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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임금님도 즐겨 드셨다는 웅어회를 찾아서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33>


골프를 접으니 나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상당히 많습디다.

골프를 끊게 되면 친구관계가 멀어지거나 인적 네트워크가 좁아지는 걸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친구들이 너무 많은 게 흠인지라 오히려 좋은 점에 속합니다.

유일한 나쁜 점은 일요일 골프가 없으니 늦잠을 자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보니 여러 중요 약속을 토요일에 잡게 되더군요. 그로 인하여 귀가는 일요일 새벽이 될 때도 많습니다.


좋은 점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일단 골프 비용 절반이면 전 가족이 배불리 외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평소 너무 바빠서 못한 일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20년 이상 주말 골프를 다니다보니 친인척들도 일요일엔 당연히 집에 없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자유방임 상태로 놔둔다는 겁니다.


웅어(지역에 따라서 우어, 위어, 우여 등)를 들어본 분도 계실 것이고, 처음 듣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두어 해 전에 울산 태화강의 물이 맑아져서 '황어'가 돌아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황어만큼 웅어도 일반 사람들에겐 낯선 어종입니다.  황어의 경우는 산란기 암놈 몸빛이 불그스레하여 붙은 이름인데, 연어처럼 모천회귀 하는 기수어종입니다(기수어란 민물과 바닷물을 왔다 갔다 하거나, 먼 바다에 살다가 알을 낳을 때만 강으로 올라가는 어종을 통칭하는 말이랍니다). 다만, 연어는 알을 낳으면 죽지만, 황어는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점이 다르다고 하는군요.


웅어의 경우는 원래 멸치과라서 생겨 먹은 게 좀 옹색하다고 할까요?(서대처럼 모양새가 좀 빠진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분류계통상 멸치과이기 때문에 멸치회와 비슷한 풍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제철에는 멸치 특유의 비린내 대신에 고소함과 단맛이 난다는군요. 그런 까닭에 임금님 수랏상에도 당당히 올랐었고, 지금도 풍류를 아시는 분들은 웅어철만 되면 금강하구 지역으로 봄나들이를 갑니다(왜냐하면 웅어 제철일 때가 3월 중순부터 5월까지라서 그렇습니다).

그런 연고로 웅어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들이 '웅어'만 바라보고 살다가는 굶어 죽기 십상입니다. 황복도 더불어 취급을 해야 하고, 나머지 계절은 일반 민물매운탕집도 겸해야 합니다. 심지어 돼지갈비나 삼겹살 파는 집에서도 웅어철에는 '웅어회 합니다'라는 팻말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웅어는 과연 맛있는 생선일까요? 솔직히 임금님 진상품이라고 다 맛있는 건 아닙니다. 그 옛날 도루묵 사태(?)처럼 조선시대가 좀 더 이어졌더라면 웅어도 도로 물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웅어는 생김새부터 생기다 만 것처럼 보이니까요. 맛이 별로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결국 이것저것 넣고 비벼 먹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경기도나 일부 지역에서는 웅어가 다른 어종을 뜻하기도 합니다.


천수답 시절, 논두렁, 밭두렁 사이에 일부러 웅덩이를 깊이 파고 물을 가둔 곳이 많았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던 시절이니 웅덩이에는 각종 민물고기, 참게, 우렁 등이 가득했음은 당연하고요. 그래서 마을 남정네들이 간혹 모여 웅덩이 물을 퍼내고, 그 안의 물고기를 잡아 철엽을 했음도 충분히 상상이 가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러 물고기 중에 뱀장어도 아니고 미꾸라지도 아닌 요상한 물고기가 잡히곤 했는데 이놈을 웅어라고 불렀다는군요(웅덩이에서만 잡혀서 웅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웅어를 잡아다 몸통을 잘라 그 피를 얼굴에 바르는 민간치료가 있었습니다.


바로 구안와사(Bell's palsy)에 특효라고 쓰인 것입니다. 물론 웅어피 때문에 병이 나을리는 만무하지요. 구안와사의 경우는 그냥 나둬도 90% 이상이 정상으로 돌아가기 마련이거든요. 만약 이 병이 생겼을 때 기도를 했으면 '기도빨'이고, 침으로 나았으면 용한 '침쟁이'이고, 무슨 약을 달여 먹었으면 '특효약'이 되는 것입니다.


여하튼...


드라마 '해품달'의 왕처럼 혹은 시대가 인정하는 풍류가객인 것처럼 속칭 ‘가오’ 잡고 살려면 적어도 제철 웅어맛 정도는 느껴봐야 큰소리를 칠 수 있겠지요? 

 

논산출신 법조인에게 추천받은 ‘할머니집’은 오래전에 폐업을 했습니다. 하여, 웅어횟집들이 즐비한 웅포리로 달려갔습니다. 마을엔 웅어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외지 차량들이 꽤 많습니다.


충청도 경계선을 넘었다고 벌써 '깨드립'입니다.

웅어회 맛이 식초맛과 더불어 달달하고 고소한 편이어서 소주보다도 막걸리가 좀 더 어울릴 듯하네요.


강경의 명소인 황산 위로 모터패러글라이딩이 날라 다닙니다.


강경에서 제법 유명한 황산옥입니다. 웅어와 황복으로 유명한 곳이지요.


웅어 무침부터 시켰습니다만, 여기도 깨드립이군요.


요렇게 김에 싸서먹는 게 정석이랍니다.


독특한 풍미를 가진 웅어젓갈입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