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맑음동두천 10.0℃
  • 맑음강릉 8.4℃
  • 맑음서울 12.5℃
  • 맑음대전 10.3℃
  • 맑음대구 8.7℃
  • 맑음울산 7.8℃
  • 맑음광주 12.9℃
  • 맑음부산 10.6℃
  • 맑음고창 8.9℃
  • 맑음제주 13.3℃
  • 맑음강화 11.4℃
  • 맑음보은 8.4℃
  • 맑음금산 7.7℃
  • 맑음강진군 10.7℃
  • 맑음경주시 6.3℃
  • 맑음거제 9.0℃
기상청 제공

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

호주 보건부장관이 나를 찾아온 사연(?)

[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6>



이번 칼럼에서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주에는 뜻밖에도 퀸즐랜드주 보건부 장관(Minister for Health)인 Lawrence Springborg가 저희 시골병원에 직접 와서 제가 타운즈빌 District에서 처음 진행시킨 이 일에 대해서 많은 격려도 해주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 있었어요. 물론 다른 볼일도 있었겠지만 장관이 수도 브리즈번에서 1400km 나 떨어져있는 인구 2천명 남짓한 시골의 작은 병원까지 나오는 경우는 한국에서도 드문 일이겠지만 호주에서도 참 드문 일이었어요. 시골 병원 중에서도 이번에 저희병원이 제가 이제 막 시작한 일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좋은 시도를 하고 있어서 직접 찾아 와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간단하게 말씀드려 볼게요.

 

밑에 제 소개란에 제가 어디서 일하는지 아주 간략하게 소개해 놓았는데요, 호주에 웬만큼 오래 계신 분들도 차터스 타워스(Charters Towers)라는 곳이 어디인지 잘 모르실거에요. 차터스 타워스는 호주 퀸즐랜드주(Queensland) 북쪽에 위치해 있고요, 타운즈빌(Townsville)이라는 도시에서 약 150km 정도 내륙에 위치해 있지요. 인구는 만 명이 조금 넘고, 저는 이 도시의 유일한 국립병원 치과의사이고요. 그리고 여기 차터스 타워스에서 부터 내륙으로 약 770km 떨어져있는 마운트 아이자(Mt.Isa) 라는 광산도시까지는 치과의사가 아예 없어요. 그래서 저는 여기서 250km 내륙에 위치한 휴인던(Hughenden) 이라는 도시와 400km 떨어져있는 리치몬드(Richmond) 라는 도시로 6주에 한 번씩 출장을 다니고 있지요.

 

제가 쓴 칼럼을 모두 다 읽어보신 분들은 아마도 조금 궁금하신 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휴인던과 리치몬드 주민들 중 국립병원 치과 혜택을 받으실 수 있는 분들의 치과치료는 모두 무상으로 해드리지만, 국립병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호주 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치아가 아프신 환자분들에 한해서만 치과진료가 가능하고요, 치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아주 간단한 치료만 해드릴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아픈 이를 발치한다던지 아니면 발치를 원하시지 않는 환자분들은 pulp extirpation만 하고 나머지 신경치료는 개인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휴인던에서 가장 가까운 개인병원은 250km 거리에 있고요.

 

이런 분들에게는 국립병원은 돈이 있어도 치과치료를 받을 수 없는 정말 최악의 의료 제도라고 저 개인적으로 쭉 생각해 왔어요. 그래서 저는 저희 병원이 속한 타운즈빌 District(퀸즐랜드주는 13개의 District로 나누어져 있어요.)에 제가 6주에 한 번 밖에 쓰지 않는 시골 국립병원 치과시설을 제가 사용료를 내고 개인병원으로 이용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달라고 지난 3년 간 이야기를 해왔어요. 제 주장은 1. 시골 주민들에게는 다양한 치과진료와 편의를 제공해 줄 수 있고 2. 국립병원 입장에서는 6주에 한 번 밖에 사용되지 않는 비싼 치과의료 기기들을 저에게 이용료를 받아 유지할 수 있으며 3. 저 개인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수입과 경험을 줄 수 있는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고 이야기해 왔지요. 


간단한 이야기 같지만 원칙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호주 사회에서 이일이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제가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부터 약 18개월이 걸렸거든요. 저희 District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관계로 수차례 계약서를 수정해야 했던 것도 일의 진행을 더디게 만들었지만, 그보다도 소극적으로 일을 진행하던 국립병원의 관료(?)들 때문에 저는 그동안 수십 차례 관련 사람들에게 독촉(?)을 해야 했지요. 그 노력의 결과로 작년 말에 드디어 District CEO 에게 제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 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현재 주중에는 국립병원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개인병원 일을 병행하고 있어요. 



백문영은 2010년 호주 퀸즐랜드 치과 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을 졸업하고, 2011년 호주 타운즈빌(Townsville)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차터스 타워스(Charters Towers)에서 senior 치과의사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유일한 한국 사람이며,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저자가 사는 이곳부터 800km 내륙 까지는 치과의사가 없기 때문에 250km 떨어진 휴인던(Hughenden)과 400km 떨어져있는 리치몬드(Richmond)까지 맡고 있다. 

Email: imbaikga@hotmail.com 
Blog: http://blog.naver.com/imbaikga0212