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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인천의 3대 냉면집 방문기​- '부평메밀막국수', '경인면옥', '변가네 옹진냉면'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63>

인천은 대한민국의 고단한 근현대사가 녹아있는 도시입니다. 제물포항이 개항을 하고, 경인선 철도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놓였다고는 하지만 광복 전후까지는 초라한 항구 도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맥아더 장군이 상륙할 때의 인천 시가지 모습을 보면 초라한 시골 마을 같다는 느낌까지 들거든요. 그러다 전쟁이 끝나고 대거 월남한 이북 사람들과 일자리를 찾아서 올라온 충남 해안가 사람들 그리고 전라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시는 급팽창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살던 제물포 토박이들과 김포, 강화 쪽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만, 산업화와 더불어 외지인들이 몰리면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메가시티가 되었습니다. 비록 엉성했다고 뒷말이 나오긴 했지만 아시안게임까지 성대히 열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도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천의 독특한 출신지 분포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골머리를 꽤나 썩였습니다. 토박이는 물론이요, 황해도와 평안도 향우회, 충청도 향우회, 호남 향우회를 골고루 쫒아 다녀야 겨우 표가 나올지 말지 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강원도나 경상도 사람들이 소수파인 것이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거꾸로 입후보자 자신이 위에서 언급한 특정지역 출신이라면 기본적으로 25% 정도의 표는 깔고 들어가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하네요.

 

요즘 부산 쪽도 사정이 비슷하다지요? 국제적 항구도시인지라 예전부터 일자리를 찾아서 전국에서 몰려드는 통에 다른 지역 사투리가 자주 들리기도 한답니다. 요즘 부산의 투표 결과에서 집권 여당이 간신히 이기는 것만 봐도 특별히 그 지역 사람들이 민주화 학습이 잘 되었다기보다는 부산 시민들의 출신지가 참으로 다양해진 연유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서...

인천의 냉면 계보는 간단합니다. 평양냉면의 계보를 잇는다는 경인면옥과 해주식 냉면을 내는 변가네 옹진냉면과 부평막국수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요즘 경인면옥 냉면도 육수가 살짝 달큰해진 걸로 봐서 해주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이 많습니다. 해주식은 바로 이북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중간 피난처로 백령도를 들렀다 오는 바람에 까나리액젓이 육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까나리는 동해안에서는 양미리라고 부릅니다. 양미리 작은 놈을 특별히 까나리라고도 부르지요. 이 놈을 육수 만들 때 넣으면 간이 강해지면서 달콤해지는 것입니다.

 

경인면옥은 그 역사가 제법 됩니다. 1947년 창업이니 전쟁 전에 개업을 한 것이죠. 그러니 백령도로 피난을 갈 이유가 없이 그대로 인천에 정착하여 평양냉면 계보를 이은 것이죠. 제가 갔을 때는 백세를 바라보시는 할머니가 생존해 계셨는데... 지금은 아마도 돌아가셨을 겁니다.

물론 경인면옥 그 이전에도 평양냉면집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1927년도에 평양관이라는 냉면집이 신문기사에 나올 정도였고, 배달원 조합까지 있었습니다. 게다가 자전거로 서울까지 배달을 다녔다는 얘기도 전설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 양평의 옥천냉면류도 해주스타일입니다. 그러나 육수 맛이 아주 다릅니다. 그 이유가 바로 백령도 피난 여부 때문이에요. 양평 옥천에 정착한 사람은 이북에서 바로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예전 육수 맛을 그대로 간직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부평막국수는 변가네 옹진냉면보다 1년 빨리 생겨났다니 해주식의 원조 집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상호가 냉면이 아니고 막국수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막국수와 냉면의 차이는 뭘까요? 어떤 사람의 글을 보니 이렇게 쓰여 있던데 가장 근접한 대답 같아서 옮겨봅니다.

1. 냉면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이북지역에서 탄생한 음식이고, 막국수는 강원도에서 탄생한 음식이라는 것. 본질적인 구성은 같더라도 평안도 사람들과 강원도 사람들의 입맛차이가 반영되었다는 거죠.

 

2. 냉면은 근대 이전에 꽤 널리 알려져서 정형화된 형식을 갖추었지만, 막국수는 8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정형화된 형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가게마다 차이가 심하고, 부평 막국수집처럼 아예 냉면과 유사한 형태인 집도 있고요.

 

3. 냉면이 육수의 질이 좋고 고명도 풍부한 좀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면, 막국수는 좀 거칠고 싼 서민적인 느낌이랄까?

대충 이 정도 차이입니다. 그러니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라는 말도 되겠군요.

 

조금 복잡한 골목 안에 있습니다. 처음엔 부평모텔로 읽었지 뭡니까?

 

일본의 식당들 못지않은 일열횡대!

 

까나리액젓을 더 넣으려고 주문을 하면 이런 통을 가져다줍니다.

 

빈대떡도 두툼하고 큽니다. 맛도 좋고요.

 

수육도 좋습니다. 공력을 들인 흔적이 있어요.

 

면의 양이 세숫대야 사이즈입니다. 다른 냉면집의 사리 추가한 양 이상이에요.

 

육수가 달큼해서 계속 들이키게 됩니다.

 

  경인냉면집입니다.

 

카운터에서 꾸벅꾸벅 주무시는 할머니가 예전의 주인 어르신입니다.

 

수육이 좀 무질서하죠?

 

육수가 전혀 다른 모양새입니다. 면도 좀 성의가 없이 담았네요. 하지만 맛은 명불허전이지요.

 

여기는 변가네 옹진냉면입니다.

 

수육도 얌전하네요.

 

냉면도 상큼 달큼합니다.

 

이렇게 해서 인천의 3대 냉면집 투어를 마쳤습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