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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

참전용사들을 깍듯이 예우하는 호주의 의료복지제도

[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 - <12>

2011년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차터스 타워스로 처음 왔을때 Jack이라는 별명을 가진 80세 환자분이 내원했어요. 왼쪽 무릎을 다쳐 오른쪽 다리보다 약간 짧았고, 무릎을 잘 굽히지도 못하더라구요.

그 분은 저를 처음 보자마자 '너 한국 사람 이냐'고 물었어요. 우리동네는 동양인이 많지 않을 뿐더러 한국인은 제가 유일한데 제가 한국사람인 걸 알아보는 게 신기해서 '어떻게 아셨냐'고 여쭸더니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만 하고선 별다른 얘기를 않으셨어요.

이후 몇 번을 더 내원하면서 농담을 좋아하는 그 할아버지와 친해진 연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쟁 중에 무릎에 총상을 입었고, 결국 무릎을 못쓰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런 좋지않은 기억 때문인지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이야기를 하는 걸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저 한국에는 다신 가고싶지 않다고 웃으면서 말하곤 했죠.

제가 이젠 한국도 많이 발전했다고 한번 모시고 가고 싶다고도 해 보았지만, 그는 한국은 절대로 싫다고 했습니다.

 

 

제가 술취한 호주 원주민이나 젊은 호주 친구들이 가끔 시끄럽게 굴거나 난동을 부려도 호주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한국전쟁 때 호주 군인들을 한국에 파병한 것 때문이에요. 물론 유엔군의 일부로 한국전쟁에 참전했지만 당시 한국은 호주에 어떤 이득도 되지 않는 나라였다고 생각되는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신기한 사실은요 한국에서 수없이 들었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에 참여하기 전, 그러니까 2차 세계대전 당시 호주 브리스번에서 일본군과의 전쟁을 지휘 했었다는 사실입니다. 친한 교수님에 의하면 당시 맥아더 장군이 비상시에 사용할 사무실이 현재 저희 퀸즐랜드 대학교 치과병원의 구강외과 교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고 해요.

여러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호주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호주 군인들을 상징하는 동상이나 공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어요. 4월 25일 ANZAC Day 라는 날도 과거 전쟁에 참전했다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날로서 국경일로 정해져 있어요. 이런 여러가지 역사적인 이유로 호주에서는 Jack 아저씨 같은 참전용사들이나 군인들을 위해 최고의 의료복지를 지원해주고 있어요. 특히 참전용사들은 단순히 국립병원에서 무상진료를 받는 것 뿐만아니라 개인병원에 가도 모든 진료비를 지원해줘요.

또한 직계 가족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혜택이 있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간호사가 집까지 방문해서 돌봐주고요, 치료를 받기 위해 필요한 모든 비용, 심지어 택시 비행기 또는 숙소까지 모두 나라에서 지원해 줍니다.

 

 

치과에서도 마찬가지로 금액이나 치료 횟수에 제한없이 모든 치료가 정부 지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 치과에서도 이분들을 환영하지요. 의료 복지 뿐만아니라 호주에서는 전체적으로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한국과는 다르게 이들을 존경하고 대우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