 가양주들은 양반 가문에서나 맛 볼 수 있는 귀한 것이었을 겁니다. 저잣거리의 허름한 안주로 먹던 술이 아닌 것이지요. 그러니 좋은 술안주 즉, 기름기가 좌르르 흐르는 반찬과 고기 안주로 마셨을 터이니 제법 어울리는 조합이었겠지요.

그렇다면 중식은 어떤 술과 어울릴까요?

(순전히 제 경험이긴 하지만) 우리와는 반대로 알콜돗수가 높고 향이 강한 술이 중국음식과 어울립니다. 항주나 상해 쪽의 약간 싱거우면서도 향이 강하지 않고 단맛까지 나는 음식인 경우에는 와인 정도의 도수까지 내려가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소흥주 정도가 어울리는 것이죠. 소흥주는 약간 향이 있는 편이긴 하지만 데워서 마시면 부드럽게 잘 넘어갑니다. 실제로 동파육과 소흥주는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더군요.

 

대개 중국술 하면 백주(바이주)를 이르는데 도수가 40도 내외가 기본이고 50~60도짜리도 수두룩합니다. 심지어 수정방 같은 경우엔 도수가 높을수록 가격도 비싸집니다. 대개 중국 음식들은 튀기고, 볶고 그리고 찌고... 하다 보니 기름기도 많고 헤비(heavy)한 느낌이 강합니다. 이런 음식일수록 고알콜 음료로 입안과 식도 그리고 위장을 쑥 훑어줘야 다음 메뉴가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와인도 중국음식과 무척 어울립니다. 심지어 야채 볶음이나 생선 요리도 기름기가 많아서 화이트보다 레드 와인이 더 어울릴 때도 있습니다. 물론 중국 술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희석식 소주는 물론이고 사케와도 좋고, 심지어 위스키마저 중식에 어울립니다. 다만 맥주는 중식과 그다지 조화롭지 않은데, 여기에 고량주를 조금 타서 폭탄을 만들어 마시면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그렇다면 보드카는 어떨까요?

지인이 호텔 중식당에서 밥을 사겠답니다. 그런데 가져온 술이 러시아 프리미엄 보드카인 '벨루가'입니다. 벨루가라고요? 벨루가는 원래 최상급 캐비어를 이르는 말입니다. 벨루가, 오세트라, 세부르가는 철갑상어의 종류들이고 그 알들(캐비어)도 상어 이름 그대로 부릅니다. 캐비어는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과 같은 지역에서도 생산되지만 최상으로 치는 것은 이란산이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양식이 성행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나고 중국, 미국에서도 나긴 납니다.) 그런데 이란산 벨루가 가격은 우리나라 숟가락 하나 정도에 100유로가 훨씬 넘습니다. 그런 연유로 유럽의 공항 면세점에 갈 때마다 벨루가를 살까 말까 고민을 할 때가 많은데 결국은 아래 급인 오세트라를 집어들고 맙니다.

보드카의 경우도 실제 러시아가 오리지널이지만 세계적으로 많이 팔리는 술은 스웨덴의 압솔루트와 미국에 본사가 있는 스미노프입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겠죠. 그래서 절치부심, 옛 영광을 되찾고자 프리미엄 보드카에 도전을 시작했다죠? 그렇게 해서 만든 술이 바로 벨루가입니다.

 

그런데 왜 보드카 이름이 벨루가일까요? 추정컨데 벨루가를 먹을 때 그러니까 캐비어를 먹을 때 가장 어울리는 술이 보드카이고 그 다음이 샴페인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차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보드카가 과연 중국음식에 어울렸을까요?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두 잔 씩 마시고 식사를 시작을 했더니 솔직히 요리고 뭐고 알딸딸해서 도저히 판단이 서질 않더이다. 권컨데 각자가 한번 테이스팅해 볼 일입니다.

 

벨루가엔 두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노블과 골든라인이 그것이죠. 숙성기간에 따른 분류이긴 한데 골든 라인이 좀 더 비쌉니다. 그런데 병이 화려하기 그지없죠? 가죽으로 테를 다 둘렀습니다. 철갑상어는 금속으로 되어 있고요.

 

 리츠 칼튼의 취홍은 요리를 깔끔하게 내기로 소문이 나있죠.

 

산라탕으로 시작했지만 이미 취기가 돌아 음식이 좋은지 아닌지 구별도 잘 안가더군요.

 

전가복입니다. 재료가 아주 실하군요.

 

​  독특한 형상의 동파육이라는데 너무 익혀서 흐물흐물하기까지 합니다.

 

   깐풍기도 먹었군요.

 

  야채 볶음입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