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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문화는 생활 4: 참새들의 입방아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56>


   쌀쌀한 날 해거름이면 문득 생각나는 명동 ‘조타집’.  소공동 수련의시절에 가끔 찾던 대포집이다.  뭉근한 불을 절대로 꺼뜨리지 않는다는 오뎅 국물이 일품이다.  인기 안주는 참새구이 꼬치로 애 저녁에 동이 난다.  아작하고 깨물면 고소하고 짭쪼롬한 그 맛...  정종 대포 서너 잔에 한 시간쯤이면 혀가 슬슬 풀리면서 온몸이 혼혼해진다.  주머니가 두둑해도 네 마리를 꿴 한 꼬치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음은 늦은 주당들에 대한 배려다. 

따끈한 국물에 연갈색 무가 무한 리필이요 서비스 보따리(후꾸로)도 있으니, 귀한 걸 나눠 먹는 건 말없는 약속이었다.  반세기가 지나 사는 형편이 나아지고 입맛도 변했지마는, 이젠 진짜 참새구이는 먹고 죽으려 해도 없다.  농약 때문인지 환경오염 탓인지 참새 자체가 원체 귀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 핵심목표로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에 재미교포 김종훈씨가 내정되었다.  15세에 이민하여 빈민촌에서 굶기를 밥 먹 듯 고생한 끝에, 30대 후반에 미국 400대 부자가 된 과학자이며 CEO다.  존스 홉킨스대 전자공학과 졸업, 해군장교로 7년간 핵잠수함을 탔다.  메릴랜드대 공학박사과정을 마치고 벤처회사 설립, 개발한 장비가 성공하여 큰돈을 벌고, 메릴랜드 교수 및 벨연구소 소장이 된다.  프로 아이스하키와 농구팀 공동소유자요, 미 중앙정보국 자문위원도 지냈다.  그의 경력 자체가, “미래창조과학부의 의미와 목표는 무엇인가?”에 정답이다. 

주문제작하기도 벅찬 인물을 헐뜯는 문제점은?  첫째 이중국적 시비요, 둘째 외국에서 살아 한국 실정에 어둡다는 것, 셋째 미 CIA 연루설이다.  이중국적은 2년 전 공무원법 개정으로 법적시비가 소멸했고, 한국 실정 이라면 미국에서 몇 십 년 가방장사 하다가 귀국,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예도 있다.  CIA 관련 시비? 

 첫째 한국의 “경제기적”은 상당부분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방패 덕분이요, 미국이 오히려 정보유출을 우려한 10년을 빼면, 한·미양국은 항상 국방정보를 공유해 왔으니 어불성설이다.  산업정보 역시 김씨를 통하여 미국이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대한민국에 봉사하려고 미국시민권 포기를 결정하고, 연구소장 직을 사임했다. 국익만을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응수했다.  말문이 막히자 ‘참새’들은 처가식구의 부동산 투기로 ‘입방아’를 돌렸다.  이것은 외국인이 제주에 $50만 이상 집을 사면 영주권을 주는 투자이민제도와 스텝이 꼬인다.  집 사러 오는 중국인은 로맨스요 해외동포 투자는 불륜인가? 

잘 버티던 김씨는 부인을 매춘업과 엮어 오해할 수도 있는 악의적인 유흥업소 시비에 무너져, 청문회 직전 보따리를 쌌다.  문창극 총리후보가 초등학교 상급반이면 알아들을 말꼬리 잡기 식 “참새 입방아”에 낙마하는 등, 이 정권 인사 파행의 시발점이 미래창조부요, 정책의 갈지자걸음으로 이어졌다.  역사에 ‘IF'란 그저 잡담에 불과하지만, 만약 박대통령은 물론 비박(非朴) 의원까지 나서서 김종훈 장관을 적극 관철시켰다면, 박 정권은 물론 당과 나라의 운명까지 달라졌을 것이다.

 

   귀해질수록 좋을‘참새 입방아’를 조선조 당파싸움, 지연과 학연 등 국민적인 고질병으로 보기도 하지만, 적어도 일본에 비해 16-50배에 달한다는 무고·투서·끝장 소송 풍조의 한 자락임에는 틀림없다.  세월호 이후 우리 의식부터 바꾸자는 각성으로 문화시민운동이 일고 있다.  정치판이 가장 후지다며 성토하던 국민이 이제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순수해야할 문화계도 ‘벼슬’에 연연하여, 인사문제에 붓과 악기 대신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일은 없는지?  지난 몇 년간 함신익 정명훈 두 분 마에스트로에게도 시비가 들끓었다.  이제는 달라졌으면 한다.

 국립오페라단 감독처럼, 지연·학연·연공(年功) 보다는 역동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인재의 등용에, 박수로 환영하는 풍조가 아쉽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