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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종군위안부와 성노예 4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51>

 

   남편이 출근하고 설거지하는 주부에게는 누선을 자극하는 멜로드라마가 딱 이다.

 라디오 시절부터 스폰서가 주로 세제(洗劑) 메이커였던 까닭에, Soap Opera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전통은 오전 9시 전후, 화면을 안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사와 해설이 친절한 ‘TV 소설’에 남아있다.  아침부터 자극 강한 멜로로 내성을 획득한 우리 아줌마들에게, 저녁에 미지근한 가족드라마가 성에 차겠는가? 

시청률경쟁에 종편방송까지 가세하여 벼라 별 ‘막장드라마’가 판친다.  막장드라마의 공통점이라면 도대체 상종도 못할 악인(악녀)의 등장이고, 주특기는 “남의 탓”이다.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지고도, “이게 다 그X 탓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막장드라마도 19세기 초·중반 아시아 국가들이 겪은 생생한 피해의 역사를 완벽하게 부정하는 일본 극우 혐한파들의 ‘떼거지’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아베총리와 추종자들의 망언과 행태는, 양식 있는 다수 국민과 소수의 막장파 세력 사이 어디쯤엔가 있다.

 

   이토 히로부미는(1841-1909) 가난한 농촌 말단 사무라이 출신이다.  아비가 양자로 들어가 성을 갈고 정치에 입문하여 이름도 바꿨다.  “남자는 배꼽 밑으로 인격이 없다.”는 어록을 남길 만큼, 유곽 출입에 기생을 끼고 사는 호색한이었단다.  천민으로 시작하여 메이지유신을 거쳐 가장 높은 공작 작위를 받고, 총리와 추밀원의장을 각각 네 번 씩 역임하며, 초대총리 때 일본헌법을 만들고 두 번째 총리시절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근대사의 영웅이다.  그러나 조선에 을사보호조약을 강제하고 초대통감을 지냈으며, 결국 나라를 빼앗은 원흉 제1호다.  안중근 의사는 주권을 빼앗긴 조선인으로서, 합병 전야에, 국권찬탈자요 동양평화파괴범을 처단한 국가 영웅이다. 

시진핑주석은 하얼빈역에 안중근의사 의거 표지석을 세워달라는 박근혜대통령의 요청에 한 발 더 나가, 60 평 규모의 기념관으로 화답하였다.  일본제국주의 침략에 같은 피해를 입은 중국으로서, 다시는 동양평화를 깨뜨리지 말자는 합의의 증거물(Reminder)로서 당연한 일이건만, 일본의 스가 관방장관은, “안중근은 일본 초대총리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며 항의하고 있다.  막장드라마에나 어울릴 적반하장이다.  하기야 피점령국에 손톱만큼의 미안함이 있었다면, 한때나마 이토의 얼굴을 천 엔짜리 지폐에 버젓이 그려 넣었을까?

 

  의거소식에 조선은 물론 수많은 중국인들이 의사를 칭송하였고, 그 후 두 나라의 항일운동에 든든한 초석이 되었다.  하얼빈역의 관할권문제를 비롯하여, 일제의 체포 재판 사형집행 전 과정이 정상이 아니었다.  감옥에서 5개월간 담당했던 일본 헌병출신 치바 도시치는 의사에게 감복하여, 퇴역 후에 사진과 유물을 모시고 조석으로 명복을 빌었고, 훗날 유품을 한국 안중근 기념관에 기증하였다.  옥중 집필한 동양평화론에 많은 일본지식인들이 공감하였고, 그 내용은 오늘날에도 당당한 생명력을 갖는다. 

하얼빈역 기념관 개관에 이어, 장이머우 감독의 한중합작 영화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촬영에 들어간 일본군위안부로 강제동원 된 할머니 이야기 ‘귀향(鬼鄕)’에 이어, 일본 극우파들이 감추고 왜곡하려는 당시 역사를 바로잡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는 못하는 법이다.  참고로 J 일보 보도에 북한에서 1979년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라는 영화가 있었고, 한국에서는 최근 유오성 주연의 “도마 안중근”이라는 영화를 제작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1959년 한국의 장가방(Jean Gabin), 고 전창근씨가 감독·주연한 “고종황제와 안중근의사”가 있었다.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문 표정연기는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엄앵란을 발굴하여 “단종애사”에 데뷔시키기도 하였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